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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녀 이야기 (리커버 일반판, 무선) ㅣ 시녀 이야기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김선형 옮김 / 황금가지 / 2018년 4월
평점 :
시녀 이야기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 김신형 (옮김) | 황금가지 (펴냄)
전체주의 사회 속에 갇혀버린 한 여성의 독백을 통해 성과 권력의 어두운 관계를 파헤친 섬뜩한 디스토피아 소설
-<시녀 이야기> 뒷 표지글 중에서
읽어본 이들이 한결같이 입을 모아 추천하는 이유를 알겠다.
한 여자의 독백으로 진행되는 이야기는 자칫 늘어지기 쉽겠다고 생각되겠지만 <시녀 이야기>는 전혀 그렇지 않다. 재미있게 읽었으나 마음은 개운하거나 가볍지 않다. 조지 오웰의 <1984>를 완독하고 나서 밤새 책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것처럼 <시녀 이야기>도 나를 쉽게 놓아줄것 같지 않다.
역사를 돌아보면 큰 전쟁이나 내전이 있을 때마다 상대적 약자인 여성들이 큰 피해를 보고 희생되어온 일이 적지 않다. 화냥년의 어원인 환향녀의 유래도 그러하고, 말없이 지금의 추위를 견디고 있는 저 밖의 소녀상들도 그 아픈 역사를 말해주고 있다.
<시녀 이야기> 속 길리어드 시대의 시녀들 또한 아이 낳는 도구로만 여겨지는 설정이 과연 허구의 설정이기만 할까.
우리는 다리 둘 달린 자궁에 불과하다. 성스러운 그릇이자 걸어다니는 성배다. (본문 238페이지)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하는 불신의 시대, 밀고와 감시가 누구를 향할지 알 수 없는 숨막히는 상황은 그런 생활이 예사로 익숙해진다는 점이 더 공포스럽다.
콜로니로 가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아이를 가지려는 시녀들은 배정된 부임지의 사령관의 아이가 아니더라도 임신을 하기 위해 목숨을 건 불법을 저지르기도 한다. 구제라 불리는 공개 처형의 위험을 무릅쓰는 것이다. (저주받을 현실에서 벗어난다는 점에선 구제가 맞을지도) 시녀들에겐 글을 읽는 것, 쓰는 것도 불법이 된다. 라헬과 레아 재교육 센터에 입교하는 순간 본명은 빼앗기고 부임지 사령관의 이름에 오브를 붙여 불리며 주인이 바뀌면 그 이름마저도 반납하고 떠나야 하는 신세다.
아이를 원했던 세레나 조이의 권유로 닉과의 하룻밤을 가진 오브프레드는 그 이후로도 남몰래 닉의 처소로 숨어든다. 목숨을 걸고 닉을 찾는 그녀의 행동을 어떻게 이해해야하나 싶었다. 아이를 절실히 원했던 것도 아니었고 닉을 사랑한 것도 아니었으며 성적인 쾌락에 몸을 맡긴 것도 아니었다. 절박함? 가진 것은 목숨 밖에 없는 두 사람이 가진 것을 걸고 삶에 대한 반항을 행하기라도 했던 것일까? '메이데이 조직원'이면서 동시에 '눈'이기도 했던 닉의 도움으로 오브프레드는 탈출하게 되지만 그 이후 그 탈출이 성공했는지는 알 수 없다.
아주머니라 불리는 여성들의 통제는 하찮은 권력일지라도 권력의 맛을 본 자들에게서 볼 수 있는 포악함을 보여준다. 사령관 프레드가 오브프레드를 데리고 금지된 것들을 한 것도 자신의 권력에 대한 비틀린 과신일 뿐이다. 들키더라도 희생되는 것은 시녀들일 뿐 권력을 가진 자신은 안전할거라는 오만.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것이 사람의 일이라 하였건만 영원하지 않을 권력을 믿고 날뛰는 인사들을 현실에서도 얼마나 많이 보아왔고 또 지금도 보고 있는가.
한동안은 머리속에서 시녀 이야기가 떠나지 않을 듯 하다. 후속작 <증언들>도 꼭 읽어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