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aydream 3집 - Melody Tree
The Daydream 연주 / Kakao Entertainment / 2006년 9월
평점 :
품절


 

그것이 꿈이었는지, 전혀 꿈이 아니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다만 분명한 것은 내가 어떤 ‘나무’ 한 그루를 ‘보았다’는 것이고, ‘만졌다’는 것이다. 그 크기를 가늠할 수는 없었지만 분명 ‘안았다’는 것을 알 뿐이다. 어떤 오묘한 느낌에 이끌려 살포시 귀를 대고 ‘들었다’는 걸 기억할 뿐이다. 아니, 분명 나는 귀를 대고 한참을 그렇게 들었으리라. 어쩌면 며칠 혹은 몇 달을 그런 채로 있었던 건지도 모를 일이다.

【A Princess Of Goguryeo】
구슬픈 가락을 들었던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다. 누군가를 향한 그리움이 가득 담긴, 꼭 그런 느낌의 멜로디였던 것 같다. 마치 어여쁜 한 소녀가 떠난 임을 그리워하며, 옹달샘에 쪼그려 앉아 한 방울 한 방울 사무치는 그리움을 떨어뜨리며 내는 소리인 듯했다. 그 멜로디는 떠난 임에 대한 처연한 그리움으로 돋아나, 언젠가는 꼭 돌아 올 것이라는 소박한 희망으로, 돋아난 그리움을 달랜다. 함께 했던 행복한 순간들을 깊은 밤 풀어내 보며 시린 밤을 이기려 해보지만, 풀어낸 그 행복의 순간들은 이내 시린 밤을 비추는 달빛 속으로, 반짝이는 별빛 속으로, 적막한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그렇게 다시 시리고 적막한 밤과 함께 사무치는 그리움만 남는다. 소녀는 매일 옹달샘 위로 눈물을 떨어뜨리며 그리움을 달랜다. 이것이 내가 처음 들은 멜로디이다.

【My Home】
‘봄이다!’ 내가 들은 두 번째 멜로디의 첫 느낌은 봄이었다. 영화 <4월 이야기>의 여주인공이 집을 떠나 도쿄에서 맞이하는 첫 날이 떠오른다. 벚꽃비가 내리는 그 멋진 장면을 연상하게 한다.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출발을 시작하는 모든 이들의 마음이 꼭 이와 같지 않을까싶다. 조금은 두렵기도 하고 조금은 설레기도 한 기분 말이다. 일말의 두려움에는 늘 가족들의 격려가 힘이 되는 게 아닐까. 가족의 품을 떠나오면서부터 여태 가족들과 부대끼며 살았던 내 집은 비로소 ‘고향’이 되는 게 아닐까. 늘 따뜻한 봄 햇살 속에 있을 것 같은 가족들과 고향집이야말로 우리 마음의 봄이 아닐까 싶다.

【Serenade In Autumn】
생동하는 봄으로부터 나는 달음질쳤다. 언제 여름옷을 벗어던졌는지도 모른 채, 그렇게 가을을 노래하는 풍경 속에 서 있다. 여름도 눈치 채지 못할 만큼 부드럽게 밀어붙이는 바람을 온몸으로 느끼며, 그렇게 높디높은 하늘을 올려다본다. 언젠가 여름처럼 내 곁을 지나쳐 갈 이 가을, 마치 영원을 약속하는 속삭임처럼 달콤한 맛이다. 지는 석양과 함께 장관이 펼쳐지고, 어느덧 가을의 첫 어둠이 내려앉는다. 자고 일어나면 다시금 여름이거나 겨울이 되어 있을 것만 같아 벌써부터 그리워지는 가을의 첫 날이랄까. 수면제 100알 아니 100통으로도 잠들 수 없을 것만 같은 섣부른 그리움과 갓 피어난 백일홍의 설레는 첫 세상구경 사이를 오가며, 걷잡을 수 없는 감정의 소용돌이 속을 거니는 듯한, 꼭 그런 기분이다.

