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의 대한민국 - 열심히 사는데 왜 우린 행복하지 않을까? 철수와영희 강연집 모음 3
강수돌 외 지음 / 철수와영희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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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서점에 갔더니 ‘불온서적’이라는 푯말이 붙은 코너가 마련돼 있었다. 그 책 중에 내 눈길을 잡아끈 책이 바로『1%의 대한민국』『소금꽃나무』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불온서적’ 코너는 모습을 감췄다.『소금꽃나무』는 이웃님이신 기번님으로부터 선물 받아 읽었고『1%의 대한민국』은 도서관에서 빌려 읽고서 며칠 전에 사들였다.

불온서적이라기에 솔깃(?)한 탓도 있었지만, 이 책을 읽고 싶다고 생각한 주된 이유는 무척이나 단순했다. 여섯 명의 강연자 중 적어도 이름만큼은 들어본 분이 네 분(강수돌, 김진숙, 한홍구, 윤구병)이나 있었기 때문에. 그분들에 대해 아는 건 극히 적지만 관심은 남달랐기에 만나보고 싶었다. 어떤 불온한(?) 말씀을 하시는지도 궁금했기 때문에라도.

솔직히 말해, 불온한 생각 하나 없다. 그렇다고 죄다 맞는 말만 하느냐? 그렇다고도 할 수 없다. 그럼 뭐냐? 이 사회가 지닌 문제, 모순, 현상 등에 대한 생각들, 관심, 진심 어린 걱정이 담겨 있다고 할 수 있다. 교육을 바로 세우자, 노동자의 삶에 대해 관심을 두자, 우리 역사를 바로 보고 청산할 것들은 청산하다, 정치·외교적인 중립을 지키고 평화를 도모하자, 청소년들의 인권에 대해 생각해보자, 타율적인 시간의 속박으로부터 자율성을 회복해 각자 삶의 주체로서 살아가자 등등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경제, 교육, 인권, 역사, 정치, 외교, 생명, 노동 등의 관점에서 각기 대한민국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상을 다루고 있어 여러모로 우리의 삶, 우리가 처한 상황 및 문제들을 조명해볼 수 있다는 의미에서 읽어볼 만한 책이다. 일반의 시민 눈높이에서 생각하고 그 대안을 모색하고자 하는 노력이 잘 배어 있고, 강연한 내용을 옮겨 묶은 책이기에 딱딱한 느낌이 덜해서 편하게(내용은 그다지 편하지 않지만) 읽을 수 있다. 청중의 질문과 강연자의 답변도 수록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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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에 대해 유명인사(?) 두 분을 모시고 대화를 나눠보겠습니다.
rainlife; 황 회장님(?), 이런 얘기가 불온한 건가요?
황 회장; 왜 이래, 아마추어 같이!
rainlife; 안영미 박사님(?), 그럼 왜 불온하다고 느끼는 걸까요?
안영미 박사; 기분 탓이겠죠!

rainlife; 두 분 말씀 잘 들었습니다. 다음은 분장실에 계시는 강 선생님(?)과 전화연결을 해보겠습니다. 강 선생님? 이 이야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강 선생; 그래, rainlife 네가 수고가 많다. 불온하다고 생각하는 게네들이 뭐 공부다운 공부(?)를 해봤겠니, 안전시설이 갖춰지지 않은 공장에서 목숨을 담보로 구슬땀 흘려 일을 해봤겠니. 게네들이 뭐 연수랍시고 관광이나 했지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노력을 해봤겠니, 청소년은 아직 미숙하고 어리고 선동의 대상이라고만 말하지 진심으로 청소년들과 대화를 해봤겠니. 내 생각엔 말이다, ‘불온서적’이 아니라 ‘불안서적’인 것 같구나. 허허허허~
안영미(?); 야~! 어리다고 무시하지 마~ 이것들아!!


