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겐 너무 나빴던 금자씨와 찬욱씨]


칼부림과 피범벅이 너무 심했다는, 단지 그래서 싫었다는 얘긴 아니다.

이제 복수3부작의 완결편을 만들면서

보여줄 수 있는데 까지 가보자고 마음먹었겠단 것도 이해 간다.

그런데 정말 자기가 가고 싶은 곳을 마음껏 간 것일까?

박찬욱 감독이 중간에서 어영부영 길을 잃을 타입이 아니란 걸 알겠다.

그래서 나는 정말로 박찬욱이 무서워져 버렸다.

보여주고 싶은 게 넘쳐 잠깐씩 길을 잃었을 거라고 생각하면

오히려 조금은 마음이 편할 것 같다.

형식에 관해 얘기해야할지, 내용에 관해 얘기해야할지,

잠깐 난감해진다.

영화의 후반부 내내 나는 몹시 불편했고, 거의 구역질이 날 지경이었다.

박찬욱은 영화 내내 말하는 듯 했다.

이제 내 방식의 과감함을 마음껏 펼쳐 보여줄테니

너희들 두 눈 똑바로 뜨고 잘 보아라 하는 불편한 거만함으로..

사람들은 대부분 친절모드가 이영애에게 너무 잘 어울리고

사악모드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 잘 한 건 알겠지만 절대 어울리진 않는다고 말하지만

나는 아닌 것 같다. 그게 이입인 걸까. 그만큼 이영애가 잘 해낸 걸까.

복수시리즈의 전작들에선 누구도 이해가지 않을 만큼 무작위로 나쁜 짓을 하는 사람은 없었다.

거기선 누구나 다 피해자였다. 잔인한 인생의 장난질에 어이없이 걸려든 피해자.

하지만 친절한 금자씨에서는 상처를 입고 복수를 결심하는 금자씨도,

원래 토나오게 나쁜 인간 백선생도 하물며 아이를 유괴당한 부모들까지도...

구역질이 날 것만 같았다.

아, 나는 너무 단순무식하게도 악한 사람을 벌할 자격이 있는 사람은 오직 착한 사람뿐이라고

생각하고 있나보다..  그래 나는 그렇다.

이제 금자에겐 누가 복수할 것인가.

나를 잠시나마 정서적 패닉 상태로 몰아넣고, 또 아이를 잃은 부모들을 그렇게 놀림감을 만들어버린

제기랄 친절한 금자씨로부터 입은 누더기가 된 나의 정서를 위해선 누가 복수하냔 말이다..

종교를 놀려먹고 - 종교만큼 놀려먹기 쉬운 대상이 또 있을까 -

아이들의 유괴로 이미 제정신으로 살기는 글러먹은 부모들을 놀려먹고..

꼭 그래야 직성이 풀렸을까.

원래도 그런 거 의연하게 대하진 못하지만 아이를 기르면서는 특히나 아이들에 관한

질병, 사건과 사고 등은 도무지 제정신으로 접할 수가 없다.

마치 들여다보면 현실이 되고 말 듯한 불길함에 눈을 돌리게 된다.

그래서였을까. 영화가 힘들었던 건 단지 유괴라는 사건을 , 그 현장을 , 그 참혹함을

너무 자세히 들이대고 보여줘서?

그 부분 때문에 나는 필요이상으로 반응하고, 필요이상으로 거부하는 것일까..

복수를 하겠다는데, 그것도 자기가 원하는 방식으로 하겠다는데

제 삼자가 이러쿵 저러쿵 할 일은 아니다.

하지만 금자를 이해하는 건 나로선 무리다. 하지 않겠다.

나는 영화 친절한 금자씨에 관해선 절대로 친절하고 이성적으로 영화를 보고난 소감을

얘기하고 싶지 않다.

빛을 발하길 오래 기다려온 그래서 반가웠던 박찬욱의 영화 재능도, 그의 끈기도,

지금은 쳐주고 싶지 않다.

너무도 화려하고, 슬프고, 인상적이었던 음악도..

 

사족 - 정말이지 떼거지로 달겨드는 까메오들은 뭐란 말인가.

