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멸의 인류사 - 우리는 어떻게 살아남았는가
사라시나 이사오 지음, 이경덕 옮김 / 부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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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뇌는 한참 나중에 증가했다

인류의 진화에서 직립보행이 먼저 나타났고 뇌의 용량의 증가는 한참 후에 나타났다.

최초 인류로 보이는 사헬란트로푸스 차덴시스 (700만년전)는 뇌 용량이 350cc로 침팬지와 유사하다. 250만년 전에 등장한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는 450cc정도이다. 450만년 동안 뇌의 용량 증가는 거의 없었다.

최초의 호모 종인 호모 하빌리스 역시 509cc에 불과했으나 호모 에렉투스에서 850cc로 대폭 커졌다. 인류가 출현한게 700만년 전이고 500만년 동안 큰 변화가 없다가 하빌리스가 190만년전 등장하고 10만년 사이에 에렉투스가 급속히 큰 뇌로 등장했다.

직립보행과 일부일처제가 500만년 동안 진화하는 동안 뇌의 역할은 미미했다는 것이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프리카누스는 뇌가 작았다. 따라서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프리카누스가 인류라고 하면 직립 이족보행이 먼저 진화했고 뇌가 커진 것은 나중에 일어난 일이된다. 그런데 필트다운인의 경우는 턱은 유인원과 닮았는데(오랑우탄의 턱을 그대로 붙였으니 당연한 일이다) 뇌는 컸다. 이 경우 뇌의 크기 증가가 먼저 일어난 일이 된다.

우리 인간의 뇌가 크기 때문에 큰 뇌용량이 인류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따라서 침팬지류와갈라진 직후에 인류의 뇌가 커졌다고 생각하기 십상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그렇지 않았다.

결국 필트다운인의 실체가 밝혀졌다.  - P97

‘직립 이족 보행을 시작하면서 사람의 손은 자유로워졌다. 그리고 손으로 석기 등을 제작했고 뇌가 커졌다‘라는 말도 있으나 그것은 옳은 말이 아니다. 인류는 직립 이족 보행을 시작한 후 약 450만 년 동안 석기를 만들지 않았고 뇌도 커지지 않았다. 그런데 왜 그런 일이 생긴 걸까? - P141

뇌는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는 기관이다. 인간의 경우 뇌는 체중의 약 2퍼센트를 차지할 뿐이지만 몸 전체에서 사용하는 에너지의 약 20~25퍼센트를 사용한다. 그러니까 뇌는연비가 나쁜 기관이다. 이 정도로 연비가 나쁜 기관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칼로리가 높은 음식을 계속 먹어야만 한다.
칼로리가 높은 음식은 고기이다. 따라서 계속 고기를 먹을수 있게 되면서 뇌가 커졌을 것이다. 그리고 인류가 고기를먹기 위해서는 석기가 필요하다. 석기를 만들게 되면서 고기를 자주 먹을 수 있게 되었고 뇌가 커진 것이다. - P139

 초기 호모속의 경우 석기를만드는 데 필요한 정도의 뇌를 키우는 것은 이익이 나는 일일 것이다. 그때부터 조금 뇌를 크게 만들고 석기를 개량해서 고기를 조금 더 많이 먹게 되었다. 그리고 다시 조금 뇌를 크게 만들어서 동료와 협력해서 동물의 사체를 찾았고 고기를 좀 더 많이 먹게 되었다. 호모속은 조금씩 앱을 내려받아서 그때마다 매번 앱을 잘 구사했을 것이다. 인류는 고기를 먹고 뇌가 커졌고 뇌가 커지면서 고기를 잘 먹게 되었다.


그렇지만 사자는 그렇지 않았다. 사자는 엄니를 날카롭게 만들고 빠르게 달리는 것이 먹을 수 있는 고기의 양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되었다. 그렇지만 뇌가 조금 커져도 먹을 수있는 고기의 양은 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큰 뇌는 에너지를 쓸데없이 사용할 뿐이었다. 앱을 내려받아도 사용할 방법이 없었다. 매월 사용료를 낸 만큼 손해가 난다. 

