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 e - 시즌 1 가슴으로 읽는 우리 시대의 智識 지식e 1
EBS 지식채널ⓔ 엮음 / 북하우스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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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처음으로 5분의 지식채널e를 만난 것은 네덜란드 화가 고흐편이었다. 항상 무심한 TV리모콘의 채널 내림, 올림 버튼으로 어쩌다 화면을 접했던 EBS였는데 이순간만은 채널이 고정되었다. 공중파로서는 꽤 획기적이며 신선하고 모험적인 시도였음이 그 짧은 순간에도 느꼈졌다. 마치 뮤직비디오 같기도 하고 광고 같기도 했던 영상 5분에는 영상을 넘어선 이야기와 진정성이 담겨 있었다. 나는 아직도 그 감동을 잊지 못한다.

지식e는 우리에게 필요한 지식이 무엇인지 8개 항목을 책머리에 밝히고 있다.

'암기하는 정보가 아니라 생각하는 힘입니다. 현학적인 수사가 아니라 마음을 움직이는 메시지입니다. 빈틈 없는 논리가 아니라 비어 있는 공간입니다. 사고를 구속하는 것이 아니라 더욱 자유롭게 하는 것입니다. 엄격히 구분짓는 잣대가 아니라 경계를 넘나드는 이해입니다. 말하는 쪽의 입이 아니라 듣는 쪽의 귀입니다. 책 속의 깨알같은 글씨가 아니라 책을 쥔 손에 맺힌 작은 땀방울입니다. 머리를 높게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낮게 하는 것입니다.'

나는 과연 나의 '지식'이라는 것들이 생각하는 힘이였는지, 마음을 움직이는 메시지, 경계를 넘나드는 이해심이었는지 자문해본다. 부끄럽지만 나의 지식이라는 것들은 그러지 못했다. 나의 입은 항상 떠들어대기 좋아했으며 나의 눈은 책 속의 깨알같은 글자들을 따라가기에 바빴으며 얄팍하게 알고 있었던 정보로 다른 사람들 위에 있고자 하였다. 나는 미처 몰랐다. 매일 마시는 커피 한 잔 너머의 삶을, 내가 붉은 악마들과 태극전사를 응원할 때 하루 종일 바느질만 하는 아이들의 삶을, 반짝반짝 빛나고 예쁜 보석을 보고 헤벌죽 웃고 있을 때 점점 더 가난해지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꽃집의 아름다운 꽃들이 항상 행복하고 사랑받는 사람만이 받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나의 손이 책장을 넘기면 넘길 수록 알지 못했던 것들이 후두득 쏟아져 나왔다. 지식e가 나의 지식을 조금은 생각하는 힘 쪽으로, 나의 사고를 좀더 자유롭게, 나의 마음의 높이를 조금은 낮게, 나의 논리에 조금은 빈 공간을 만들었다. 이 만큼 좋은 조언자, 친구는 없을 듯 싶다. 샛노란 책이 나를 노랗게 물들여 따뜻함으로 이끌었음이다. 이 이끌림 꽤나 괜찮다. 모두 물들어 봄직도 괜찮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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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슴도치의 우아함
뮈리엘 바르베리 지음, 김관오 옮김 / 아르테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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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과연 우아함은 무엇일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무엇을 갖추어야만 우아한 삶을 살 수 있는 건지. 최소한이 아닌 적당한 의식주가 보장되어 있어야 하며 적당한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는 경제력과 예술을 감상하고 이해할 수 있는 지적 수준? 이 소설은 이러한 것들이 그다지 중요하다고 하지 않는다. 쉰 넷의 수위 르네는 평생 넓은 집에서 풍요롭게 살아본 적도 없으며 교육을 맘껏 받아보지도 못한, 일반적 시각으로 본다면 우아함하곤 한참의 거리를 두고 있는 인물이다. 열두 살 팔로마. 그녀는 조금 다르다. 일반적 시각에 비추었을 때 이대로만 성장한다면 우아한 삶을 누릴 수 있는 조건을 갖추었다. 학식있고 경제력과 사회적 지위까지 고루 갖춘 부모님에 엘리트 고등학교에 재학중인 언니. 어느 누가 봐도 남부럽지 않은 생활 조건을 두루 갖추었다. 하지만 팔로마의 삶은 우울하고 비관적이며 심지어 자살 계획을 짤 정도로 삶이 무의미하다. 그렇다면 진정 우아한 삶의 조건은 무엇인가? 소설에선 르네의 일상과 사색 그리고 팔로마의 사색일기를 통해 삶이 질적으로 풍요롭고 진정 사람이란 이렇게 살아야만 사람답게 사는 것이다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물론 르네와 팔로마의 철학적 사고가 쉽게 다가오진 않는다. 이것은 이것이다. 저것은 저것이고, 그것은 그것이다라는 정의식 해답이 아닌 다시 우리의 사색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이쯤되면 이는 소설이 아니라 철학책인가. 소설이든 철학책이든 혹은 헐리우드 영화든 예술영화든 우리가 보고, 듣고, 읽는 것엔 우리의 뇌를 통과한 우리의 생각이 남게 마련이니 이 소설을 완주한 독자라면 사색의 문을 통과하여 우아함에 한 발짝 다가간 사람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 축하의 말을 전해야겠다. 당신의 우아함 삶은 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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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유괴
덴도 신 지음, 김미령 옮김 / Media2.0(미디어 2.0) / 2007년 8월
평점 :
절판