【Again】
‘힘을 내, 힘을 내! 세상을 다 산 것처럼 있지는 마.’ 꼭 이렇게 들린다. ‘여태껏 잘해왔잖아. 단지 조금 힘에 부치는 것뿐이야.’ 이런 위로와 격려처럼 들린다. ‘결과는 분명 중요해. 하지만 어떤 결과물도 인내하고 노력하는 그 값진 과정 없이는 불가능해.’ 내가 시련과 절망 속에서 어떤 삶의 지혜를, 이 고통 속에서 어떤 의미와 힘을 찾아야하는지 알려주는 것 같다. ‘세상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너를 응원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삶 속에서 고뇌하는 그 순간마저도 얼마나 축복이고 값진 시간인지를 잊지 마.’ 절망 속에서 세상 모든 아름다운 빛이 잿빛처럼 보이고, 나 홀로 힘든 시간 속에 갇혀버렸다는 어리석은 생각 때문에 놓치고 잃어가는 소중한 것들에 대한 가르침 같기도 하다. 그렇게 다시 일어설 용기를 주는 듯한, 그런 따뜻한 위로를 받은 듯하다.

【Pour Chopin】
비장한 각오가 느껴진다. 바닥을 치고 너부러져 있던 나를, 내 마음을 다부지게 가다듬고서 한발자국씩, 서두르지 않고서 다시 내가 걸어야할 길 위에 서있음이 느껴진다. 하늘에는 아직도 뜨거운 태양열이 나를 괴롭히고 있고 내 앞에 놓여있는 이 길은 한도 끝도 없이 가늠할 수 없지만, 이미, 나약한 내 모든 것들은 흥건하게 흘려버린 지난 눈물에 젖어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음을 알 뿐이다. 괴로웠던 시간들이 떠올라도 이젠 움츠려들지 않는다. 그 고통들을 곱씹으며 단맛을 느낄 수 있음을 막연하게 떠올릴 수 있는 나만이 있을 뿐이다. 다시, 그렇게, 시작할 수 있음을, 조금은 선명하게 느낄 뿐이다.

【Kissing Bird】
언제 내가 고통 속에서 정신줄을 놓은 채, 그렇게 시간을 허비하고 나를 갉아먹고 있었던가. 일상의 모든 것들이 새롭게 태어난, 아니 꼭 내가 다시금 새롭게 태어난 듯한, 그런 기분이다. 너무 움츠려있던 탓에 내 앞에 놓인 길 위를 좀처럼 제대로 걷지 못한다. 하지만 이내 조금은 여유롭기도 하고, 조금은 사뿐사뿐 날림걸음이 되기도 한다. 늘 마음만이 저 길 끝 미지의 세계에 닿아 있었고 내 몸은 늘 그에 못 미쳤지만, 이젠 몸과 마음이 보조를 맞춰 나아감을 느낀다.

【Running On The Clouds】
내 걸음이 너무 사뿐했나보다. 어느덧 나는 허공을 걷고 있다. 그렇게 허공을 박차고 애드벌룬처럼 평화롭게 떠다니는 기분이다. 높이, 높이, 더 높이. 여태껏 날 감싸고 있던 울타리가 한 눈에 보이고, 시간이 지날수록 그 울타리는 불과 하나의 작은 점으로도 보이지 않을 만큼 작아진다. 아! 내가 열심히 달음질치고 내가 보던 것만이 세상의 전부라고 생각했던 것이 한 순간에 무너져, 아니 순식간에 사라져버린다. 내 울타리 너머에는 이처럼 더 큰 세상이 펼쳐져 있음을 느끼는 순간이랄까. 내 생각과 내 꿈도 한 아름 더 굵어지고 커진 듯하다.

