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의 양식·새 양식 열린책들 세계문학 284
앙드레 지드 지음, 최애영 옮김 / 열린책들 / 202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지상의 양식ㆍ새양식

앙드레 지드 (지음) | 최애영 (옮김) | 열린책들 (펴냄)

자신의 역량과 젊음에 대해 스스로 확신을 가져라. 자신에게 끊임없이 이렇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그 새로운 인간은 오직 나 자신에게서 유래한다.>

-<지상의 양식ㆍ새양식> 본문 302페이지

두꺼워도 술술 넘어가는 책이 있는가 하면 얇아도 좀처럼 책장 넘기기가 어려운 책도 있다. 내용이 어려워서 그럴 수도 있고 매 페이지마다 가슴으로 밑줄을 그어대고 음미하느라 그런 경우도 있다. <지상의 양식ㆍ새양식>으로 말하자면 단연코 후자이다. 재미로만 후루룩 읽어내려 갈 내용도 아니지만 독백 같기도 하고 일기 같기도 한 <지상의 양식ㆍ새양식>은 어느 페이지에서는 요새말로 뼈 때리는 팩트 폭행을, 어느 페이지에서는 심연을 울리는 감동과 반성을 일으키는 문장과 구절들이 넘쳐난다. 앞 부분의 몇 문장에 인덱스를 붙여나가며 읽다가 붙이기를 포기했다. 매페이지 마다 다 붙일 수는 없는 노릇이니!

줄거리가 있는 것도 아니고 시간의 순서대로 쓰여진 것도 아니어서 오로지 앙드레 지드가 이끄는 서술대로 따라가야 하지만 빛나는 문장들은 그의 철학이 녹아 길을 잃고 헤매는 청춘에게는 이정표가 되고도 남는다.

신을 거론하며 종교적인 얘기도 등장하지만 희안하게도 종교적인 색채나 냄새가 느껴지지 않았다. 소설가의 비망록이기 보다는 인생을 달관한 철학자의 깊은 사색과 깨달음이 더 짙다고나 할까. 지혜마저도 이성이 아닌 사랑 속에 있다고 말하며 앙드레 지드가 거듭해서 강조하고 있는 것은 '사랑'이다.

욕망의 대상 자체를 소유하기 보다 욕망을 품고 있는 자체가 더 풍요롭다는 것, 선택하기는 나머지 전부를 포기하는 것이라는 것, 순간순간마다 '지금-여기 있음'이 가지는 힘 등 글로 적어낸 앙드레 지드의 철학은 글이 되지 못하고 함축되어진 부분이 더 많아 끝없이 생각을 하도록 만들었다.

개인의 자유를 옳아매거나 안주하게 하는 모든 것들로 부터 탈주할 것을 권하는 <지상의 양식>은 물질만능으로 지쳐가는 현대인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져나간 무소유, 미니멀리즘, 내려놓기 등의 사상들과도 겹쳐지는 부분들이 있다. 내려놓아야 하는 것들이 눈에 보이는 물질만은 아닐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인생의 최종 목적을 행복에 두고 있다는 것에 이견은 없을 것이다. 이 행복에 이르는 길이 욕망의 대상을 소유하는 것보다 그것들로 부터 구속되지 않는 자유에 있음을 많은 철학자와 스승들이 말해왔으나 행동으로 옮기는 데에는 배움처럼, 마음먹은 것처럼 쉽지가 않다.

<지상의 양식>과는 38년의 시간차를 두고 발표된 <새 양식>에서 동감되는 부분은 훨씬 많았다. 많은 자기계발서에서 그토록 강조하는 행복의 조건들이 <새 양식>에서는 <지상의 양식>보다 쉽고 친근하게 다가왔다.

<좁은 문>의 작가로 널리 알려진 앙드레 지드. 그의 사상과 철학 그리고 고민까지 깊이 알 수 있었던 <지상의 양식ㆍ새양식>은 세기를 뛰어넘은 오늘의 젊은이들에게도 그가 전하고픈 메세지가 진심에 와닿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