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 열린책들 세계문학 6
안톤 파블로비치 체홉 지음, 오종우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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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

안똔 체호프 (지음) | 오종우 (옮김) | 열린책들 (펴냄)

단편 보다는 장편을 선호하는 편이라 우연히 단편을 읽는 경우는 거의 없다. 말하자면 이번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은 작정하고 읽었다는 뜻이다.

<6호 병동>, <검은 수사>, <문학 교사>, <농부들> 네 편의 중편이 포함된 열린책들의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은 장편들 못지 않은 깊이와 매력의 단편들이 수록되어 있다.

이야기가 시작되었는가 싶자마자 끝나버리는 단편의 허무가 싫어서 잘 읽지 않는 편인데 안똔 체호프의 단편들은 짧지만 확실하고도 강렬한 메세지를 품고 있다. '아~!! 단편에서도 이런 힘을 느낄 수가 있구나!'하는 감탄이 쉴 새 없이 터진다.

열 편이 넘는 중단편들 중 마지막에 수록된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이 책의 제목이 된 데에는 이유가 있을텐데, 개인적으로는 <6호 병동>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책을 시작을 연 <굽은 거울>. <굽은 거울>을 통해 비춰지는 것들이 왜곡된 진실이라면 '현재 우리에게 세상을 보여주는 여러 언론과 미디어들은 굽은 거울일까, 아닐까'란 데에 생각이 미치자 오싹하기까지 하다. 이어지는 <어느 관리의 죽음>과 <마스크>, <애수>도 현대인들의 삶에서 자주 목격하게 되는 모습들이다. 혼자 키워가는 과대망상과 피해의식, 사회적 지위와 유명세가 주는 보이지 않는 힘, 군중 속의 고독 등 비슷한 사례들이 줄줄이 연상되었다. <쉿>과 <자고 싶다>는 현실에서도 일어나는 일들이라 공포스럽기까지 하다. 수능 당일 다른 수험생들의 시험지 넘기는 소리에 시험을 망쳤다는 어느 수험생의 얘기를 몇 년전 티비에서 보았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리고 자신의 안락함을 위해 타인을 착취하고 착취당하는 사람의 정신이 파괴되는 일은 지금도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다.

<6호 병동>의 이반 드미뜨리치는 처한 어려운 현실을 열심히 살아 벗어나보려 했으나 피해망상이 생기고, 안드레이 에피미치는 벗어날 수 없는 부조리에 시대의 탓을 하고 합리화 해버리지만 그 자신 역시 타인들의 합리화에 희생된다. 현대인들의 모습과 무척이나 닮은 모습이다.

44세의 나이로 숨진 안똔 체호프. 늙은 톨스토이를 감동시켰다는 그는 천재 작가였음이 틀림없다.

한 편 한 편 그냥 쉽게 읽고 잊기엔 그 무게가 가볍지 않다. 생각할거리가 많아 독서토론 하기도 좋을 듯 싶다. 단편들이 이 정도라면 그의 장편은? 안똔 체호프의 다른 작품들도 읽어보고 싶어졌다.

 

※네이버독서카페 리딩투데이의 친구들과 함께 읽는 함유도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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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녀 이야기 (리커버 일반판, 무선) 시녀 이야기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김선형 옮김 / 황금가지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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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녀 이야기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 김신형 (옮김) | 황금가지 (펴냄)

전체주의 사회 속에 갇혀버린 한 여성의 독백을 통해 성과 권력의 어두운 관계를 파헤친 섬뜩한 디스토피아 소설

-<시녀 이야기> 뒷 표지글 중에서

읽어본 이들이 한결같이 입을 모아 추천하는 이유를 알겠다.

한 여자의 독백으로 진행되는 이야기는 자칫 늘어지기 쉽겠다고 생각되겠지만 <시녀 이야기>는 전혀 그렇지 않다. 재미있게 읽었으나 마음은 개운하거나 가볍지 않다. 조지 오웰의 <1984>를 완독하고 나서 밤새 책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것처럼 <시녀 이야기>도 나를 쉽게 놓아줄것 같지 않다.

역사를 돌아보면 큰 전쟁이나 내전이 있을 때마다 상대적 약자인 여성들이 큰 피해를 보고 희생되어온 일이 적지 않다. 화냥년의 어원인 환향녀의 유래도 그러하고, 말없이 지금의 추위를 견디고 있는 저 밖의 소녀상들도 그 아픈 역사를 말해주고 있다.

