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있기 좋은 날 - 제136회 아쿠타가와 상 수상작
아오야마 나나에 지음, 정유리 옮김 / 이레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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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이대로 좋을까요?"

"글쎄, 모르겠네."

"할머니, 세상 밖은 험난하겠죠? 저 같은 건 금방 낙오되고 말겠죠?"

"세상엔 안도 없고 밖도 없어. 이 세상은 하나밖에 없어."

 
   

 

 소설을 다 읽고서 얼마 지난 후 당시엔 마음에 와닿지 않았었는데 지금에서야 이 문구가 나에게 위로를 준다. 나도 세상밖으로 나오는 것이 두렵고 불안했었다. 그것을 다른 사람이 알게될까 또 그것이 두렵고 불안했었다. 아마도 당시의 나의 모습과 소설 속 치즈의 모습이 꽤나 겹치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나도 어서 나이를 먹어 50대 60대 70대의 노인이 되고 싶었다. 왠지 그들한테는 불안과 두려움은 없고, 평안과 지혜와 안정만이 있을 것 같았다. 텔레포트.. 그렇다. 치즈가 소설 속에서도 그렇게 말한다. 깅코 할머니와 텔레포트하고 싶다고. 매사에 끙끙대지 않고, 비관적이고 피곤한 것이 싫어서 말이다. 하지만 노인은 노인대로 애로사항이 있는 법. 역시나 세상에서 가장 어렵고 힘든 문제는 자기 당면 문제뿐인가라는 체념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나이는 헛 먹는 것이 아니고 세상도 헛 사는 것이 아니다. 깅코 할머니는 치즈에게 "틀에서 불거져 나온 게 인간. 불거져 나온 게 진정한 자신." "어두운 건 나쁜 게 아니야." "사람이란 게......참 그렇지? 다들 떠나가버리니까." "곰곰이 되짚어보면 (즐거움)이 되돌아온단다." 라는 식으로 코 빠뜨리고 있는 치즈에게 알듯 모를듯 한 위로와 삶의 지혜를 들려준다. 깅코 할머니의 위로는 치즈의 부아가 치밀어 오르게도 하지만, 깅코 할머니와의 1년 동거생활은 생각많고, 자신을 덜 사랑하는 치즈를 점차 변화시켜 세상안에 이미 그녀가 있음을 일깨워준다. 그렇다고 치즈와 세상과의 관계가 괄목할 정도로 원만해진 것은 아니다. 여전히 그녀에게 세상과의 소통은 서툴고 그곳은 불안과 두려움 투성이다. 하지만 이제 그녀 앞의 세상은 '봄의 문턱'의 기대감이 충만한 그것이다. 기대와 불안이 공존하여 속이 울렁거리는 그런 세상을 그녀가 만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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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투하는 자에게 동그라미를
미우라 시온 지음, 권남희 옮김 / 들녘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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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표지의 표범무늬 부츠의 주인이 '격투하는 자들' 사이에서 왠지 홀로 '격투하지 않을'것만 같다. 회색 그림자들 사이에 튀는 칼라 표범무늬라. 분명 범상치 않다. '나, 여깄어요~'라며 당당한 포즈지만 회색 그림자들과 무색의 투명 발들은 무심히 제갈길만 걷고 있다. 대학 졸업반인 가나코는 만화광이다. 어차피 취업전선에 뛰어들어야만 한다면 제일 좋아하는 만화를 처음 볼 수 있을 것 같은 편집자의 길을 선택하리라. 단순해 보이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가나코의 다부진 마음이 느껴진다. 분명 '평상복 차림'이라고 쓰여져있는 통지서에 따라 나홀로 표범무늬 부츠의 평상복 차림으로 면접을 나서는 가나코에게 필기시험, 몇차례의 면접이라는 대험란이 출판사 합격까지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가나코는 전혀 호의적이지 않은 취업환경에 맞서 그럭저럭 '합격'이라는 감동의 그날까지 포기하지 않는다. 별거중인 정치인 아버지, 새엄마, 남다른 고등학생 남동생, 70대 노인 애인, 호모 남자친구, 취업에 무관심인 미모의 여자친구 등. 가나코의 사생활 인물들은 어찌나 다들 비현실적인지. 또한 세인의 시선하고는 담쌓고 사는 듯 하여 무슨일이든지 당차게 해낼것 만 같은 가나코이지만.비현실적인 그녀의 사생활 설정에 비해 그녀의 취업 과정은 꽤나 현실적이고 사실적이며, 그녀의 당참에도 불구하고 만화 편집자의 길은 만만치 않다. 마치 작가는 이런것이 사회다라고 일깨워주는 것만 같다.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인으로써 밥벌이를 시작해야 할 때 누구나 반드시 겪어야만 하는 취업. 물론 자신의 적성과 소질을 일찍 찾은 사람이야 그 취업이라는 것이 '전쟁'이라고까지는 느끼지 못할 것이다. 구직활동을 하면 할 수록 과연 이일을 내가 하고 싶어했나, 혹은 좋아하는 일인가라고 자문해보지 않은 사람도 드물 것이다. 어느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고, 혼자만의 좌절이 아니라고 생각은 하겠지만 실패를 거듭할 수록 자신에 대한 자신감이 반감되는 것 또한 피할 수 없는 일일 것이다. 어느 누가 그렇지 않을 것이란 말인가. '격투하는 자에게 동그라미'의 작가도 우리와 전혀 다른 사람이 아니다. 책 제목에서부터 격려의 메세지를 전하고 있지 않는가. 자신이 진짜 좋아하는 일을 혹은 사회에서 자신을 책임지기 위해 이리뛰고 저리뛰어 세상과 싸우고 있는 자들에게 과감히 합격의 동그라미를 쳐달라고 말이다. 각자의 삶에 도전해 오는 세상과 고군분투하는 자들에게 합격의 동그라미를 쾅 찍어 달라고 응원해주는 것 같아 힘을 얻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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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을 담은 배 - 제129회 나오키상 수상작
무라야마 유카 지음, 김난주 옮김 / 이레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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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란 의외로 사용하는 사람의 내면을 보여주거든.-17쪽

