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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그 후 - 환경과 세계 경제를 되살릴 그린에너지 혁명이 몰려온다
프레드 크럽.미리암 혼 지음, 김은영 옮김 / 에이지21 / 2009년 2월
평점 :
절판
감내해야 할 시절은 어수선하고 한숨이라도 돌려야 할 내 하루마저 지난하게만 느껴진다. 그렇게 움츠려들다 보면 한없이 너른 이 세상도 고작 방 한 칸 남짓하게 좁아지기 일쑤이다. 설상가상으로, 이렇게 좁디좁아진 세상에 누군가의 부고(訃告)까지 날아들면 천 길 낭떠러지가 따로 없게 된다. 그렇다고 해서 무기력하고 절망에 빠져 지낼 수만은 없는 일. 때론 삶에 있어서의 근원적인 진리는 소소하지만 아주 명징하게 나를 일으켜주는 힘이 되기도 한다.
나에게 심히 ‘불편한 冊(?)’으로 다가온《지구, 그 후》. 아이러니하게도 이 책이 주는 불편함이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운 듯하다. 제목만 보고 혹은 책 표지를 보며 내 마음대로 내용을 추측했던 것 같다. 잘은 모르지만 이반 일리치나 앙드레 고르의 길을 이어가는 사람들의 부단한 노력을 그린 줄로만 알았다. 또 근래에 접하기 시작한 격월간지《녹색평론》과 그 뜻을 같이 하는 이들의 이야기인 줄 알았다. 하지만 이런 내 추측은 아주 보기 좋게 빗나갔다. 마치 이영표 선수만큼이나 아주 제대로 ‘헛다리’를 짚은 셈이다.
쉽게 말해, 이 책에서 부단히 구슬땀을 흘리며 에너지 혁명(?)을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자본과 시장, 정책, 설비, 기술혁신 등을 기본으로 하는 자본가(기업가)들이다. 이들은 대체에너지의 개발과 보급을 위해 공급단가를 낮추어 경쟁우위 확보를 위해 노력한다. 나아가 자본시장에서의 독점적인 이윤추구를 달성하고 세계를 감동시킴으로써 자유경제체제 위기를 극복하고 신기술을 통한 에너지문제 해결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고 부단히 노력한다.
이러한 노력들이 잘못됐다거나 나쁘다고 말할 순 없다. 그럴 만한 능력이 내게 있는 것도 아니니까. 하지만 결국 일반의 세계민들의 주체성에 대해서는 거의 배제적인 입장이다. 현재 우리가 떠안고 있는 많은 문제점들에 대해 자본과 기술로써 타계해나가려는 이들의 노력은 조금은 불분명하고 불확실성을 가중시키는 게 아닌가 싶다. 이 기술만 완성된다면, 더 많은 투자자본이 확보만 된다면 우리는 충분히 대체에너지를 개발하여 지금의 환경문제와 에너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는 논리가 이 책의 처음과 끝을 이룬다.
내가 뭐 아는 것도 없는 미천한 사람이지만, 녹색혁명이니 지속가능한 녹색성장이니 목소리를 높이는 이 노력가(?)들의 행태는 노력이라는 측면을 벗어나 비체제적인 입장에서 보면 참으로 反생태적인 노력이라는 생각이 든다. 근원적인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이들의 노력이겠지만, 사실상 이런 근원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효율을 따지고 경제성을 따져가면서 일단 ‘막고’, 다음으로 ‘차고’, 끝으로 ‘때리기’ 식의 해결책에 정력적으로 구슬땀 흘리는 게 아닌가 싶어 자못 안타까운 마음도 없지 않다. 나로서는 이들의 노력이 일단 ‘막고 보자’ 식으로 보인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쓸데없는 이야기(?)가 좀 많이 가미된 듯. 대체에너지 개발에 뛰어든 신생기업들의 초기자산규모는 얼마였는데 지금은 얼마고 시가총액은 이만큼 상승했고, 앞으로 공급단가를 낮추고 좀 더 기술개발을 하면 어마어마한 규모로 성장할 것이다, 는 식의 서술이 이 책에 나오는 기업만큼 빠짐없이 나온다. 이런 부분들만 적절하게 조절했었어도 이들의 구슬땀은 좀 더 인정을 받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이런 부분들에 조절이 가능했다면, 책값도 조금은 대중적(?)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요즘 읽고 있는《숲에게 길을 묻다》와 비교해보면 책의 디자인이나 구성면에서도 조금은 부족함이 많은데 그 값은 대중적이지 못한 듯해서 안타깝기도 하다.
아는 거 없이 너무 거칠게 소감을 적은 듯하지만, 내 생각에 이 책은 ‘反생태적인 노력의 대가들이 써내려가는 성공신화를 위한 스케치(?)’ 쯤이 아닐까 싶다. 진정으로 지구를 위한다면, 일단 자본이 바탕인 체제를 넘어서야 되는 게 아닌가, 과감하게 패러다임의 변화를 이끌어내야 하는 게 먼저 아닌가, 자본이 여태껏 우리 인간들에게 가져다준 많은 혜택과 편리성, 금빛세상(?)을 쥔 손을 좀 풀어야 하는 거 아닌가, 진정 심각한 문제이며 생명의 존속 여부마저 불확실하다면 체제를 넘어선 유연한 사고와 노력들로 성공신화를 그려나가야 하는 거 아닌가는 많은 생각이 든다.
어쩌면 자본주의체제의 모순으로 지금의 환경문제가 나타나게 된 게 아닌지도 모른다. 불가피한 결과로써 이미 그 씨앗 속에 지금의 문제들은 오롯이 성찰되지 않은 채, 우리에게 잡히지 않은 채 쑥쑥 자라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이는 끊임없이 문제를 양산할 수밖에 없는 근원적인 결함이 아닐까 싶다. 전 지구적인 시각을 갖고 근원적인 문제인식을 한 것 치고는 이들이 제시하는 해결책들은 너무 빤한 노력이 아닌가 싶어 조금은 씁쓸하다.
우리의 목표이자 당면과제는 지구온난화를 불러오는 대기오염을 줄여 지구의 생태환경과 기후패턴이 너무나 급격하고도 광범위하게 변해 우리가 더 이상 재앙을 되돌릴 수 없는 지경에 이르기 전에 탈출하는 것이다.(p57)
이들의 탈출계획(?)에 동참할 생각이나 바라는 마음은 추호도 없을 듯싶다. 훗날 어쩔 수 없이 이들에게 종속되고 변변찮게 살면서 그네들이 일궈낸 결실을 넙죽 받아들게 될지도 모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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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뚱한 소리를 너무 많이 했네요.
워낙 아는 게 없어서 그런 것이니 너그러이 이해해주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