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아침 나를 행복하게 한 것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뜨거운 모닝커피.

(커피가 아직 따듯할 때 커피만 마시면 된다)


마음대로 골라듣는 음악들.

(음악이 흐르면 쪼로록 달려와 자기음악을 틀어달라고 조르는 통에

한곡도 마음껏 들을 수 없던 시간)


퍼질르고 앉아서 마음껏 소리 내어 걸레를 빠는 것.

(함께 목욕탕에 들어오겠다고 문을 두들기는 방해공작 없이)


마음 놓고 옷장을 열어서 옷들을 꺼냈다 넣었다 하는 것.

(속도 무지하게 빠르게 옷장에서 옷들을 꺼내 사방으로 집어 던지던)


아이의 눈치를 보지 않고 아이 물건들을 정리해 치우는 것.

(딴짓 하다가도 장난감을 치우려면 갑자기 그게 가지고 놀고 싶어지던)


개켜놓은 빨래를 두려움 없이 놓아둘 수 있는 것.

(개켜놓은 빨래 무너뜨려 발로 밟기가 취미인 우리딸)


하하하 처절버전^^;;

이렇게 쓰고보니 그동안 무지하게 불쌍하게 눈치보며 살았구나~~

하지만 어제보다 오늘이 낫고

오늘보다는 내일이 낫겠지.. 그럼 그렇고 말고...


하염없이 창밖으로 시선을 두고

봄눈 내리는 날 아침..

조금 더 행복해지기 위해서 조금 더 힘을 내자고 다짐하는..


너무 좋은 시간.. 너무 맛있는 커피.. 너무 다정한 음악들..

지금 나보다 행복한 사람.. 별로 없을 거라고..


행복하다고 생각하고 나니

더 행복할 수 있을 것 같아지는 마음..

역시 행복이나 불행에는 가속이 붙는구나..

2003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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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 D-1]

 

내일..그러니까 정확히 말하면 오늘부터

나의 껌..지연이가 어린이집에 다니게 되었다.

(여기서 껌이란..딱 붙어서 떨어지지 않는 것을 말함..흠.)


저녁 때까지만 해도..

푸하하..걱정없어, 부딪치고 볼 일이야.

어차피 세살이나 일곱살이나 똑같이 일주일은 운댔어..하면서

내일아침 늦잠꾸러기 우리모녀의 기상만을 걱정했는데..


시간이 갈수록.. 뭔가 불안 초조한듯...

마치 의도적으로 큰 사고를 치려고 마음먹었을 때와

비슷한 심리상태가 되어간다...

여행을 떠나기 전날 밤이면

그것이 신나는 여행이건 피로한 여행이건 간에

준비가 많고 챙길 것이 많고 사소한 걱정이 많은 나..

그런 것과 비슷한 마음이랄까...


하지만..

진짜.. 즐겁게 생각하기로 한다.

지연인 친구를 얻고, 나는 금쪽같은 내 시간을 얻는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렇게 한걸음씩 나가야하는 거니까..

나도 .. 아이도 ..


예쁜 지연이.. 화이팅..

예쁜 엄마(-_-;;;여기서의 화자는 지연이니까 비웃지들 말고) 화이팅..

2003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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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독특해]

 

나이 40에 세상을 뜬 화가 이중섭.

그는 남을 욕할 줄 몰랐다고 한다.

화가 나거나 실망하면 “그 사람 참 독특하다”고 말하는 것이

가장 큰 욕이었다고..

가난한 생활 속에서 정신병까지 얻었지만 그의 그림은 따듯한 느낌이다.

종이가 없어 담뱃갑을 펴 그린 그림조차 밝았던..


잔뜩 공감을 유도하는 눈빛으로 타인을 슬몃 깍아내리는 사람들을 본다.

어쩌면 자기편임을 확인하고 싶은 작은 마음 때문에

어쩌면 자기 속에 갇혀 타인을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나도 때로는 그러고 살아가고 있겠지..


그저.. “독특해” 하고 말한 뒤

후후 웃을 수 있다면.. 좋겠다..


배울 것 많은 세상..

연습할 것 더더욱 쌓인 세상..

누구에게랄 것도 없이..

"내가 잘 할게.." 하고 소리내어 말 해본다..

(그윽하게..유지태 버전으로..^^)


근데 말야.. 살다보면

"내가 라면으로 보이냐"고 버럭 소리치게 만드는 사람이

꼭 있어요..있어..있단 말야!

2003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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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만의 시간]

 

혼자.. 새해를 맞았다.

적당히 쓸쓸하고, 적당히 평화롭게..

지나치게 초조하지도 않고, 지나치게 느긋하지도 않게..


이제껏 살면서 혼자 새해를 맞이했던 적 없었고

앞으로도 언제 또 그럴 수 있을지 기약은 없겠지..


내게 필요했던 건 이런 시간들이었을까..

홍수와 태풍이 닥쳐와 흙탕물이 되어버린 강물이

다시 맑아지는데 필요한 건 다름 아닌 시간이듯이...


고요하게 가라앉아.. 맑아진 마음으로

새롭게 내게 주어진 날들을 시작할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다..

2003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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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선물유감]

안 받는 것이 더 나은 선물들이 있다.

넘어가긴 좀 껄끄럽고 준비하자니 썩 마음이 동하지 않았구나 싶은..

그런 선물에는 그 마음까지도 고스란히 담겨져 오는 것이 문제.


그런 선물 하나를 받았다.

이럴 땐 차라리 내 자신이 눈치 없는 사람이었음 하는 마음..

금방 선물 보낸 사람의 마음까지 전달되어

순식간에 마음이 가라앉고 불편해진다..

이 민망한 기분.. 꿈에라도 뭔가를 바란 적 없건만..


혹..나도 그런 적 없을까.. 돌아보고 또 돌아보게 된다..

마음 내키진 않지만 이러저러한 관계의 설정 때문에

어쩔 수없이 내키지 않는 선물을 한 적은 없었는지..


하지만.. 돌아보아도.. 지금껏은..

적어도 해야만 하는 날들이 있었다면..

그 선물을 고르고 포장하고 우체국에 가는 순간까지

즐거운 마음이었다고.. 맹세할 수 있는데..

아무리 마음이 먼저가 아니라 무슨무슨 날이 먼저여서

선물을 해야 하는 절차가 번거롭긴 했어도..

적어도 그 사람에게 지금 뭐가 필요할까를 생각하는 순간부터는

아주 천진하게 즐거운 마음이 되었던 것 같은데 말이다..


그렇다고 이런 식의 선물을 보내려거든 아예 말아라..

라고 하기엔.. 그것도 일종의 폭력을 행사하는 것 같고...


에이... 사람들아...

그러지 말어...

그냥.. 건너도 좋은 형식들은 건너뛰면서 살고들 그래라...


한 해가 가고 또 한 해가 가면서..

생략되어서 좋은 것들은 생략해가면서..

진짜만 남았으면 좋겠다..

무심하단 소리, 경우 없다는 소리를 좀 듣더라도 말이다..

그게 가짜 보다는 훨씬 낫지 않을까...

나부터 말이다.. 진짜 나부터..


2002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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