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 집, 여성 - 여성 고딕 작가 작품선
엘리자베스 개스켈 외 지음, 장용준 옮김 / 고딕서가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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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 집, 여성

엘리자베스 개스켈, 버넌 리, 루이자 메이 올컷, 메리 셸리 (지음) | 장용준 (옮김) | 고딕서가 (펴냄)

상상력은 경험에 바탕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보고 듣고 만지는 등의 오감과 느낀점까지, 경험이 많을수록 상상력의 크기도 커진다는 얘기였다. 오래전, 여성들의 활동이 제한되던 시기에 그녀들은 어떤 경험을 바탕으로 이런 이야기들을 만들어낼 수 있었을까?

특히 앞의 3편의 이야기인 <회색여인>, <오키 오브 오키허스트, 팬텀 러브>, <비밀의 열쇠>가 여성의 시각에서 서술되고 있는 것과 달리 마지막에 수록된 메리 셸리의 <변신>은 남성의 시점으로 진행되며 타인과 몸을 바꾸는 신비한 변신에 관해 얘기한다.

영혼을 담보로 한 악마와의 거래를 소재로 한 작품은 여럿 있었지만 육체를 뒤바꾸는 3일간의 거래라... 이 거래를 믿어도 될까?

세번째 수록작인 <비밀의 열쇠>는 내용도 흥미롭지만 작가가 <작은 아씨들>을 쓴 루이자 메이 올컷이라는 사실이 먼저 흥미를 끌었다. '가족애의 따뜻함을 그려내었던 그녀가 쓴 복수와 비밀은 어떤 결말을 보여줄 것인가?'

낯선 남자의 갑작스런 방문 이후 돌연 죽음을 맞은 리처드 경과 두사람의 대화를 엿듣고 난 뒤 더할 수 없이 사랑하던 남편을 향한 사랑을 거두어들인 트레블린 부인. 결혼 전 남편에게 또 다른 아내가 있었다는 충격적인 비밀에 아내 앨리스의 마음이 차갑게 식어버린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전쟁으로 사망자 명단이 뒤바뀌고 생사를 알 수 없는 가족을 체념하는 일은 우리에게도 있었지 않은가. 6.25라는 전쟁으로 북에 두고 온 아내와 남쪽에서 다시 꾸린 가정 사이에서 번민하는 가장의 얘기는 그리 멀지 않은 우리 할머니 세대에도 실재하는 이야기다. 뻔하게 흐르리라 예상했던 결말은 살짝 비껴가며 반전의 재미를 더했다.

엘리자베스 개스켈의 <회색여인>을 처음 읽었던 때를 기억한다. 입을 다물 수 없었던 충격적인 결말에 앞으로 되돌아가 다시 읽기를 수차례 반복하며 '복선이란 이런 것이지!'하고 감탄을 숨길 수 없었던 작품이다. 거듭되는 반전과 뒤늦게서야 알게 된 수많은 복선들이 회색여인이라 불렸던 아나의 인생을 더 측은하게 여기도록 했는지도 모른다.

각각의 작품에 등장했던 여주인공들에게선 연민과 응원을 함께 보내게 된다. 그러나 <오키 오브 오키허스트, 팬텀 러브>의 앨리스 오키에게는 왠지 그런 마음이 들지 않는다. 260년 전 동명의 조상과 자신을 동일시하며 1626년의 앨리스가 남편과 함께 자신의 연인을 살해했듯이 1880년의 앨리스는 그녀 안의 또 다른 앨리스와 함께 남편을 죽음에 몰아붙인다. 니콜라스 오키의 저주가 이루어진 것일까, 아니면 앨리스 오키를 사랑한 남자는 죽을 수 밖에 없는 운명이라도 타고난 것일까?

<오키 오브 오키허스트, 팬텀 러브>와 <변신>은 독자가 어떻게 받아들이는가에 따라 열린 결말로 읽힐 수도 있다고 생각된다. 바로 이 점이 읽을 때마다 다른 감상을 남기게 되는 매력이다. 단편이지만 그 깊이는 결코 짧지 않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다시 읽게 된다면 그때는 또 어떤 느낌과 매력으로 나를 사로잡을지 벌써 다음 재독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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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와 벌 - 하 열린책들 세계문학 2
도스또예프스끼 지음, 홍대화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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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와 벌 (상)

표도르 도스또예프스키 (지음) | 홍대화 (옮김) | 열린책들 (펴냄)



함께 읽은 벗들이 모두 "어렵다 어렵다" 한다. 기간을 길게 두고 읽으면 오히려 더 어려울까봐 오로지 이 한 권에 집중하며 읽었다. 어렵지만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고, 어렵지 않다고 하기엔 '내가 과연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걸까?'하는 부끄러운 의문이 들었다. 도스또예프스키의 저작 의도를 과연 내가 제대로 이해할 수 있으려나...

