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책
박민영 지음 / 지식의숲(넥서스) / 2005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독서가는 독서 행위에서 책을 ‘매개’로 삼을 뿐 ‘주체’로 삼지 않는다.
독서가는 자기 자신을 주체로 삼는다. 

인간의 사유가 언어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독서가는 언어의 성찬인 책을 읽는 것일 뿐이다.  


진정한 독서가에게 모든 책은 참고문헌일 뿐이며,
책에 있는 텍스트를 발견하는 데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참고로 하여 자기 내부의 텍스트를 발견하는 것이 목적이 된다.
..

∥..본문 中..∥

 

언젠가부터 책읽기는 내 일상의 한 부분이 된 듯하다. 그렇다고 내가 열렬한 독자이면서 고급 독서가라고 할 수는 없다. 다만, 이제 조금 책읽기가 어떤 것인지 감이 잡히는 과정을 지나고 있는 것 같다. 가령, 예전에는 흥미나 재미위주로 혹은 어떤 정보나 지식을 습득하기 위한 방편으로 책읽기를 해왔다면, 요즘은 자발적인 지적 호기심 때문에 궁리하고 모색하며 책읽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아직도 독서편식이 심한 편이긴 하지만 늘 내 손에는 책 한 권이 들려 있어서 오직 그것만으로도 왠지 위안과 안심이 되고 즐겁고 힘이 나는 듯해서 좋다.  


『책 읽는 책』은 책읽기에 관한 책이다. 어떻게 하면 책에 흥미를 붙일 수 있는지부터 꾸준한 독서를 이룩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과정을 저자의 경험에 빗대어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또한 고급 독서가로 발돋움하기 위해서 내재되어야 할 필요사항을 제시하고 더불어 책읽기 초보자(?)들에게 좋은 길잡이 역할을 해준다. 공감하는 부분이 많아서 읽는 즐거움도 컸던 책이고, 배우고 익혀둘 만한 좋은 습관들도 많아 아주 의미 있는 책읽기가 된 것 같다.  


다분히 책읽기에 관한 어떤 기술적인 면만을 강조한 것은 아니다. 책이 갖는 의미에 대해 깊이 고찰한 흔적이 짙고, 책이 갖는 의미와 그 책을 읽음으로써 자신과 어떤 관계를 맺는지에 대해서도 말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책은 부분이면서 전체인 것이다. 또 수단이면서 목적인 것이다. 이러한 모순이 가능한 이유는 결국 그 책을 읽는 자신의 생각과 결합하여 자신만의 가치관과 세계를 인식하는 독자적인 시각을 창조해나가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결국 아무리 좋은 책이라도 그저 ‘책’일 뿐이고, 스스로 그 책을 읽고 해석하고 자신의 생각을 창조하는 ‘주체성’이 없다라면 책은 의미 없는 시간 속을 부유하는 무수히 많은 텍스트 중 하나에 불과한 게 아닌가 싶다.  


책을 통해 우리는 무수히 많은 질문을 던지게 된다. 그 질문들 속에는 세계에 대한 의구심이 다량 함유되어 있는 듯하다. ‘정말일까?’로 시작해서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일련의 명제들에 딴지(?)를 걸듯 스스로 묻고 답하고 되묻기를 반복한다. 그런 시간이 축적되어 앞서 인용한 부분처럼 ‘자기 내부의 텍스트’를 발견하게 된다. 그것은 자신의 독자적인 생각이며 사고를 바탕으로 생산된 하나의 창조물인 것이다. 이처럼 우리는 책을 통해 유용한 정보와 지식을 축적하면서 그것을 가지고 자신만의 색과 시각을 빚는 방법을 배우는 도공과 같은지도 모른다.

결국 책은 세상과 소통하는 매개체 중 가장 성실한 방법이 아닐까. 책 속의 텍스트를 그저 읽고 머릿속에 담는 것에 머물지 않고 그렇게 받아들인 텍스트는 어떻게든 내 사고와 관계를 맺게 되는 듯하다. 하나의 지식이나 정보의 형태로 잠재되어 있다가 불현듯 스파크를 일으키며 새로운 시각을 빚어내기도 하고, 끊임없는 사색을 통해 깨달음을 낳기도 하는 책은 정말이지 나와 관계 맺는 그 순간부터 알게 모르게 끊임없이 작동하는 게 아닌가 싶다. 이처럼 책을 통해 우리는 자신만의 텍스트를 성실하게 생산하고 피드백을 통해 수정하고 다시 좀 더 나은 재생산을 반복하는 건지도 모른다. 인간의 의식과 가장 궁합이 잘 맞는 것 또한 책이 아닐까 싶다.  


문득 이런 상상을 해본다. 내 손에서, 내 일상에서 책이 사라진 모습을. 지금당장에야 그게 가능하지 않을, 코웃음 칠 상상이라고 생각하지만, 사람 일이란 게 어떻게 될지 누가 알겠는가. 책 좀 읽는다고, 읽었다고 자만하거나 편견 혹은 독단에 빠지지 않기를 바라고 노력할 따름이다. 그저 평범한 독서가일 뿐이지만 좋은 시력만큼은 유지하고 싶은 바람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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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9-09-15 2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안에 공감가는 부분이 많네요....결국 책도 자기세계를 만들어 가는 수단이 되어 주는 그 무엇...리뷰에 요점이 잘 되어 있어서 안 읽어도 되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는데, 디테일이 또 궁금해지네요...요췤!

ragpickEr 2009-10-22 22:16   좋아요 0 | URL
제로님^^*

저도 어느 이웃님의 추천으로 읽게 되었는데요~괜찮은 내용이 많더라구요~^^*

영양가 없는 낙서인걸요..^^*; 늘 좋게 봐주셔서 쌀쌀한 날씨에도 늘 후끈거립니다~으흐흐흐^^*;

디테일..후훗.. 제가 가지고 있다면 드리고 싶지만..^^*;
이미 제 손을 떠난 책이라서..아쉽습니다~요췍~! 으흐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