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선물유감]
안 받는 것이 더 나은 선물들이 있다.
넘어가긴 좀 껄끄럽고 준비하자니 썩 마음이 동하지 않았구나 싶은..
그런 선물에는 그 마음까지도 고스란히 담겨져 오는 것이 문제.
그런 선물 하나를 받았다.
이럴 땐 차라리 내 자신이 눈치 없는 사람이었음 하는 마음..
금방 선물 보낸 사람의 마음까지 전달되어
순식간에 마음이 가라앉고 불편해진다..
이 민망한 기분.. 꿈에라도 뭔가를 바란 적 없건만..
혹..나도 그런 적 없을까.. 돌아보고 또 돌아보게 된다..
마음 내키진 않지만 이러저러한 관계의 설정 때문에
어쩔 수없이 내키지 않는 선물을 한 적은 없었는지..
하지만.. 돌아보아도.. 지금껏은..
적어도 해야만 하는 날들이 있었다면..
그 선물을 고르고 포장하고 우체국에 가는 순간까지
즐거운 마음이었다고.. 맹세할 수 있는데..
아무리 마음이 먼저가 아니라 무슨무슨 날이 먼저여서
선물을 해야 하는 절차가 번거롭긴 했어도..
적어도 그 사람에게 지금 뭐가 필요할까를 생각하는 순간부터는
아주 천진하게 즐거운 마음이 되었던 것 같은데 말이다..
그렇다고 이런 식의 선물을 보내려거든 아예 말아라..
라고 하기엔.. 그것도 일종의 폭력을 행사하는 것 같고...
에이... 사람들아...
그러지 말어...
그냥.. 건너도 좋은 형식들은 건너뛰면서 살고들 그래라...
한 해가 가고 또 한 해가 가면서..
생략되어서 좋은 것들은 생략해가면서..
진짜만 남았으면 좋겠다..
무심하단 소리, 경우 없다는 소리를 좀 듣더라도 말이다..
그게 가짜 보다는 훨씬 낫지 않을까...
나부터 말이다.. 진짜 나부터..
20021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