<시녀 이야기> 속 길리어드 시대의 시녀들 또한 아이 낳는 도구로만 여겨지는 설정이 과연 허구의 설정이기만 할까.

우리는 다리 둘 달린 자궁에 불과하다. 성스러운 그릇이자 걸어다니는 성배다. (본문 238페이지)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하는 불신의 시대, 밀고와 감시가 누구를 향할지 알 수 없는 숨막히는 상황은 그런 생활이 예사로 익숙해진다는 점이 더 공포스럽다.

콜로니로 가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아이를 가지려는 시녀들은 배정된 부임지의 사령관의 아이가 아니더라도 임신을 하기 위해 목숨을 건 불법을 저지르기도 한다. 구제라 불리는 공개 처형의 위험을 무릅쓰는 것이다. (저주받을 현실에서 벗어난다는 점에선 구제가 맞을지도) 시녀들에겐 글을 읽는 것, 쓰는 것도 불법이 된다. 라헬과 레아 재교육 센터에 입교하는 순간 본명은 빼앗기고 부임지 사령관의 이름에 오브를 붙여 불리며 주인이 바뀌면 그 이름마저도 반납하고 떠나야 하는 신세다.

아이를 원했던 세레나 조이의 권유로 닉과의 하룻밤을 가진 오브프레드는 그 이후로도 남몰래 닉의 처소로 숨어든다. 목숨을 걸고 닉을 찾는 그녀의 행동을 어떻게 이해해야하나 싶었다. 아이를 절실히 원했던 것도 아니었고 닉을 사랑한 것도 아니었으며 성적인 쾌락에 몸을 맡긴 것도 아니었다. 절박함? 가진 것은 목숨 밖에 없는 두 사람이 가진 것을 걸고 삶에 대한 반항을 행하기라도 했던 것일까? '메이데이 조직원'이면서 동시에 '눈'이기도 했던 닉의 도움으로 오브프레드는 탈출하게 되지만 그 이후 그 탈출이 성공했는지는 알 수 없다.

아주머니라 불리는 여성들의 통제는 하찮은 권력일지라도 권력의 맛을 본 자들에게서 볼 수 있는 포악함을 보여준다. 사령관 프레드가 오브프레드를 데리고 금지된 것들을 한 것도 자신의 권력에 대한 비틀린 과신일 뿐이다. 들키더라도 희생되는 것은 시녀들일 뿐 권력을 가진 자신은 안전할거라는 오만.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것이 사람의 일이라 하였건만 영원하지 않을 권력을 믿고 날뛰는 인사들을 현실에서도 얼마나 많이 보아왔고 또 지금도 보고 있는가.

한동안은 머리속에서 시녀 이야기가 떠나지 않을 듯 하다. 후속작 <증언들>도 꼭 읽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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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1 - 1부 1권 박경리 대하소설 토지 (마로니에북스) 1
박경리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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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1

박경리 (지음) | 마로니에북스 (펴냄)

우리나라의 이름을 알린 작가들에게도 필독서로 꼽힌다는 <토지>다. 20권에 달하는 대하소설이라 완독을 장담키는어려워도 소장만은 하고 싶다는 <토지>.

'과연 읽어낼 수 있을까?' 도전조차 꿈꿔보지 못하다가 드디어 시작. 1권을 완독하고 난 지금의 감상은 '어? 20권까지 읽을 수 있겠는데!'이다. 등장인물들의 이름과 그 성격들이 낯설지 않은 데에는 몇 십년 전 티비에서 보았던 대하드라마 토지의 영향이 컸다. 서희, 윤씨 부인, 길상, 조준구, 용이, 월산이 등 주요 인물의 역할을 맡았던 배우들의 얼굴이 겹쳐지며 티비에서 보았던 내용과 책 속 내용이 이어지며 진행이 수월했다. 소설 <토지>가 완결된 것은 훨씬 후의 일이니 뒷권을 읽어갈수록 의지할 기억은 없겠지만 스토리의 탄탄함과 앞으로 펼쳐질 방대함이 토지의 재미를 더해주리라 믿는다.

