배꼽 - 초등학교 국어교과서 수록도서 푸른책들 동시그림책 2
신형건 지음, 남은미 그림 / 푸른책들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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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인들이 사는 나라> 에 이어 신형건님의 시집을 또 한편 접했다. 총 24편의 시에 <바나나가 뭐예유?>, <유명이와 무명이>등의 작품에 삽화를 그린 남은미 씨의 그림을 곁들인 동시그림책이다. 그림이 시의 이미지를 잘 살려주어 동시들이 더 빛을 발하는 것 같다.(개인적으로 그림책의 매력에 빠진 탓에 그림을 밝히(?)는 경향이 있다.^^*) 신형건님의 작품 중에는 동시치고는 조금 길다 싶게 느껴지거나 아이들에게는 어렵지 않을까 하는 동시가 간혹 눈에 띈다. 시 속에 하나의 이야기를 담고 있어서가 아닐까 싶은데 시를 읽고 있으면 시인이 읊조리듯이 잔잔하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느낌이 든다.

<배꼽>에서는 일상에서 상상력이 발휘되는 순간을 짚어낸 유쾌한 시도 있고, 비누처럼 몽글몽글한 느낌이 묻어나는 밝은 시도 선보이고 있다. 구체적으로 언급하자면 시집을 보다 '아, 이 동시는 아이가 재미있어 하겠는데~'하는 느낌이 와 닿은 작품이 [엘리베이터가 고장 났을 때]이다. 아이들이 관심을 가지고 좋아하는 공룡이 등장해서인지 우리 아이도 가장 인상 깊은 작품으로 꼽았는데 이처럼 계단을 공룡(디플로도쿠스)의 등으로 상상한 시인의 착상에 찬사를 보내고 싶다.

토실토실한 먼지 뭉치가 쥐가 될 수 있었음을 아까워하는 [침대 밑에 손을 넣었더니] 역시 아이처럼 풍성한 상상력이 발휘된 동시이다. 시에 등장하는 오백 원짜리 동전을 이용해 쥐를 묘사한 삽화가 인상적이다. 실은 우리 집 안 방 장롱 밑이나 아이들 방 침대 밑에도 큼지막한 쥐들이 없어진 양말 한 짝들과 함께 데굴데굴 굴러다니고 있다. (양말 찾으려고 며칠 전에 청소기로 침대 밑 녀석들은 얼마간 퇴치했음 -.-)

그리고 [까닭]이 동무해서 함께 걸어 올 친구가 없어 집으로 오는 길이 외로운 아이의 마음을 노래했다면, [누구세요?]는 부모가 직장에 다니는 가정의 아이가 느끼는 외로운 마음을 잘 드러낸 시다. 집 안에 아무도 없는 것을 알면서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초인종 한 번 눌러보고, 열쇠로 문을 열고 들어간 후에도 그 허전한 마음을 달려보려 아무도 없는 문밖을 향해 "누구세요?"하고 소리 내어 말해 본다. 친정 엄마가 직장에 오래 다니셔서 반겨 맞아 주는 이 없는 빈 집에 들어가는 심정이 어떤지 잘 아는지라 동시에 담긴 아이의 외로운 마음이 가슴에 와 박힌다.

[배꼽]이나 [할아버지의 주름살], [첫돌을 맞는 아가에게]처럼 가족의 연대감과 사랑을 잘 표현한 동시도 있고, [크는 이에게 주는 수수께끼]나 [섬과 바다]처럼 시를 읽고 있는 아이에게 질문을 던지며 궁금증을 유발하게 하는 작품도 눈에 띤다. 동시, 동화 같은 다양한 작품들을 통해 우리 아이들의 생각의 키도 쑥쑥 자라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드는 동시들이다. 그 외에 흙 속에 묻힌 씨앗들이 겨울 동안 꿈을 꾸고 봄이 깨어나 싹을 틔운다는 내용의 [꿈], 날아든 조그만 돌에도 깨지고 마는 여린 마음을 짚어낸 [마음]처럼 곱고 여린 감성이 잘 표현된 시들을 볼 수 있다.

 또한 시인은 [발톱], [엄지발가락], [배꼽], [얼굴], [발끝에서 머리 꼭대기까지] 등의 시를 통해 '나'를 이루고 있는 신체의 일부분을 새롭게 조명해 보이고 있다. 반듯한 글씨가 정돈된 마음의 한 부분이라고 표현한 [부러진 연필심]이나 [비누] 같이 일상에서 접하는 것들 속에 우리네 마음을 투영한 작품도 눈에 띈다. 개인적으로 [나무야 나무야]나 [새야 새야] 같은 시는 그 속에 깃든 시인의 생각이나 감성을 아이들이 느끼기에는 조금 어렵지 않나 하는 느낌도 든다. 탯줄이 태아와 엄마를 연결해 주고 양분을 공급하는 통로 역할을 해주는 것처럼 시인의 마음에도 어릴 적 동심의 세계와 연결된 통로가 있어 아이들을 위한 시를 짓는 양분을 계속 공급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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