그게 유머고, 그게 영화의 잔재미라고? 안 그래도 몰입하기 힘들 상황에서

흐름을 툭툭 끊는 그 익숙한 얼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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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니 2005-08-21 1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차이는 거기 있었나보다.
나는 애시당초 이해 같은 건 염두에 두지 않고, 미학적인 것만 두고 보겠다는 심보로 내내 앉아 있었던 거 같네
금자에게 누가 복수해주겠나... 라고 생각해본다면, 찬욱씨는 금자의 딸이 있지 않냐고 하겠지...
그리고 불편함을 얻은 우리들에겐 어떻게 할 거냐고 묻는다면,
찬욱씨는 또, 그럼 안 보면 되잖냐고 하겠지...
그런 사람인거 같아서, 정이 안가나봐.

rainy 2005-08-22 1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이미 알고 있는 거지만, 참 결정적인 것에 휘둘리는 사람이란 생각을 했어.
전체적으로 두루두루 파악한 것들, 느껴지는 것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난 결정적인 것에 좌우되는 사람인 것 같다고..
사람도, 책도, 영화도, 사물도.. 늘 나를 흔드는 것은 어떤 결정적인 것..
좋은 것도, 싫은 것도.. 극단적으로 표현하게 되는 것이 그 때문인 것 같아..
어린애들이 우기듯.. 다른 것은 다 소용없어져버리게 만드는.. 결정적인 것..
 

올드보이를 보러 극장에 가서
<말죽거리 잔혹사>의 예고편을 보았다.
권상우..으 어설프게 느끼해.. 이정진..이쪽이 싫은 건 더 심해..
한가인.. 와.. 이쁘다.. 근데 인형같아..
거기다 “우리들의 학원액숀로망.. 말죽거리 잔혹사”라는
한가인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으.. 자극적인 제목을 골라내느라 꽤나 애썼군.. 하는 생각이 들면서
주는 거 없이 미워진다는 말처럼, 극장에서 볼일은 없겠다 싶었다.
하지만.. 영화보기에서의 운명은 늘 그렇듯이,
무슨 일이 있어도 꼭 극장에서 봐야지 했던 영화를
놓치는 경우가 있는 것처럼,
이래저래 시간과 여건이 맞아떨어지면
볼 일 없겠다는 영화도 보게 되는 법..

그래서 나는 <말죽거리 잔혹사>를 보러 갔다.
결과는 기대 이상..
감독이 누군지도 모르고 성의 없게
영화를 본 것조차 미안해질 정도로..

군데군데 견딜 수 없게, 쪽팔리게 눈물이 핑 돌았고
“대한민국 학교 다 좆까!”라는 외침은 정말이지
학교란 곳을 다니는 내내 돌덩이처럼
가슴 한 구석에 자리하고 있었던 외침 아니었을까..

그래 맞아.. 맞고 말고..
대한민국 학교는, 대한민국에서 청춘으로 산다는 것은..
이상한 속수무책 또라이가 되느냐,
어설픈 흉내쟁이가 되느냐의 양갈림길..
제3의 길은 아예 존재 자체가 없는 셈 쳐지는.. 이상한 나라..

고등학교를 졸업한지 어언 20년이 다 되어 가는데도
그 참을 수 없었던 억압과 일방적이었던 그 때 그 시절이
아직도 생생한 아픔으로, 악몽으로 남아있다니..
아직 덜 자란 탓이겠지..
아직도 사는데 연습이 부족한 탓이겠지..

영화는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라고 한다.
역시 글이든, 영화든, 자기가 가장 잘 아는,
자기가 가장 하고픈 이야기만큼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편안하게 젖어들게 하는 법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군데도 어색하게 오버하지 않고,
그 시대의 자잘한 소품들을
의식적으로 꿰어다 짜맞춰 놓은 것도 아닌,
하고픈 이야기가 목구멍까지 차올라..
솔직하고 진지하게 이야기를 풀어내는 사람 앞에서는
속수무책 무장해제 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권상우도 적역을 만나..
어설프고 요령없는 청춘의 모습을 잘 그려내었고,
이정진, 한가인도 나름 제 몫을 해 내었다 싶다..
떠올리기만 해도 어깨가 움츠려드는
그 선도부장도 무게감이 있었고..
제목은 정말이지.. 잔혹사 이지 않을 수 없었겠다..