상권에서 라스꼴리니꼬프가 괴로워하며 병증을 보이는 이유는 전당포 여주인 알료나를 살해한 것에 대한 죄책감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왜? 그에게 전당포 노파는 사람이 아닌 사회에 무익하고 추하고 해로운 "이"일 뿐이었다. 자신의 행위는 '이'를 제거하는 것이며, '이'에게 핍박받는 이들을 구원하려던 라스꼴리니꼬프는 자신이 오히려 핍박받던 리자베따를 죽이게 됨으로써 무너진다. 라스꼴리니꼬프가 생각하는 돈의 부족은 개인적으로는 자유의 제한, 사회적으로는 빈부의 격차와 빈곤의 악순환이라는 사회악이었다. 사회악을 제거하기 위해 살인이라는 방법을 쓰려했던 라스꼴리니꼬프. 그에게 그럴 권리는 누가 주었나? 결국 라스꼴리니꼬프는 자유도 정의도 얻지 못했다. 오히려 자신을 포함한 타인들에 대한 혐오감을 얻었고 심리적인 부자유로 인해 잡히기를 원하는 상태가 되었다.

라스꼴리니꼬프는 아무와도 소통할 수 없고, 아무도 사랑할 수 없고, 아무런 기쁨도 없다. 그것이 그가 저지른 죄에 대한 벌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육체의 구속은 심리적 자유로 향하는 여정이다. 그 시작은 소냐에게 한 고백으로 부터다. 라스꼴리니꼬프의 고백을 들은 소냐는 그를 두려워하지 않고 불쌍한 사람이라며 연민한다. 이미 그가 받고 있는 벌의 무게를 짐작하기 때문일 것이다.

하권에서는 죄를 지은 또다른 사람들의 모습이 다양하게 보였다.

환경과 배경을 죄를 저지르는 원인으로 보고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지 않았던 라스꼴리니꼬프는 수감생활을 하면서 뉘우침을 하게 된다. 모든 것을 자신의 희생으로 해결하던 소냐와는 대조적이다. 라스꼴리니꼬프는 소냐의 고통스러운 모습에 자수를 행동으로 옮기지만 죄책감이나 뉘우침의 결과는 아니었다. 오히려 뽀르피리의 말대로 자수를 유리하게 이용하려는 이성적 판단이 컸다.

그렇다면 라스꼴리니꼬프의 결말이 자신의 욕심과 평판을 위해 비열하게 소냐를 이용했던 루즨과 욕정에 눈멀었던 스비드리가일로프가 맞이한 결말과 다른 것은 무엇 때문인가?

루즨은 타인들에게 지식인이라 평가받는 레베쟈뜨니꼬프와 라스꼴리니꼬프의 증언에 비겁한 꽁무늬를 빼기 바빴고, 스비드리가일로프는 목적을 이루려던 그 순간에 두냐의 눈빛을 보고는 마음을 바꾼다. 두냐의 눈빛에서 자신이 결코 닿을 수 없음을 본 스비드리가일로프는 죽음을 선택하고, 소냐에게서 사랑과 희생의 결심을 본 라스꼴리니꼬프는 진정한 참회를 하게 된다. 모두가 손가락질 하던 소냐가 라스꼴리니꼬프에게는 영혼의 구원자인 것이다.

솔직하게 말해서 적어도 세번은 읽어야 <죄와 벌>을 읽었노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내용은 이해했으나 숨은 의미를 모두 이해하지는 못하겠다. 그러나 반드시 읽어봐야할 고전이라고는 말할 수 있다. 그렇다, 반드시!

<죄와 벌>을 읽지 않고는 고전문학을 읽었다고 말할 수 없겠다. 열린책들 세계문학에서 그 넘버가 왜 1번, 2번인지, 그만큼 꼭 읽어봐야할 명작이라서가 아닐까하는 짐작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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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일간의 세계 일주 책세상 세계문학 4
쥘 베른 지음, 이세진 옮김 / 책세상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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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일간의 세계 일주

쥘 베른 (지음) | 이세진 (옮김) | 책세상 (펴냄)

그는 이 여행에서 무엇을 얻었는가? 이 여행에서 무엇을 가지고 돌아왔는가?