"몇 살이 되든 사람은 다 누군가의 어린애잖아."-95쪽

하지만 15년이란 세월은 서로에게 공평하게 흘러, 아키라는 이미 그 시절의 아키라가 아니고 나 역시 그 시절의 내가 아니다.-217쪽

인연이 있어 한 배를 탄 가족인데, 때로는 이렇게 나 혼자 먼저 내릴 수는 없을까, 하고 절실하게 바라는 순간이 있다.-243쪽

'아픔은 몸으로 배우는 것이다, 한 번도 위험에 부닥치지 않고 어떻게 위험하다는 것을 알겠느냐'-460쪽

이루어질 사랑만이 사랑이 아닌 것처럼 활짝 피어나지 못하고 그저 늙어 사라질 인생에도 나름의 의미는 있을 수 있다.

행복이라 할 수 없는 행복도 있을 수 있지.-46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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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이순원 지음 / 뿔(웅진)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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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착한 소설입니다. 어린 밤나무는 할아버지 밤나무처럼 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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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종의 라틴화첩기행] 서평단 알림
김병종의 라틴화첩기행 문학동네 화첩기행 5
김병종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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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단도서>

훌쩍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고 생각했을 때 라틴아메리카를 떠올려 본 적이 있는가. 이정재, 이미숙 주연의 영화<정사>를 봤을때 리우데자네이루에 가보고 싶었고, 장국영, 양조위의 <해피투게더>를 보곤 부에노스아이레스에 가보리라 다짐했고, 체 게바라의 <라틴여행기>를 읽고서는 페루의 마추픽추에 가보고 싶었으며, 신문 지면을 브라질의 화려한 삼바 무희들이 장식할 때는 브라질의 카니발을 내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다. 김병종의 여행길을 따라가다보니 어찌나 속이 시원한지. 또 어찌나 부러운지. 그러면서 어찌나 나의 마음이 술렁이는지. 이래저래 여러 갈래의 마음을 다잡고 김병종을 따라 조용히 나도 라틴아메리카에 발을 들여놓는다.

