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퍼에 슬픔과 병에 관한,
자신에게 기어코 상처를 내고야 마는 것에 관한
글을 올리고 난 후였다.
지인과 메신저로 이 얘기 저 얘기를 한가롭게 주고받고 있을 때
그로부터 배우 이은주가 자살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은주.
늘 얼굴 한편에 허무함을 지워내지 않던
생긴 것이 내 타입은 아니었던
나이답지 않게 어둡고 칙칙한 느낌이
왠지 모르게 싫어서 외면하고 싶어지게 만들던..
하지만 또 왠지 아주 관심이 없게 무시되거나 하지는 않던
나에겐 묘하게 작용했던..
진지하고 길게 생각하는 건 피했지만
그건 그 여자 핏속의 어떤 성분과 내 핏속의 어떤 부분이
아주 약간이나마 일정부분 같아서 일거라고 혼자 잠깐 생각하기도 했던.
그래서 아예 관심을 끊을 수는 없었지만
그래서 결코 마음편히 좋아지지 않고 나를 불편하게 했던..
그녀가 자살을 했단다.
하필이면 목을 매어..
그 얘기를 듣는 순간 놀랍지 않았다는 것에 잠깐 당황하고
영화 주홍글씨의 한 부분이 동시에 떠오르면서 소름이 끼쳐오고
하필이면 막 내가 그런 내용의 페이퍼를 작성했었다는 것에 생각이 닿고..
창밖에 흩날리는 .. 눈이 .. 하염없고..
하늘의 두께가 어두워 숨이 막힐 듯 한 느낌..
누군가의 죽음 뒤에서
추측이나 이해.. 그런 것은 부질없다.
아니 하지 않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나는 단지..
평안을 얻었길 기원한다.
그녀가 가 닿은 곳은 불안과 상처가 없는 곳이길..
평안 이외의 것들은 아무것도 남지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