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편지

    새벽에 깨어나
    반짝이는 별을 보고 있으면
    이 세상 깊은 어디에 마르지 않는
    사랑의 샘 하나 출렁이고 있을 것만 같다
    고통과 쓰라림과 목마름의 정령들은 잠들고
    눈시울이 붉어진 인간의 혼들만 깜박이는
    아무도 모르는 고요한 그 시각에
    아름다움은 새벽의 창을 열고
    우리들 가슴의 깊숙한 뜨거움과 만난다
    다시 고통하는 법을 익히기 시작 해야겠다
    이제 밝아올 아침의 자유로운 새 소리를 듣기 위하여
    따스한 햇살과 바람과 라일락 꽃향기를 맡기 위하여
    진정으로 진정으로 너를 사랑한다는 한마디
    새벽편지를 쓰기 위하여
    새벽에 깨어나
    반짝이는 별을 보고 있으면
    이 세상 깊은 어디에 마르지 않는
    희망의 샘 하나 출렁이고 있을 것만 같다

                     <곽재구>



이 시는 항상 내게 희망의 느낌이었다.
시란 건.. 읽을 때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이 시는 늘.. 희망을 얘기하고 있다고 느꼈었다.
 
오늘 읽는 이 시는..
내가 꼭 생각해고 넘어가야 하는 것 한 가지를 말해준다..
'고통하는 법을 익혀야 한다는 것'

지금 모조리 갈팡질팡인 이유는..
내가 고통하는 법에 관해 알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이 시는 말해주고 있다..

고통하는 법.. 그걸 어떻게.. 익혀야 할까..
어떻게 하면 말발굽에 질근질근 밟히는 것만 같은
이 상태를 벗어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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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니 2004-12-08 1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기하다,

나도 읽으면서 딱 그 문장만 꽂혔는데... 음음

rainy 2005-01-04 14: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기해? 새삼 신기하긴 ^^

올해도 '행복찾기' '사랑찾기'에 지치지 않기~
 

 

          가을 집짓기


              

     돌아가야지


     전나무 그늘이 한 겹씩 엷어지고


     국화꽃 한 두 송이 바람을 물들이면


     흩어졌던 영혼의 양떼 모아


     떠나온 집으로 돌아가야지


     가서 한생애 버려뒀던 빈 집을 고쳐야지


     수십 년 누적된 병인을 찾아


     무너진 담을 쌓고 창을 바르고


     상한 가지 다독여 등불 앞에 앉히면


     반월처럼 따뜻한 밤이 오고


     내 생애 망가진 부분들이


     수목으로 떠오른다


     단비처럼 그 위에 내리는 쓸쓸한 평화


     한때는 부서지는 열기로 날을 지새고


     이제는 수리하는 노고로 밤을 밝히는


     가을은 꿈도 없이 깊은 잠의


     평안으로 온다


     따뜻하게 손을 잡는 이별로 온다



                       <홍윤숙>

 

 

한때는 부서지는 열기로 날을 지샜던..

어디가 부서지는 지도 차마 몰랐던..

 

수십년 누적된 병인을 찾아

무너진 담을 쌓고 창을 바르면..

 

허접하게 삐걱이는 내 생에도

꿈없이 깊은 잠의 평안이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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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복 . 2



      바람없이 눈이 내린다


      이만큼 낮은 데로 가면 이만큼 행복하리


      살며시 눈 감고


      그대 빈 마음 가장자리에


      가만히 앉는 눈



      곧 녹을



                 <김용택>

 

 

곧 첫눈이 내릴 것이고.

나는.

설레이지 않는다, 설레이지 않는다.. 했다.

설레이지 않는다..라고 생각하면서

나는 조금씩 설레어 갔다.

병이다.

이런 시가 세상에 있으면..

잊었던 설레임도 금방 가까이 다가와 옆에 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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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니 2004-11-19 1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히히, 그럼 그렇지.

 

 


        갈꽃이 피면



    갈꽃이 피면 어이 하리.


    함성도 없이 갈채도 없이, 산등성이에


    너희들만 눈부시면 어이 하리.


    눈멀고 귀멀어, 하얗게 표백되어


    너희들만 나부끼면 어이 하리.


    아랫녘 강 어귀에는 기다리는 처녀.


    아직껏 붉은 입술로 기다리는 처녀.


                  <송기원>

 

속절없이.. 속절없이.. 기다리는 건..

권태가 아니라면 무엇이라도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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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부짖지 않았다.
일도 쉬지않고, 술도 안마셨다.
살이 찌지도, 야위지도, 수다도 떨지않았다.

무서웠던 것이다.

그 중 하나라도 하면 현실로 정착해버린다.

-에쿠니 가오리 '낙하하는 저녁' 중에서 -

무슨 얘긴지 너무 잘 알 것 같은 이야기들이 있다.

의사소통의 즐거움 쪽에 가까운 것이 아닌,

대충 느낌으로만 뿌옇게 알 것 같은 것들이

순간 손에 잡힐 듯 선명해 질 때..

그럴 때 어떤 이야기들은 너무 잘 알아 먹겠는 것이 오히려

두려운 마음을 불러 일으켜 잔뜩 겁을 집어 먹게 만드는 것 같다...


자기 자신과의 대화에서

어떤 부분에 관해서는 얘기를 툭 터놓고 하는 것을

조금 미루거나, 생략하거나 하는 것이

내 마음과 생활에 여러모로 도움이 될 때가 있는 법이다..

가능하다면 때로 어떤 것은 자기 자신도 감쪽같이 속일 필요가 있는 것이다.


대놓고 표면화 시켰을 때

그 후유증이 자신의 힘으로는 겉잡을 수 없이 커지는 것보다야

머리나 가슴 한쪽은 남의 것인냥 모르는 채로 내버려 두는 것이

살면서 몹시도 필요한 일이구나.. 할 때가 있다.

그게.. 지금이다.. 난 나름 잘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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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니 2004-10-25 0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이거 읽었구나.
난 좀 별로였던 기억 뿐. 내용도 구절도 기억이 안나네.. ㅉㅉ

rainy 2004-10-25 0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은 안 읽었어^^::
이 부분이 이너넷에서 돌더만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