                                                  ∥책 속 생각해볼 거리∥

【강수돌 _ 사다리 질서 걷어차기】
공부, 진짜 즐거운 공부, 행복한 공부는 뭐겠습니까? 하루하루 새롭게 깨우치고, 뭔가 새로운 것을 알아 가는 기쁨이 있고, 점수에 무관하게 정말 내 내면을 발견하고, 심화시키고, 확장하고, 또 더불어 살아가는 것의 가치를 느끼고 세상을 새롭게 알아가는 것의 기쁨을 맛보는 그런 것 어니겠어요?(p54)

【김진숙 _ 자본 천국 한국에서 노동자로 살아가기】
몇 년 전에 프랑스에서 공공 부문 노동자 400만이 총 파업을 했습니다. 이거 기억하실 거예요. 이때 병원 문 닫았지요. 판사도 노조 있고, 군인들도 파업하고, 경찰들도 파업 한다매요? 그것들 파업하면 누가 진압하러 가는지 잘 모르겠어요. 그것들이 400만이 총 파업을 하는데요. 더 신기한 일은 70퍼센트의 프랑스 시민들이 찬성을 했다는 거 아닙니까? 철밥통 소리 하는 사람, 아무도 없더랬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이거를 죽어도 이해 못하는 집단이 있잖아요. 조선일보. 조선일보가 그거를 물어보러 가요. 야, 400만이 총 파업을 해서 프랑스가 그야말로 마비됐는데 불편하지 않냐? 아, 물론 불편하지요. 근데 이 파업에 70퍼센트가 되는 사람들이 찬성을 하는가, 이때 프랑스 시민들이 뭐라고 대답했대요? “아, 보십시오. 이 사람들이 일하지 않으니까 그야말로 프랑스가 마비되지 않습니까? 이들이야말로 프랑스에서 가장 중요한 일을 하는 사람들인데 이 사람들의 삶의 질이 개선되지 않고 어찌 프랑스를 선진국이라고 얘기할 수 있겠습니까?” 여러분들 그나마 사민주의적 관점에서라도 선진국일 수 있으려면 이 정도는 돼야하는 거 아니에요?(p87~p88)

배를 만들면은요, 요 만한 철판들을 용접하고, 취부하고, 이게 소조립이고요, 그 소조립한 것들을 들고 다시 이 건물만 한 블록을 만듭니다. 이게 중조립이에요. 이 중조립한 것들을 들고 가서 쌓는 게 대조립인데, 제가 대조립에서 일했더랬습니다. 조선소에서 사람 제일 많이 죽고 제일 많이 다치는 데······. 제가 스물한 살 때 입사해서 제일 먼저 본사고가 집채만 한 블록을 크레인으로 들고 가다가 크레인의 와이어로프가 터진 거예요. 블록을 터뜨렸는데 문제는 그 밑에 여덟 명이 깔린 거예요. 여덟 명이 깔렸다고 하니까, 안전관리자들이 바께스에다 집게를 담아가지고 여덟 개를 들고 오더라고요.
저는 속으로 저 새끼들 진짜 웃긴다. 사람이 깔렸다는데 왜 바께스를 들고 오나? 이랬더니, 와이어로프가 터져 가지고 블로이 한쪽은 내려앉자 있고 한쪽은 매달려 있을 거 아닙니까? 이 사람들이 그 밑에를 이렇게 들어가서 살점을 한 점씩 집는 겨. 여덟 명이 깔렸다니까 여덟 바께스를 공평하게 만들어요. 마누라들이 신랑 죽었다고 올 거 아녀? 바께스에다가 남편 이름 써 가지고 한 바께스씩 나눠 줘요. 이게 조선소 사고였드랬습니다.(p91)

【한홍구 _ 한국 근현대사의 추악한 진실】
여러분, 과거 청산 문제에서 우리가 화해 얘기를 함부로 하는데 화해 얘기 함부로 하는 사람 정말 말을 좀 삼갔으면 하는 그런 생각이 듭니다. 피해자와 가해자의 화해가 이루어지면 좋죠. 근데 그거는 전제 조건이 뭐냐? 가해자가 잘못했다고 할 때, 가해자가 용서를 구할 때, 사죄하고 고백하고 반성하면서 용서를 구한다면야 우리 같은 사람들이 옆에서 피해자들한테 ‘아이고, 그렇다고 죽은 사람이 살아오는 것도 아니고 좀 용서하고 넘어갑시다.’ 그렇게 얘기해 주겠지만 이 사람들이 ‘그 새끼들은 진짜 빨갱이들이다. 우리가 증거를 못 찾아내서 그렇지 진짜 간첩 맞다.’ 그렇게 하고 있는데 무슨 화해입니까? 조작 간첩을 만든 사람들은 사실은 처벌을 해야죠. 인도에 반하는 범죄로서 공소시효 없다고 하면서 처벌을 했어야 합니다.
과거 청산의 문제가 절대로 과거의 문제가 아니고 우리에게는 현재 진행형의 고통으로서 와 있는 거예요. 계속 진행되고 있는 거죠. 우리가 용어를 과거 청산이라고 잘못 붙여서 그렇지 절대로 과거의 문제가 아니에요.(p150~p151)