사자는 고기를 먹기 위해 엄니를 크게 만들었고 사람은 고기를 먹기 위해 뇌를 키운 것이다. - P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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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의 기원을 읽다 - 고전을 원전으로 읽기 위한 첫걸음 유유 고전강의 1
양자오 지음, 류방승 옮김 / 유유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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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일처제가 인류 진화의 핵심 고리라는 설명은 설득력이 있다. 성선택의 동학도 그렇지만 사라시나의 음식물 운반가설과 직립보행의 관계에서도 그러하다. 수백만년의 진화에서 핵심적이었던 일부일처제가 역사시대에서 지배계급의 공식적 또는 비공식적 일부다처제로 이어진 것은 또한 역설적이다. 제러드 다이아몬드도 유발 하라리도 엥겔스도 언급한 것처럼 농업혁명은 인류 진화의 방향을 틀어버린 아주 이상한 사건임에 틀림 없다.



수컷은 수공작의 크고 화려한 꼬리처럼 주로 2차 성징을 이용해 다른 수컷과 경쟁한다. 자연계의 이런 일반적인 상황에서 거의 유일한 예외가 인간이다. 인간 중에 뚜렷한 2차 성징을 가진 쪽은 여성이다. 동시에 인간은 발정의 조짐을 철저히 감춰 드러내지 않는다. 이 두 가지 현상은 서로 연관성을 가지고 있어서 한 가지만 단독으로 나타나면 유전되기 어렵고 자연선택 과정에서 도태될 가능성이 높다. 만약 암컷이 발정을 감추기만 하면 수컷과 교배할 기회를 잃어 그 특성이 유전될 수 없다. 그러나 여기에 2차 성징이 더해지면 전혀 다른 효과가 나타난다.
- < 종의 기원을 읽다, 양자오 지음, 류방승 옮김 > 중에서

여성은 장기간 나타나는 2차 성징을 이용해 남성에게 자신이 계속 발정 상태에 있다고 오해하도록 만드는 전략을 활용한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여성의 특징은 젖가슴의 발육이다. - < 종의 기원을 읽다, 양자오 지음, 류방승 옮김 > 중에서

여성은 발정하지 않을 뿐 아니라 발정이나 심지어 임신 여부도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다. - < 종의 기원을 읽다, 양자오 지음, 류방승 옮김 > 중에서

남성은 이런 현상으로 인해 공황 상태에 빠졌고, 유전에서 우세를 확보하기 위해 자기 여성을 관리한다는 또 다른 행위를 발전시켰다. - < 종의 기원을 읽다, 양자오 지음, 류방승 옮김 > 중에서

이처럼 생물계에 본래 없던 현상이 나타나면서 훗날 인간은 진화 과정 중에 엄청난 우세를 가지게 되었다. 여성은 이런 변화 때문에 남성을 최대한 양육 투자로 끌어들일 수 있었다. 남성은 생식 기회를 빼앗기지 않고 확실히 보장받기 위해 여성과의 생식 과정에 점점 더 많은 투자를 해야만 했다. 일단 양육 투자가 커지자 판돈도 커졌고 그러면서 남성은 자손이 잘 자라는지를 더욱 중시하게 되었다. - < 종의 기원을 읽다, 양자오 지음, 류방승 옮김 > 중에서

가족관계는 남성에게 생식 기회를 보장해 주었을 뿐 아니라 특정 여성과의 생식 기회를 다른 남자에게 빼앗기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씻어 주었다. 한편 여성은 가정을 통해 특정 남성이 양육 투자에 기꺼이 참여한다는 약속을 받으면서 남성이 아이와 양육 투자를 포기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하지 않게 되었다. - < 종의 기원을 읽다, 양자오 지음, 류방승 옮김 >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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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멸의 인류사 - 우리는 어떻게 살아남았는가
사라시나 이사오 지음, 이경덕 옮김 / 부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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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곳니라는 흉기를 버린 인류는 평화롭게 지낸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이후 인류는 대량살상의 역사를 만든다.

뇌의 성장에 필수적인 고기를 먹는 방향으로 인류는 진화했지만 농업혁명 이후 대다수가 고기 구경을 못하는 방향으로 역사가 전개되었다.