웃긴 녀석들이다. 이 세 녀석들 절실하다. 새생활을 원한다. 근데, 빽도 없고, 돈도 없고, 배운 것도 없고, 꾀도 없다. 이런 검정, 빨강, 파랑 세복면이 할머니 한명을 유괴한다. 이 할머니 돈도 많고, 인정도 많고, 인심도 많고, 산도 많고, 꾀도 많다. 이 유괴단 할머니 가족들에게 제대로 몸값을 받을래나?

호홋! 이 할머니 보통이 아니시군. 세놈들한테 없는 것 골고루 갖추셨으니 유괴단의 앞날에 서광이 비칠지, 암흑의 그림자가 덮일지. 아님 이도저도 아닌 흐렸다 갤지. 기대하게 만든다. 세복면맨의 활약상을 기대해야 할지 아님 할머니의 탈출 활약상을 기대해야 할지, 몸값 전달의 의무가 있는 가족들의 활약상을 기대해야 할지. 과연 선은 악을 물리칠까. 아님 악을 아우를까. 유쾌한 결말이 기다리고 있을 것 같은 기분 좋은 냄새가 난다. 한번 찬찬히 따라가 보자.

작품의 발표연도가 1978년이라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이야기는 세련되었다. 탄탄한 이야기의 구성과 분명하고 살아있는 캐릭터는 이 소설의 주름살을 말끔히 없애준다. 여전히 매력적인 이 소설의 재치, 유머, 전개, 결과, 교훈들은 현재의 우리를 웃게 해주며, 미소짓게 하며, 무릎을 탁 치게 하며, 감동을 느끼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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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始-5

   
 

 그것은 마치 팽이 심지처럼 꼭 한가운데 꽂혀 있다. 도쿄의 중심에. 일본의 중심에. 우리의 동경(憧憬)의 중심에. 그 원심력이 말끔히 전달되도록 정확히 측정한 자리에서 뻗어 올라갔다. 하릴없이 시간이 남아도는 신께서 때때로 하늘 아래로 손을 내밀어 그것을 고사리 돌아가듯 빙글빙글 돌린다. 빙글빙글, 팽글팽글, 우리도 돈다. 가로등에 모여드는 나방처럼 우리는 찾아왔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휘황한 불빛을 원하며 거기에 빨려들었다. 고향 땅을 버리고 기차에 흔들리고 마음마저 흔들리며 이곳에 끌려왔다.

 
   

 美終-413

   
 

엄니.

나도 여기서 좀 더 노력해 볼게. 지켜봐 줘. 건강관리에도 신경 쓰고 있어. 요즘에는 내 손으로 요리도 해먹는다니까. 엄니는 메모장에 '안녕'이라고 썼지만, 어째서 그런 섭섭한 말을 해? 스님이 몸은 없어져도 언제나 엄니는 곁에 있다고 했다고. 게다가 세상이 어떻게 바뀌건 엄니와 나는 앞으로도 계속 엄니와 아들이잖아. 왜 그런 섭섭한 소리를 했어? 엄니가 죽고 나서 한동안은 아무 것도 할 맘이 나지 않았지만, 지금은 착실히 노력하고 분발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어. 엄니 지금껏 이래저래 미안해. 그리고, 고마워. 엄니가 나를 키워주신 것을 나는 자랑스럽게 생각하네.

도쿄 타워의 창에 펼쳐진 하늘은 파랗고 서서히 지평선을 향하면서 하얗게 녹아들었다. 햇살이 부드럽게 바다와 도시를 비추었다. 나는 내내 머나먼 저쪽을 바라보았다. 목에 건 조그만 가방에서 얼굴을 내민 엄니도 같은 곳을 쳐다보고 있었다.

"엄니, 오늘은 날씨가 좋아서 참말 다행이네."

 
   

 

 

 

 

 

                                                                                                                                       사진-paperd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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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대왕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9
윌리엄 골딩 지음, 유종호 옮김 / 민음사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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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위대한 생각이란 가장 단순한 법이다.-194쪽

얼굴을 가리는 색칠이 얼마나 사람의 야만성을 풀어놓아 주는 것인가 하는 것을 그들은 속속들이 알고 있었던 것이다.-25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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