청춘의 한 시절.. 단 한번도
잔혹한 시절을 거슬러 오르려 애쓴 적 없는 사람은..
여기서 놀고 있지 말고.. 나가라!
나도 그 시절 힘들게 겪었어..라고 말하며
섣불리 공감하는 척 하는 사람은 더 화난다...


유하의 시 중 한 편을 옮겨 놓으며 글을 끝맺음 하려한다.

      
             학교에서 배운 것


    인생의 일할을

    나는 학교에서 배웠지

    아마 그랬을 거야

    매 맞고 침묵하는 법과

    시기와 질투를 키우는 법

    그리고 타인과 나를 끊임없이 비교하는 법과

    경멸하는 자를

    짐짓 존경하는 법

    그 중에서도 내가 살아가는 데

    가장 도움을 준 것은

    그 많은 법들 앞에 내 상상력을

    최대한 굴복시키는 법


             <유하>

2004년 1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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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다 - 화려한 화랑에서 길을 잃다]


어째서 프리다 칼로의 일생을 다룬 영화가 이렇듯 밋밋할 수 있지?

저 여자가 정말 저렇게 많이, 활짝 웃으며 삶을 보냈을까? 우매한 궁금증..

화려한 색채들, 감각적이고 재기발랄한 연출에도 불구하고

끝끝내 속마음은 제대로 말하지 않고 겉도는 대화만 나누던 친구와

두시간 마주 앉았다 일어난 듯한 ‘이건 아닌데’의 느낌..

멋지고 잘 만든 영화임에 분명한데 왜 이리 궁시렁대게 되는지..


가슴을 울림이 왔던 기억은.. 그녀가 어떤 순간에도 그림을 그렸다는 것..

자기 가슴을 짓누르는 깁스에 조차도..

살면서 모든 생의 장면들을, 상처들을 그림으로 척척 만들어내는 그녀..

그녀에게 상처는 극복의 대상이 아니라 친구처럼, 가족처럼 함께 지내야하는 것이었을까..

고백하자면 난 전기영화에 대해 유달리 맥을 못추고 매혹된다.

그것이, 드라마틱한 삶이 실제라는 것이 날 맥 못추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 실제라는 것의 한계 때문에 늘 극장을 나설 때는 기분이 영 그랬던 것 같다.

몇몇.. 벅찼던 영화를 제외하고 나면(아.. ‘내 책상위의 천사’).

그 실제라는 건.. 내 협소하고 정리 안된 부엌에서는

‘여자라서 행복해요’라는 감탄사가 나올 수 없는 것과도 같은 것이다.


하지만 난 또 실제를 포기하지 않고 매혹당할 준비가 되어 있다.

삶은..실제는.. 너에게도 또 나에게도 여전히 진행형이므로..



(사족)

안토니오 반데라스는 왜 쓸데없이 나와서 날 궁금하게 만들었단 말인가..

미리 우정출연 정도라는 걸 알고만 있었어도

저 둘의 로맨스는 언제 시작되는 거야? 하는 딴생각을 내내 하고 있지 않아도 되었을텐데...

에잇.. “그런 편견은 버렸어야” 하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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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치 미 이프 유 캔]


분명 쫒기는 자와 쫒는 자에 관한 영화로 알고 보았지만..

왜 따스한 가족영화를 본 듯한 뒷맛일까..


탐 행크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나오는 영화를 보았는데..

왜 크리스토퍼 월큰만 가슴에 여운을 남길까..


쫒는 자는.. 점점 쫒기는 자를 이해하는 것처럼 보이고,

쫒기는 자는.. 점점 잡히기라도 하길 원하는 것처럼 보이고,


자기를 이해하는 유일한 사람이 자기를 쫒고 있는 경찰이라면..

그래도 너무 외로운 날 전화할 데라곤 그 사람밖에 없다면..

디카프리오가 연기하는 프랭크가 소년이라고 자꾸 생각이 되자..

어쩔 수없이 측은지심이 발동할 수밖에 없더라는..

내가 엄마가 아니라도 포커스가 거기 맞춰졌을까를 잠시 생각..

주말.. 무조건 재미있고 유쾌하고 재기발랄한 영화를 보고 싶었던

나의 선택에 후회는 없을 만큼 재미있게 보았고,

테잎 두개짜리의 영화가 전혀 길게 느껴지지 않았지만..