진화의 방향과 정반대의 양상이 역사시대에서 나타나는 역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집단끼리든 무리 내에서든 (침팬지) 수컷끼리의 싸움은 드물지 않게 상대를 죽일 정도로 매우 격렬하다. 이럴 때 사용하는 것이 커다란 송곳니, 즉 엄니이다. 그런데 인류에게는 이런 엄니가 없다. - P58

약 700만 년 전에 침팬지류와 인류는 분리되었고 서로다른 진화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침팬지류는 흉기를 계속갖고 있었다. 그런데 왜 인류는 흉기를 버렸을까? 그것은 인류가 서로 위협하거나 죽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것이 자연스럽다. 물론 다툼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상당히 온순한 존재가 된 것만은 틀림없다. - P60

수컷끼리의 다툼에서 격렬함의 정도는 무리 속 수컷과발정이 난 암컷(교미 가능한 암컷)의 비율과도 관련이 있다.
수컷끼리의 다툼이 격렬한 침팬지 무리는 5~10마리의  수컷에 암컷이 1마리인 비율이다. 반면 보노보의 경우에는 2~3마리의 수컷에 암컷 1마리로 수컷과 암컷의 비율이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 - P64

침팬지의 암컷은 발정기가 되면 성기 주변의 피부가 충혈되어 팽창한다. 팽창한 피부는 밖에서도 확실하게 보이기때문에 그 기간에는 암컷 주변에 많은 수컷이 모여든다. 이래서는 암컷과 오래 관계를 맺는 것이 불가능해진다.
현재의 인간에게는 발정기가 없다. 어쩌면 초기 인류에게서도 발정기는 없었을지 모른다. 추측에 추측을 얹는 느낌이지만, 이미 초기 단계에서 발정기가 사라졌다면 수컷과 암컷의 비율이 1대 1에 가까워졌을 것이고 수컷끼리의 다툼도 줄어들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송곳니가 작아진 것도 설명이 된다. - P65

한편 소림이나 초원처럼 위험이 많은 환경에서는 개코원숭이처럼 집단생활을 하지 않으면 살기 힘들다. 그리고 집단생활을 하면서 일부일처의 형태로 짝을 이루는 건 어려운일이다. 인류 이외에는 없다. 집단생활을 하면서 짝을 만든것은 인류가 처음이다.
집단생활을 하면서 짝을 만드는 것과 직립해서 두 발로걷는 것 모두 다른 영장류에게는 나타나지 않는 인류의특징이다. 그래서 어쩌면 집단생활 속의 일부일처제와 직립이족 보행은 서로 관련이 있을지도 모른다.  - P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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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멸의 인류사 - 우리는 어떻게 살아남았는가
사라시나 이사오 지음, 이경덕 옮김 / 부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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볏과의 식물은 자신을 지키기 위해 특이한 진화를 했다. 초원에 살게된 인간은 이를 먹기 위해 어금니는 커지고 에나멜질이 두꺼워지고 앞니는 작아지는 방향으로 이빨이 진화했다.

셋째, 이빨의 형태이다. 만약 초원에서 살았다면 단단한것을 먹어야 했다. 볏과의 식물은 잎에 플랜트-오팔(식물규산체)이 함유되어 있어 거칠다. 또한 모래가 섞인 음식물을먹기도 했을 것이다. 이런 음식물을 먹기 위해서는 커다란어금니로 잘게 으깨야 하는데 이때 치아의 표면이 마모된다. 그러나 삼림에서 과일 같은 것을 먹었다면 단단한 음식물을 먹을 필요가 없다. 커다란 어금니도 필요 없고 치아의표면이 마모될 일도 별로 없다. 아르디피테쿠스 라미스의치아를 조사해 본 결과 어금니의 크기가 작고 단단한 음식으로부터 이빨을 보호하기 위해 진화했어야 할 에나멜질도얇았다. 치아의 표면도 별로 마모되지 않았다. 역시 아르디피테쿠스 라미두스는 초원보다는 삼림의 음식물을 먹는 일이 많았던 것 같다. - P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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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멸의 인류사 - 우리는 어떻게 살아남았는가
사라시나 이사오 지음, 이경덕 옮김 / 부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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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언어로 학명이나 인체 기관명을 표현하는 이유는 죽은 언어여서 불변하기 때문이다.

학명을 라틴어로 한것에는 명확한 이유가 있다. 언어가 시대와 함께 변화한다는 것은 예부터 알려진 사실이다. 그렇지만 학명은 몇백, 몇천 년이 지나도 계속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변하지 않는 언어로 학명을 정하는 게 좋다. 그래서 이제 변화할일이 없는 죽은 언어, 즉 라틴어를 사용하게 된 것이다.  - P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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