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다 - 화려한 화랑에서 길을 잃다]


어째서 프리다 칼로의 일생을 다룬 영화가 이렇듯 밋밋할 수 있지?

저 여자가 정말 저렇게 많이, 활짝 웃으며 삶을 보냈을까? 우매한 궁금증..

화려한 색채들, 감각적이고 재기발랄한 연출에도 불구하고

끝끝내 속마음은 제대로 말하지 않고 겉도는 대화만 나누던 친구와

두시간 마주 앉았다 일어난 듯한 ‘이건 아닌데’의 느낌..

멋지고 잘 만든 영화임에 분명한데 왜 이리 궁시렁대게 되는지..


가슴을 울림이 왔던 기억은.. 그녀가 어떤 순간에도 그림을 그렸다는 것..

자기 가슴을 짓누르는 깁스에 조차도..

살면서 모든 생의 장면들을, 상처들을 그림으로 척척 만들어내는 그녀..

그녀에게 상처는 극복의 대상이 아니라 친구처럼, 가족처럼 함께 지내야하는 것이었을까..

고백하자면 난 전기영화에 대해 유달리 맥을 못추고 매혹된다.

그것이, 드라마틱한 삶이 실제라는 것이 날 맥 못추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 실제라는 것의 한계 때문에 늘 극장을 나설 때는 기분이 영 그랬던 것 같다.

몇몇.. 벅찼던 영화를 제외하고 나면(아.. ‘내 책상위의 천사’).

그 실제라는 건.. 내 협소하고 정리 안된 부엌에서는

‘여자라서 행복해요’라는 감탄사가 나올 수 없는 것과도 같은 것이다.


하지만 난 또 실제를 포기하지 않고 매혹당할 준비가 되어 있다.

삶은..실제는.. 너에게도 또 나에게도 여전히 진행형이므로..



(사족)

안토니오 반데라스는 왜 쓸데없이 나와서 날 궁금하게 만들었단 말인가..

미리 우정출연 정도라는 걸 알고만 있었어도

저 둘의 로맨스는 언제 시작되는 거야? 하는 딴생각을 내내 하고 있지 않아도 되었을텐데...

에잇.. “그런 편견은 버렸어야” 하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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