【이철기 _ 우리가 원하지 않는 전쟁에 말려들 수 있다.】
우리의 역사를 폄훼해서도 안 되지만 마찬가지로 과장해서도 안 된다고 봐요. 일본의 역사 왜곡에 대해 우리가 비판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바로 우리도 우리의 5천 년 역사에 대해서 냉정하게 보고 반성할 것은 반성해야 돼요. 일본에 식민지 지배를 받은 것 자체가 부끄러운 것이 아니고, 과거 역사에 대해서 반성을 하지 않고, 그래서 그런 역사를 되풀이하는 것이 부끄러운 것이에요. 미국과 영국도 식민지로 역사를 시작했어요. 러시아도 몽골로부터 240년 동안 식민지 지배를 받았어요. 과거의 역사를 반성하고 그것을 딛고 새로운 역사를 창조해 내야 하는데 우리 국민들이 과연 그런 생각들을 제대로 가고 있는지 의문이에요.
어쨌든 ‘팍스 코리아나’는 당분간 그렇게 쉽지가 않을 것 같아요. 그럼 어떤 질서가 될까요? 지금의 동북아 정세가 구한말과 비슷하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계시죠. 주변 열강들이 서로 각축을 벌이고 있는 것이 구한말과 비슷하다는 것이겠지요. 주변 열강들은 자기 중심의 질서를 만들기 위해서 굉장히 분투를 하고 있어요. 미국은 미국대로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를, 중국은 ‘팍스 치니카Pax Chinica’, 또 일본은 ‘팍스 자포니카Pax Japonica’를 만들고자 하죠. 그러나 앞으로 21세기 동북아 질서가 과거처럼 어떤 한 국가의 패권에 의해 유지되는 질서가 되기는 어려울 것이에요.(p163~p164)

팍스 컨소르티Pax Consortis는 라틴어인데요, 그 지역 국가들이 서로 협력과 견제를 통해서 유지하는 질서를 의미해요. 우리가 동북아에서 당분간은 리더 역할을 하지는 못하겠지만, 그러나 균형자나 조종자의 역할을 하면서 충분히 우리 목소리를 내고, 우리 영향력을 행사하고, 우리 힘을 발휘하면서 살 수는 있겠죠? 그런 질서를 만들어 가야 돼요. 다자화된 질서를 만들어 가야 하는데, 그게 바로 팍스 컨소르티예요.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의 안보 정책과 외교 정책이 지금처럼 미국에 전적으로 의존하거나 편입되어서는 안 돼요. 미국이 중요하지만, 미국뿐만이 아니고 러시아도 중국도 똑같이 중요해요. 우리의 외교 안보 정책을 균형화하고 다변화해서 동북아의 균형자 역할을 해야 해요. 우리는 지금 이런 매우 중요한 시점에 있어요.(p177)

【배경내 _ 이땅에서 청소년으로 산다는 것】
아는 선배가 영국에서 몇 년 살다가 들어왔어요. 영국에서 유치원 다니던 둘째 아이가 들어와서 우리 유치원에 다녔는데 6개월 동안 유치원에서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는 걸 뒤늦게 알게 됐대요. 이 선배가 너무 걱정이 돼서 왜 그랬는지 물어 봤대요. 선생님들이 하는 이야기를 잘 못 알아듣겠느냐고. 이 꼬마가 하는 말이 “유치원은 우리가 이야기 하는 곳이 아니야. 선생님들만 얘기하는 곳이야.” 이렇게 얘기를 하더라는 거예요.
오늘날 우리들은 아이들에 대해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지만 아이들의 세계는 그만큼 인권으로부터 멀어지고 있어요. 아이들은 좀 뭔가 미성숙하고, 아직은 배워야 될 때라고 생각하죠. 미성숙하면 어떻습니까? 실수를 많이 하고 많이 다칠 것 같아요. 위험한 일에 함부로 들어가면 안 될 것 같아요. 그래서 보호와 통제를 위한 제도나 관행이 발전을 하죠. 그러면 아이들이 다양한 삶의 경험, 이런 것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없어지죠. 그러다 보면 사람이 무력해져요. 그러다 보니까 어떻게 됩니까? ‘봐, 애들은 모자라잖아.’ 이렇게 해서 다시 미성숙하다는 기존 관념을 정당화해 주는 악순환의 고리가 계속되는 겁니다. 그래서 이런 질문이 필요합니다. 어린이 청소년은 원래 부족한 존재였나? 아니면 우리가 이 사람들을 미성숙하게 무력하게 기르고 있는 건 아닌가?(p192~p193)