집의 노비와 야밤도주를 했던 별당 아씨. 그 대담하고 놀라운 사랑의 도피에 숨은 조력자가 너무나 반전의 인물이어서 충격이기까지 했었던 기억이 있다. 이재은, 안연홍, 최지수로 서희의 성장을 담아내었던 토지가 벌써 30년도 더 지났으니 20권으로 완결된 소설 토지를 읽게된 느낌은 그야말로 감개무량이다.

재물을 향한 야욕과 사내들의 욕정,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과 여인들의 질투 등 앞으로 펼쳐질 이야기에 떡밥을 가득 뿌려놓은 터라 드문드문 떠오르는 예전 티비드라마의 기억이 더해지며 뒷 얘기를 더 궁금하게 한다. 그래, 일단 완독을 목표로 가보는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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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의 양식·새 양식 열린책들 세계문학 284
앙드레 지드 지음, 최애영 옮김 / 열린책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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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의 양식ㆍ새양식

앙드레 지드 (지음) | 최애영 (옮김) | 열린책들 (펴냄)

자신의 역량과 젊음에 대해 스스로 확신을 가져라. 자신에게 끊임없이 이렇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그 새로운 인간은 오직 나 자신에게서 유래한다.>

-<지상의 양식ㆍ새양식> 본문 302페이지

두꺼워도 술술 넘어가는 책이 있는가 하면 얇아도 좀처럼 책장 넘기기가 어려운 책도 있다. 내용이 어려워서 그럴 수도 있고 매 페이지마다 가슴으로 밑줄을 그어대고 음미하느라 그런 경우도 있다. <지상의 양식ㆍ새양식>으로 말하자면 단연코 후자이다. 재미로만 후루룩 읽어내려 갈 내용도 아니지만 독백 같기도 하고 일기 같기도 한 <지상의 양식ㆍ새양식>은 어느 페이지에서는 요새말로 뼈 때리는 팩트 폭행을, 어느 페이지에서는 심연을 울리는 감동과 반성을 일으키는 문장과 구절들이 넘쳐난다. 앞 부분의 몇 문장에 인덱스를 붙여나가며 읽다가 붙이기를 포기했다. 매페이지 마다 다 붙일 수는 없는 노릇이니!

줄거리가 있는 것도 아니고 시간의 순서대로 쓰여진 것도 아니어서 오로지 앙드레 지드가 이끄는 서술대로 따라가야 하지만 빛나는 문장들은 그의 철학이 녹아 길을 잃고 헤매는 청춘에게는 이정표가 되고도 남는다.

신을 거론하며 종교적인 얘기도 등장하지만 희안하게도 종교적인 색채나 냄새가 느껴지지 않았다. 소설가의 비망록이기 보다는 인생을 달관한 철학자의 깊은 사색과 깨달음이 더 짙다고나 할까. 지혜마저도 이성이 아닌 사랑 속에 있다고 말하며 앙드레 지드가 거듭해서 강조하고 있는 것은 '사랑'이다.

욕망의 대상 자체를 소유하기 보다 욕망을 품고 있는 자체가 더 풍요롭다는 것, 선택하기는 나머지 전부를 포기하는 것이라는 것, 순간순간마다 '지금-여기 있음'이 가지는 힘 등 글로 적어낸 앙드레 지드의 철학은 글이 되지 못하고 함축되어진 부분이 더 많아 끝없이 생각을 하도록 만들었다.

개인의 자유를 옳아매거나 안주하게 하는 모든 것들로 부터 탈주할 것을 권하는 <지상의 양식>은 물질만능으로 지쳐가는 현대인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져나간 무소유, 미니멀리즘, 내려놓기 등의 사상들과도 겹쳐지는 부분들이 있다. 내려놓아야 하는 것들이 눈에 보이는 물질만은 아닐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인생의 최종 목적을 행복에 두고 있다는 것에 이견은 없을 것이다. 이 행복에 이르는 길이 욕망의 대상을 소유하는 것보다 그것들로 부터 구속되지 않는 자유에 있음을 많은 철학자와 스승들이 말해왔으나 행동으로 옮기는 데에는 배움처럼, 마음먹은 것처럼 쉽지가 않다.

<지상의 양식>과는 38년의 시간차를 두고 발표된 <새 양식>에서 동감되는 부분은 훨씬 많았다. 많은 자기계발서에서 그토록 강조하는 행복의 조건들이 <새 양식>에서는 <지상의 양식>보다 쉽고 친근하게 다가왔다.

