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이에게]


잘 가게

뒤돌아보지 말게

누구든 돌아보는 얼굴은 슬프네


눈이 오는 날

가끔 들르게


바람도 무덤이 없고

꽃들도 무덤이 없네



[머무는 이에게]


보라

눈이 내린다

칼날과 칼날 사이로

겨울이 지나가고

개미가 지나간다

칼날 위를 맨발로 걷기 위해서는

스스로 칼날이 되는 길뿐

우리는 희망 없이도 열심히 살 수 있다.

 

 (메모 - 정호승의 시 -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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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내린다.

도시는 흉년.

세상은 고요하다.

누구든 돌아보는 얼굴은 슬프지만

제자리로 돌려진 얼굴은 수만 가지 얼굴이다..

제자리로 돌려지고도 슬픈 얼굴이 늘 문제다.

슬픔은 병을 만든다.

그 병이 또 슬픔을 만든다.

슬픔과 병 사이에서 외줄을 타는 사람이 늘 문제다.

무덤을 가지지 못한 것들의 슬픔이 늘 문제다.


세상과 사이좋게 살아가지 못하고

따스하고 안전한 것에는 겁을 먹는 사람들.

맨발로 칼날 위를 걷고야 마는 사람들.

스스로 칼날이 되기를 주저하지 않는 사람들.

그 스스로의 칼날로 타자가 아닌 자신을 베고 마는 사람들.

그렇게 흘린 피만이 온전히 따뜻하다고 안심하는 사람들..


그런 이들에게도 희망은 필요하다..

희망없이 열심히는.. 그런 이들에게도 너무 가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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