-<80일간의 세계 일주> 311페이지

코로나19로 일상이 제한되며 초등학교 졸업식도 간소하게 치루고 고대하던 수련회와 수학여행도 가지 못했던 큰애가 중2가 되어 드디어 수학여행을 떠났다. 배멀미가 심해서 힘들었다는 아이는 아마도 나를 닮아 그런가보다. 멀미가 심해 여행이 그닥 달갑지 않은 나는 신혼여행을 제외하고는 바다를 건너는 여행은 해보질 못했다. 그래서 책을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떠나게 되는 세계 일주가 남달리 반가웠는지 모르겠다.

알고있는 내용일거라 생각했지만 80일 안에 세계 일주에 성공해서 내기에 이겼다는 결말만 알뿐 과정은 하나도 알지 못했던 <80일간의 세계 일주>. 결말이 중요한 이야기도 있지만 결말을 향해가는 그 과정의 이야기가 더 흥미로울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각성하게 된 독서였다.

해리슨 포드가 주인공으로 나왔던 영화 <도망자>가 떠올랐다. 아니 그보다는 영화가 나오기 훨씬 전에 방영되었던 미드 <도망자>가 떠올랐다는 게 맞겠다. 부인 살해의 누명을 쓰고 도망자의 신분으로 살아가는 주인공이 추격의 숨가쁨 속에서도 도피처에서 만나는 이들과 사연과 관계들을 만들어내는 사람사는 이야기. 바로 그런 이야기를 <80일간의 세계 일주>에서 보았다. 내기에서 이기기 위해 여행의 즐거움을 포기하고 일주만을 강행하는 과정에서 만들어내는 관계와 이야기들이 무뚝뚝해 보이는 포그와 하인 파스파르투를 통해 펼쳐진다. 이런 이야기에 사랑이 빠지면 섭하려나? 극적인 구출과 기사도 정신이 그 사랑을 낭만적으로 물들였다.

단지 '신사적이었다'는 묘사만으로 포그를 은행 절도범으로 확신하고 추격하는 형사 픽스를 통해 여러 사건들이 연상되기도 했다. 잦은 티비 출연으로 이제는 익숙한 재심 전문 박준영 변호사님이 변호했던 억울한 옥살이의 당사자들도 수사관들의 이러한 확증편향이 진실에 눈을 닫는 어리석음을 보이지 않았을까. 픽스는 자신의 뜻을 이루기 위해 파스파르투에게 아편에 취하게 하는 편법과 치졸한 행위도 서슴지 않았다.

반면, 까칠해 보이는 포그는 거리에서 스치는 거지에게 적선도 하고, 죽음의 위기에 빠진 여인을 구출하고, 수족에게 납치된 하인을 구하기 위해 재산과 목숨을 거는 의리를 보였다. 그야말로 시간이 생명인 상황에서 일면식없는 여인과 여행 직전 고용한 하인을 위해 그렇게 행동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80일간의 세계 일주가 가능할까?"라는 내기에서 포그가 얻은 승리는 내기 그 자체보다도 사람을 얻었다는 것에 있지 않나싶다. 이 일주에서 사랑을 얻었고 충성을 맹세한 하인의 우정을 얻었으며 적이었던 픽스마저도 동지로 돌려세웠으니 말이다.

제목은 너무나도 익숙하지만 내용은 새롭고 흥미진진했던 <80일간의 세계 일주>. 알고있다고 생각하지만 떠오르는 장면이 없다면 그건 아는게 아닌거다. 그런 분들에게 꼭 읽어보시라 권하고 싶다. 읽고나면 누군가에게도 반드시 권하고 싶어질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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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영국 여인의 일기, 1930 어느 영국 여인의 일기
E. M. 델라필드 지음, 박아람 옮김 / 이터널북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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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영국 여인의 일기,1930

E.M.델라필드 (지음) | 박아람 (옮김) | 이터널북스 (펴냄)

패브릭 양장의 표지가 단번에 눈길을 사로잡았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고 했던가! 기왕이면 다홍치마라고도 했지. 꽃그림이 그려진 찻잔이 자아내는 분위기와 그 찻잔에 발을 담그고 독서 중인 여성의 모습이 책의 내용과 찰떡이다 싶게 잘 어울린다.

편지글 형식의 문학은 종종 접해봤지만 일기 형식의 소설은 아무리 떠올려보아도 읽어본 기억이 없다. 몇 해전 <카프카의 일기>를 읽은 적이 있지만 말 그대로 카프카의 일기니까 일기 형식의 소설인 <어느 영국 여인의 일기, 1930>와는 다르다.