=>>강수돌이 말하는 인간을 바라보는 관점을 적용해 볼 것.(‘사랑의 관점’과 ‘노동력의 관점’으로 본 인간이라는 존재)

어떻게 청소년을 사랑할 것인가? 이 질문이 필요합니다. 랭스턴 휴즈라고 할렘의 셰익스피어라고 불리는 시인이 있어요. 이 사람이 쓴 ‘민주주의’라는 시를 봤을 때 청소년들 생각이 많이 났어요. 이 사람은 흑인 인권 운동에 참여했던 분인데, 이 양반이 이런 얘기를 해요. 나는 저들의 이야기를 듣는 데 신물이 난다, 내일이 되면 좋아진다는 따위의 말, 내 자유는 내가 죽은 뒤에는 필요 없다, 나 또한 여기에 살아 있으니 너희들과 마찬가지로 자유를 요구한다. 백인들이 흑인의 권리를 유예시키는 방식이 바로 내일이 되면 좋아진다는 말이었지요.
학교 졸업할 때까지만 기다려, 권리는 졸업한 후에나 찾아라, 이런 이야기를 청소년들이 듣고 있어요. 청소년들에게 바로 지금을 되찾아주지 않으면, 청소년들이 당장 골병 들고 상처받고 이런 문제뿐 아니라 이 자본주의 시스템 자체에 균열을 내는 게 불가능해요. 저항할 동기를 잃고 그 동기를 계속해서 꺾어 버리는 사회, 한 번 얘기를 했다가 이거 피 보는 일이라는 걸 뼈저리게 배우고 순응하는 거를 일찌감치 깨닫도록 만드는 이 사회, 그런데 어떻게 우리가 사회를 바꿀 수 있겠습니까?(p202)

==>졸업 후에 권리를 찾으라며 청소년들의 자유를 유예시킨 이 사악한 농담조를 우리네 청소년들은 그릇된 방식, 혹은 옳다고 믿는 그런 자신의 방식대로(표현하는 것에 대한 어색함? 두려움 등에 익숙한 어설픈 몸짓으로) 표출하게 된다. 무작정 놀기를 좋아하고 늘 나는 이제 성인이라서 여태껏 해보지 못한 것들을 죄다 할 수 있어, 당신이 무슨 상관이야 등의 행태를 보이는 게 아닌가 싶다.

저는 청소년들이 청소년기에 두려움 없이 자기 생각을 이야기하도록 격려받는 사회를 만들어야지만 이 사회를 바꿀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p206)

【윤구병 _ 나는 왜 농사꾼이 되었나】
대체로 요즘 아이들은 더 그렇지만, 걸음마 하고 말을 배우기 시작하면서부터 극성스러운 부모님이 책상머리에 앉히고, 온갖 교육을 시킨다고, 실제로는 타율적으로 강제되는 시간 속에 몰아넣는데 저는 이렇게 강제된 시간 속에 산 경험이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제 삶의 시간을 제가 통제하는 법을 비교적 어렸을 때부터 익힌 셈입니다. 제가 어려움을 겪을 때, 말하자면 제 생명력이 다른 사람들의 강제에 의해서 어떤 것을 하도록 순순히 길들여지지 않고 야생마처럼 제가 이것이 옳다, 이것이 좋다 하면서 머리로 깊이 생각하는 게 아니라, 비교적 단순하게 몸을 움직여서 삶의 길을 달리 바꾸고 하는데 도움이 됐다고 생각합니다.(p216~p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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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9-05-25 2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리뷰 굿! 이런 책들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이건 한 번 요췤해봐야겠습니다. ^_-

ragpickEr 2009-05-26 00:51   좋아요 0 | URL
어느새 다녀가셨군요..^^* 후훗.. 너무 할 말이 많아서 길어질 것 같더군요..그래서 개콘버젼(?)으로다가..^^*; 으흐흐.. 늘 건강하셔요~!!

에샬롯 2009-06-01 0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요. 아주 민첩해요.(봐요. 저 모르신다고 거짓말해요.;;)
^^;; 적고 보니 위의 댓글의 저의 글이 아니네요.
제가 좀 그래요.;;

ragpickEr 2009-06-01 08:22   좋아요 0 | URL
민첩..^^* 후훗.. 그러네요~ㅋㅋ 사진이 같아서 착각하셨나보다..후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