아무래도 다른 건 다 금방 잊혀질 듯 하고..

프랭크의 아버지만 오래 마음에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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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니 2004-07-26 1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니까 우리처럼 파더 컴플렉스에 시달리는 사람들에겐 프랭크 아버지가 으흐흑...
 

[흑수선 - 아깝지만 괜찮아..]


영화를 얘기하려면 배창호 감독에 관한 얘기를 먼저 해야 할 것 같다.

다른 사람들이 한국영화는 다 시시하다고 얘기하던 시절이었다.

스무 살이 채 안되었던 나는 그의 [꼬방 동네 사람들]을 봤다.


어둡고 불운한 사람들, 어쩔 수 없는 운명에 휩쓸리면서도

서로를 향한 끈을 결코 놓지 않던 그의 주인공들을 보면서

그 시절의 나는 사랑이라는 건 저렇게 복잡한 것이구나...

또 인생이라는 건 저토록 덫 같은 것이구나..하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후로 [고래사냥1], [깊고 푸른밤], [기쁜우리젊은날], 그리고 [젊은남자]까지..

배창호의 영화들은 대부분 내 정서와 일정부분 잘 맞았고

나는 배창호 감독의 정서를 편안히 수용하면서 그의 영화를 봐왔던 것 같다.

그건 [흑수선]을 보고 난 지금도 크게 변함이 없다..


[흑수선]..

내가 너무 기다려했던 탓일까? 배창호감독도 너무 설레었던 탓이었을까?

우리 앞에 오랜만에 나타났기 때문에 할 말이 너무 많았고 그걸 정돈할 여력이 없었던 탓일까?

우리가 오랜만에 그리운 사람을 만나면 마음이 급한 마음이 앞선 탓에 

무슨 얘기부터 해야 할지 모르는 것처럼...


현재시점에서 일어난 살인사건과 오래전 황석과 손지혜의 운명에 휩쓸리는 사랑이야기...

이 두 가지 상황을 함께 풀어 가면서 비중을 거의 비슷하게 두고 있다보니...

어떤 것에 중점을 두어야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는 것 같았다.. 안타깝게도..


차라리 배창호의 장기인 인간의 감정이야기에 비중을 더 두었더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황석과 손지혜의 그 오래고 운명적인 사랑은 너무 간단히 설명을 하는 바람에

감정이 전달되는 것이 아니라 그저 그랬었구나 하는 정보로만 받아들여졌고

이정재가 풀어나가는 현재 상황들은 억지스러울 정도로

너무도 잘 맞춰 돌아가 비약이 너무 심하지 않은가라는 생각이 들었고..


아마 배창호 감독이 만든 영화가 아니었으면 난 그저 그럭저럭

듬성듬성 틈이 많지만 스케일이 큰 영화 한편을 보았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배창호 감독은 더 잘 만들어야 했다.. 그는 배창호니까...


이정재는 열심히 맡은 바 역할을 아주 잘 소화해내었다.

그는 무럭무럭 자라는 한 그루의 나무처럼 내게 기분 좋은 신뢰와 만족을 준다..

하지만 나는 이정재가 섬세한 역할을 맡았을 때 그의 좋은 느낌이 십분 발휘된다고 느낀다.

그의 윤곽이 강한 얼굴이 섬세한 감성을 드러낼 때

바로 그때만큼 기분 좋은 느낌을 받는 경우도 흔치 않으니까..


그리고 안성기... 그처럼 존재만으로 우리를 압도해오는 배우가 또 있을까?

그가 없었더라면 [흑수선]은 절대 무게중심을 잡을 수 없었을 것이다..


이미연... 난 이미연의 자연스러움을 예뻐하는 편이지만..

70먹은 노파역을 하면서도 초콜렛 cf를 찍는다고 착각한 건 아닌지...

[나라야마부시코]에서 어떤 여배우는(아..이름을 기억하지 못함이 죄송하다)

이가 빠진 노파역을 자연스럽게 하기 위해 생니를 뽑기까지 했다던데..

그녀만 제대로 인생의 긴 여정을 자연스럽게 보여주었어도

영화가 끝난 뒤 조금은 두 사람의 운명에 가슴이 아팠을 것을...


2002 06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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