정말 백년 전에 씌여진 이야기가 맞나 싶게 공감이 되는 부분이 많아 슬며시 미소가 지어지는 부분이 꽤 많았다. 공감되는 부분도 그러하지만 일기의 주인공이 가진 성격이 더 친근하게 느껴진 이유도 있다. 본인의 유머러스함을 과연 그녀는 알고 있을까? 이 영국 여인의 일상은 월급날이 다가오면 통장을 스쳐갈 숫자들을 이리저리 맞춰보며 가계부를 덮었다 펼쳤다하며 한숨짓는 이 시대의 많은 주부들과도 닮았다. 그런데 이 여인은 걱정은 걱정대로 하면서 쇼핑은 멈출 줄을 모른다. "새 옷과 새 모자... 조금은 괜찮겠지... 비키와 로빈의 간식을 줄여야겠다"는 대목에선 이 철없는 아주머니가 귀엽기까지 하다. 홈쇼핑 채널을 보다가 꼭 필요할 것만 같아져서 충동구매하는 우리네 모습과 비슷한 듯도 하고.

얄미운 이웃을 보며 속으로 살인 충동을 느끼고 속시원하게 일갈하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며 접대성 멘트를 하는 그녀를 보며 사람사는 모습은 백년 전 그때나 지금이나 다를게 없구나 싶기도 하다.

사랑을 만나 결혼하려는 딸에게 청승을 떨어대는 블렌킨솝 부인과 입바른 직언과 막말을 오가는 모드 블렌킨솝, 영국판 경상도 남자인 무뚝뚝한 로버트, 자기 자랑을 늘어놓는 레이디 복스 등 일기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우리의 일상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이웃들의 모습이다.

남들에게 초라해 보이고 싶지 않은 허세와 과시가 일기의 주인공에게 쓸데없는 쇼핑과 일거리를 만들어 주지만 완벽한 사람이란 없으니~. 머리하러 미용실 갔다가 망치고 나오는 허당미까지! 미워할 수 없는 그녀~

일기가 이렇게 재미있어도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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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와 벌 - 상 열린책들 세계문학 1
도스또예프스끼 지음, 홍대화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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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와 벌 (상)

표도르 도스또예프스키 (지음) | 홍대화 (옮김) | 열린책들 (펴냄)



많은 사람들이 인생책으로 꼽는 <죄와 벌>.

언젠가는 꼭 읽고 말겠다고 다짐했던 책이다. 드디어 읽었으나 부끄럽다. 나는 무엇을 읽었나? <죄와 벌>, 나의 무지로 인해 이해가 어려웠다.

<죄와 벌>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도스또예프스키에 대한 깊은 이해가 먼저 있어야겠다. <죄와 벌>에서 뿐만 아니라 그의 다른 소설에서도 돈이라는 주제는 자주 등장한다.

라스꼴리니꼬프가 살인을 하는 이유는 돈이다. 돈 때문에 학업을 이어가지 못하고 휴학 중이며, 라스꼴리니꼬프의 동생 두냐도 돈 때문에 스비드리가일로프의 집요한 추파를 견디며 가정교사일을 한다. 소냐도 돈 때문에 노란 딱지를 받는 매춘업으로 가족을 부양하고 있다.

라스꼴리니꼬프가 전당포 여주인을 살해하기 위해 세우는 계획의 치밀함과 흔적을 지우는 모습에서 죄책감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렇다면 그는 무엇으로 인해 그토록 괴로워하고 고열에 시달리며 병이 났던 것인가.

전당포 노파를 살해하는 과정에서 전혀 계획되지 않았던 또 하나의 살인, 리자베따의 죽음. 빈민촌에서 높은 이율의 고리대금으로 가난한 사람들의 돈을 착취하는 전당포 주인 알료나를 '이'라 규정하고 그 노파의 돈을 좋은 곳에 쓰겠다는 라스꼴리니꼬프의 계획은 리자베따를 죽이게 되면서 물거품이 되버렸다.

'이'를 죽여 정의를 실현하고 싶었던 라스꼴리니꼬프는 '이'에게 갈취당하는 리자베따를 죽이게 되면서 괴로움에 병이 나고 만 것이다.

어머니에게서 온 편지는 살인의 실행을 갈등하던 라스꼴리니꼬프에게 기폭제가 되었다. 라스꼴리니꼬프의 심리에 집중해 읽어보아야 한다. 라스꼴리니꼬프에겐 '이'를 죽이는 것은 범죄가 아니라 정의의 실현이었던 것이다.

살해의 도구인 도끼가 갖는 상징성은 매우 크다. 집을 지을 나무를 베고, 요리에 쓰일 장작을 패고, 성상을 만드는데 쓰이는 도끼가 그에게는 살해의 도구가 된 것이다. 자신이 타인의 죄를 심판하는 인간 위의 인간, 초인이라 여기며 신을 부정하는 상징인 것이다. 죄를 지은 그 순간 라스꼴리니꼬프의 벌은 이미 시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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