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재구시인의 <새벽편지>에 댓글을 귓속말로 달아주신 분에게..
귓속말 하신 분.. 우리는 어떤 단어를 쓸 때.. 조심하고 심사숙고해야 합니다.
제가 알라딘에 올리는 글들은 제 일방적인 글들로써
'나는 이렇다, 나는 이렇게 생각 한다' 류의 글이기 때문에
읽으시는 분들은 '아 그럴 수 있겠구나' 또는 '내 경우에는 그렇지 않은데..'
정도로 넘어갈 수 있는 류의 글들이지요.
어떤 논쟁의 소지가 있는 글들은 조금 다르겠지만
대부분은 상대의 생각 - 나와 같거나 혹은 다른 - 을 읽는 것이지요.
그것이 내 생각을 쓰는 것이기 때문에 그래서 그 책임이
온전히 저에게 속해있는 것이기에 오히려 자유로울 수 있는 것이구요..
하지만 님의 글은 특정한 누군가에게 뜻을, 글을 전달하는 것이므로
그 이전에 충분히 두 사람 사이에서 어떠한 단어에 대한 합의가
전제되어 있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두 사람의 역사 속에 그것들은 녹아 있겠지요.
똑같이 '파랑색'을 얘기하고 있다고 해도
누군가와 얘기할 때 '파랑색'은 '슬픔'을 내포하고 있기도 하고,
또 다른 누군가와 얘기할 때 '파랑색'은 '희망'을 뜻하기도 하니까요..
예를 들어 '사랑'이란 말이나 ‘우리’라는 단어를 전달할 때는
두 사람이 그 단어에 대해 똑같은 느낌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그 느낌은 어떤 경우는 신념, 가치관, 두 사람의 역사를 포함에
아주 강경한 것일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극단적인 예이지만 헤어지기 일보직전의 남녀가 있다고 할 때
한 사람은 ‘사랑하기 때문에 헤어진다’라는 말에 속한 쪽이고
한 사람은 ‘사랑한다면 절대로 헤어질수 없다’라는 속한 쪽이라면
그 두 사람이 동시에 ‘사랑한다’고 말했다 해도
결과는 사뭇 다르게 나타날 수도 있을 테니까요.
글을 쓰다보니 너무 멀리 돌아왔다 싶습니다.
말이나 글이 길어지면 처음에 하고 싶었던 말은 급히 건너뛰고
다른 얘기를 하고 있을 때가 종종 생기기도 하지요.
제가 처음으로 하고자 했던 말이 어떤 것이었나 되짚어 보지만
사실 그것이야말로 그다지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후의 햇살은 너무 강력해서.. 눈앞을 너무 부시게 해서
지금 쓰는 이 글의 마무리를 저녁으로 미룰까도 생각하지만
그저, 서둘러 마무리를 하고 마음을 개운히 비우는 것이
여러모로 낫다는 생각이 드는 군요.
저는 항상 생각합니다.
말이나 글.. 그 이전에 어떤 마음의 진정성..
그것이야말로 내가 굳이 글을 쓰고, 누군가에게 말을 하는 이유일 것이라고..
어떤 절실함, 어떤 결백함.. 그런 것들을 저는 사랑합니다.
그건 꼭 말로, 글로 표현되지 않아도 이미 그것으로 충분한 것들이기도 하지요.
그 자체로 생명력을 가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글이나 말은 그 다음에 서는 것입니다.
제가 글을 쓰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그 절실함과 결백함을 오래 내 것으로 지켜내고 싶다는 욕심 때문이지요.
자기가 쓰는 글, 자기가 하는 말이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한번도 그것에 대해서,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거듭 진지하게 생각할 기회를 가져본 적 없으면서
그저 입 밖으로 내 뱉는 말들은 공허할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말들은 재활용조차 할 수 없이 망가진.. 쓰레기 같다고.. 감히..
처음 하려던 말은 간단하고도 짧은 것이었는데
쓰다보니 길어져서 페이퍼에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