<좁은 문>의 작가로 널리 알려진 앙드레 지드. 그의 사상과 철학 그리고 고민까지 깊이 알 수 있었던 <지상의 양식ㆍ새양식>은 세기를 뛰어넘은 오늘의 젊은이들에게도 그가 전하고픈 메세지가 진심에 와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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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바이크의 발자크 평전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안인희 옮김 / 푸른숲 / 199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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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바이크의 발자크 평전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 안인희 (옮김) | 푸른숲 (펴냄)

평전이라는 단어가 주는 어감은 묵직하다.

진지할 거 같고 어려울 거 같고 알아들을 수 없는 고리타분한 언어들로 지루함을 줄 거 같다. 지금까지 평전이라는 단어가 주는 이런 느낌을 <츠바이크의 발자크 평전>은 완전히 깨버린다. '이렇게 쉬워도 되나? 이렇게 재미있어도 되나? 그리고 무엇보다도 거장이라 불리우는 한 작가의 인생의 치부를 이토록 솔직하게 담아내어도 되는가?'

<인간희극>이라는 제목의 소설 전집은 그 자체로 하나의 거대한 사회소설이라는 평을 듣는다. 137편의 작품을 포괄할 예정이었다고 하나 실제 완성된 것은 97편이라고 하니 발자크 자신이 꿈꾸고 계획했던 자신의 인생만큼이나 계획대로 되지는 않은 모양이다.

실제 성은 발자크가 아니라 발싸라고 하며 귀족에게만 허락된 칭호 '드'를 스스로에게 부여한 발자크는 유년시절부터 결핍이 많은 아이였다고 느껴진다. 부모에게 사랑받지 못하고 꿈에 대한 도전에도 응원한 번 받지 못하며 상상 속의 또 다른 자아 루이 랑베르와 교류하는 그의 외로움에는 가여움이 느껴지기까지 했다. 극한의 궁핍에서 자포자기하는 모습을 보기위해 구석으로 스무살의 발자크를 몰아넣는 그의 어머니에게서는 책의 끝까지 모성애는 찾아볼 수 없었다.

실력이 인정받고 유명한 작가가 되었을 때 허황된 꿈을 쫒기보다 자신의 재능을 더 값지게 펼쳤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귀족이어야 하고, 미모의 매력이 있어야 하고, 무엇보다도 넘치는 재력을 소유한 젊은 미망인을 찾아 팔자를 고쳐보려는 발자크의 소원은 그의 평생의 꿈이 된다. 양다리도 모자라 세다리 네다리를 걸치며 사치와 허세에 젖은 삶은 오로지 '그녀'들의 재산으로 쪼들리는 빚에서 벗어날 꿈을 꾼다. 처음에 어머니 뻘의 베르니 부인으로 시작한 연애는 결국 아내로 맞은 한스카 부인에 이르기까지 돈 많은 여자를 찾아 헤매는 삶은 계속되었다. 어린시절, 어머니에게서 충분한 사랑과 지지를 받고 자랐다면 다른 이성관을 가지게 될 수도 있지 않았을까.

돈을 벌기 위해 진출한 연극계에서는 오히려 계속되는 실패로 빚만 늘었다. 잦은 사업 실패와 수집하는 물품을 보는 안목도 형편없었던 것을 보면 발자크의 재능은 소설을 쓰는 것 이외에는 없었던가 보다.

많은 여성들에게 구애의 편지를 받고 그 자신 또한 많은 여성들에게 구애를 했지만 진실한 사랑은 없었던 듯 싶다. 한스카 부인도 사랑 보다는 소유와 값싼 동정으로 그와 부부가 되었지만 속절없이 게속되는 발자크의 낭비에는 질려버린 듯 보인다.

길지 않은 인생이었지만 파란만장했다. 그의 죽음에 빅토르 위고의 조사에서만 발자크의 위대함과 품위가 있을뿐이었다.

그의 생애는 짧았으나 충만한 것이었습니다. 날짜보다는 작품이 더욱 풍부한 생애였지요. 아, 이 강력하고 절대로 지치지 않는 노동자, 이 철학자, 이 사상가,이 시인, 이 천재는 위대한 사람에게 주어진 운명대로 태풍과 투쟁으로 가득 찬 삶을 살았습니다.

-<츠바이크의 발자크 평전> 본문 664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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