<쿠바>- 떠오르는 나름의 이미지들이 있다. 아바나의 더티댄싱, 뜨거운 태양, 아마추어 야구,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의 할아버지, 할머니, 체 게바라, 카스트로, 소련,.... 처음엔 떠오르는 이미지가 별로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나름 많아 새삼 놀란다. 김병종도 본인이 떠올린 이미지를 바탕으로 기대에 차서 쿠바행 비행기에 올랐다. 그의 쿠바 이미지엔 사람들이 있었으니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 체 게바라, 헤밍웨이가 바로 그것이다.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의 공연에 목말라 있던 작가에게 5살짜리 한국어 실력으로 쿠바 여행을 가이드해주는 쿠바 남자는 김병종에게 차갑게 '선생님도 영화를 보셨나요?'라고 하지만 먼 길을 날아온 여행자에게 그들의 나라에서 그들의 공연을 볼 수 있지 않을까하는 혹시나하는 기대감을 가지는건 당연하지 않겠는가. 작가에게 행운이 따라서인지 작가는 그렇게 기대하고 바라던 일을 여행지에서 경험하게 된다. 인생을 노래하는 할아버지, 할머니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음악을 듣다보면 쿠바가 격렬한 혁명의 나라임을 잠시 잊게 된다. 하지만 쿠바는 치열하고 격렬했던 혁명으로 거대강국 미국에 대항하여 맞섰던 나라이다. 과거의 혁명으로 현재의 쿠바를 만들었고 지금도 베레모를 쓰고 시가를 물고있는 체 게바라의 사진 아래서 혁명중인 나라이다. 미국의 경제제재에 의해 쿠바의 곳곳마다 가난이 자리잡고 있음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지만 쿠바의 사람들은 언제나 무리지어 노래 부르고, 악기를 연주하며 춤을 춘다. 그들에겐 뜨거운 태양과 푸른 바다 그리고 몸을 흔들 수 있는 음악만 있으면 그다지 삶이 피곤할 이유가 없다. 마지막으로 작가가 쿠바 여행에서 심열을 기울이는 것이 있다면 헤밍웨이의 자취를 따라가는 것이다. 헤밍웨이의 카페와 그의 산책로, 그의 별장, 그리고 그의 쿠바친구. 헤밍웨이의 마초적 삶을 동경하는 작가의 모습이 친근하게 느껴지는 부분이다. 책의 3분의 1를 차지하는 쿠바여행기는 사람에서 끝나는 것은 아니다. 쿠바의 두 명물 트로피카나와 말레콘에 대한 작가의 감상과 그림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멕시코>-작가 김병종의 그림작엔 선인장, 디에고 리베라, 세계적 휴양지 칸쿤, 거리의 악사 마리아치, 프리다 칼로의 푸른집, 거리의 행상들, 멕시코의 농부들이 있다. 작가는 디에고 리베라와 프리다 칼로에 중점을 두었으며 화가의 본성때문인지 그는 이 두사람의 관계와 인생으로 멕시코를 바라보고 그의 발걸음을 옮긴다. 그를 쫓다보니 사막의 모래 바람을 맞고 있는 선인장의 나라만이 아닌 예술의 멕시코를 접하게 된 것 같아 새로운 발견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르헨티나>-작가가 예술의 나라라고 극찬을 마지아니하는 나라가 바로 아르헨티나이다. 정열의 탱고의 나라. 보르헤스의 나라. 에비타의 나라. 탱고와 뗄수 없는 관계를 가지고 있는 피아졸라의 나라. 영화 <여인의향기>에선 '실수로 스텝이 엉키면 그게 바로 탱고라오. 실수로 넘어지면 그게 바로 삶이라오'라고 했단다. 그리고 탱고를 '육체로 쓰는 가장 아름다운 시'라고 했단다. 또한 교민 H씨는 '다만... 와인에 취하고 탱고에 취할수록 서울로 가는 비행기는 아득하게 멀어지고 말 것 입니다.'라고도 했다. 비단 탱고만이 아르헨티나의 매력이겠는가. 예술을 사랑하고 즐길줄 아는 사람들의 나라가 바로 아르헨티나인것이다. 정말 아르헨티나에 가고싶게 만든다. 이럴 땐 작가가 얄미울뿐이다.

<브라질>-라틴아메리카의 가장 넓은 부분을 차지하는 나라. 이 나라에서 작가는 춤과 신과 축구를 소개한다. 삼바드로모. 어느 누가 삼바를 추는 화려한 무희들에 묻혀보고 싶지 않겠는가. 브라질인들은 짧은 카니발을 준비하는 기쁨으로, 카니발을 즐겁게 즐김으로써, 다음 카니발을 준비할 기대감으로 1년을 산다고 한다. 이것이 브라질인들이 가난과 불평등을 이겨내는 삶의 방식이다. 국민의 80%가 카톨릭 신자인 브라질에서 신에 대한 인간의 경외감의 표현인 메트로폴리타나 대성당과 코르코바도 예수상을 보면서 작가는 달빛이 모두에게 비치는, 팔 벌린 예수 모두 내게로 오라고 말하는 듯한 그림들을 선사한다. 브라질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축구 얘기도 있음은 물론이다.

<칠레>-지구상에서 가장 긴 나라. 안데스의 품안에 있는 산티아고에서 작가는 이사엘 아옌데 이야기를 들려주며, 작가를 지구 반대편, 가장 긴 나라에 이끌고 온 시인 파블로 네루다의 시를 들려준다.

<페루>-체 게바라의 <라틴여행기>에서 체는 페루의 쿠스코와 마추픽추를 보고 한없는 슬픔과 고통을 표현한다. 작가 또한 잉카제국의 수도 쿠스코에서 영화를 누렸던 옛 잉카인들의 위대함과 놀람의 감정을 느끼며 그들의 후손들의 현실에 안타까운 마음을, 쿠스코를 떠나 오른 공중도시 마추픽추에서는 슬픔을 느낀다.

작가는 이렇게 자신의 라틴여행일지에 끝을 맺는다. 그의 여행에서 빼놓지 않고 있는 것은 사람과 예술이다. 그의 뒤를 쫓다보면 어느새 나는 헤밍웨이의 별장에, 디에고 리베라의 벽화 앞에, 프리다 칼로의 고양이가 있는 푸른집에, 보르헤스의 카페와 서점에, 피아졸라의 탱고 거리에, 리우데자네이루의 아름다운 해변에 와있곤 한다. 이를 더욱 실감나게 해주는 것은 작가의 화려한 색채의 그림이다. 작가의 그림들이 한몫을 제대로 하고 있다. 강렬한 원색의 특별한 꾸밈없는 그의 그림은 라틴아메리카의 정열과 강렬함과 생동감을 제대로 느낄 수 있도록 해준다. 라틴아메리카로의 여행을 마구마구 부추기는 이 책으로 당분간은 위안삼아야겠다. 내가 작은 수첩과 펜을 가지고 떠날 예술여행, 라틴여행를 꿈꾸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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