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집짓기


              

     돌아가야지


     전나무 그늘이 한 겹씩 엷어지고


     국화꽃 한 두 송이 바람을 물들이면


     흩어졌던 영혼의 양떼 모아


     떠나온 집으로 돌아가야지


     가서 한생애 버려뒀던 빈 집을 고쳐야지


     수십 년 누적된 병인을 찾아


     무너진 담을 쌓고 창을 바르고


     상한 가지 다독여 등불 앞에 앉히면


     반월처럼 따뜻한 밤이 오고


     내 생애 망가진 부분들이


     수목으로 떠오른다


     단비처럼 그 위에 내리는 쓸쓸한 평화


     한때는 부서지는 열기로 날을 지새고


     이제는 수리하는 노고로 밤을 밝히는


     가을은 꿈도 없이 깊은 잠의


     평안으로 온다


     따뜻하게 손을 잡는 이별로 온다



                       <홍윤숙>

 

 

한때는 부서지는 열기로 날을 지샜던..

어디가 부서지는 지도 차마 몰랐던..

 

수십년 누적된 병인을 찾아

무너진 담을 쌓고 창을 바르면..

 

허접하게 삐걱이는 내 생에도

꿈없이 깊은 잠의 평안이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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