【A Melody Tree】
겉모습만 웃자란 내가 아님이 느껴진다고 할까. 그런 확신에 찬 기분을 만끽하게 된다. 조금은 더 과감해진, 하지만 그만큼 더 신중한 용기가 돋아난다. 조금은 더 깊어진, 그만큼 더 사려 깊은 생각들이 튼실한 모습으로 뿌리내린다. 조금은 더 넓어진, 그만큼 더 소중한 것들을 품을 수 있을 것만 같은 가슴이 펼쳐진다. 마치 내가 한 그루의 나무가 된 듯하다. 넓게, 자유로이 드리운 가지 사이로 햇살을 품을 줄 알고, 싱그러운 잎사귀를 펼친 채 누군가에게 푸르름을 선사할 줄 아는 지혜로운 나무가 된 것만 같은 착각에 빠진다. 누군가를 위해 허물어질 것만 같은 흙덩이를 단단히 움켜진 채 서 있는 아름드리나무 한 그루가 되어 보람된 하루하루를 사는 것 마냥. 소소한 행복을 노래할 줄 아는 그런 소박하지만 튼실한 나무마냥.

【No Geunri】
며칠 혹은 몇 달, 그렇게 얼마만큼의 시간이 흘렀는지조차 모를 내 여행은 끝을 맞이한다. 무엇을 얻었으며 무엇이 달라졌는지는 명확하게 말할 수 없지만, 내 가슴 속에 뭔가 뜨거운 열기 같은 것이 느껴진다. 늘 치고나가는 생각과 몸과는 달리 늘 김칫국만 먼저 마시던 마음은 어느새 평온하고 차분한 보금자리에 든 듯하다. 늘 내 길 끝에 있을 ‘무언가’에만 집착한 채, 내 ‘지금’을 오롯이 느낄 수 없었던 시간들. 늘 무채색의, 어떤 촉감도 느껴지지 않는 생각만을 주렁주렁 달며 살아가던 나. 여행의 끝인 지금 이 순간, 세상이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지를 만질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으로 충만하다. 바람이 나를 간질이는 것이 느껴지고 누군가의 허물없는 미소가 얼마나 따뜻하고 행복한 것이지를 알 수 있게 된 것 같다. 내 마음의 촉수로 세상의 모든 것들을, 형체도 없는 모든 감정들까지도 더듬을 수 있을 것만 같다.

꿈이었는지도 모른다. 꿈같은 실재였는지도 모를 일이다. 내가 ‘보고, 만지고, 안고, 들었던’ 이름 모를 그 ‘나무’가 무엇인지는 아직도 명확하지 않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내 몸뿐만 아니라 ‘마음’까지도 동행했다는 것이다. 마음이 저 멀리 도망간 채로, 혹은 나 자신조차 마음이 콩밭에 가있는지 어디에 있는지 알지 못한 채로 무언가를 더듬어 만지고 만났던들 그게 무슨 의미가 되고 소용이 되는 것일까 싶은 지금이다.

나를 이 오묘한 여행으로 이끈 이름 모를 그 ‘나무’, 어쩌면 그것은 인간이 사회라는 규정된 틀에 얽매임 없이 가장 인간다울 수 있게끔 만드는, 일종의 환영(幻影)이었는지도 모른다. 혹은 인간이라는 고귀한 소우주가 비로소 자연의 이치에 맞게끔 제 궤도를 찾아가려는 관성적인 숨은 ‘열망’이었는지도 모른다. 그것이 무엇이건 간에, 분명한 것은 나는 언제고 그 나무가 될 수 있다는 깨달음일 것이다. 누군가를 위해서 우리 모두가 그 나무가 될 수 있다는 것만큼은 분명하고도 확실한 사실이 아닐까 싶다.


『 나머지 멜로디 』

【A Princess Of Goguryeo [해금 Version]】
【My Home [Piano Solo]】
【A Melody Tree [Piano Solo]】
【Again [Piano So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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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04-14 1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고~~울 레인님~~뭔 음악감상도 이렇게 멋들어지게 한답니까?

에샬롯 2010-04-26 2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데이드림 ㅋ 우리 데이드리머는 요즘 뭐할까..ㅋㅋ 문제해봐야지...ㅋㅋ ;; 감상문과 전혀 상관없는 감상..-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