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태평양 사이에는 베이징 당국이 <제1열도선>1이라 칭하는 다도해가 펼쳐져 있다. 여기에 이른바 <9단선nine-dash line>2이 있는데 2013년에 대만이 추가되어 10단선이 되면서 중국은 이 또한 자국의 영토로 표시하겠다는 입장이다. 2백 개가 넘는 작은 섬들과 암초들을 두고 각축하는 사이 중국과 이웃 국가들의 관계에도 균열이 생기고 있다. 중국은 국가의 자존심을 걸고 이 항로에 대한 통제권을 행사하고자 한다. 사실 지정학적으로도 그럴 수밖에 없다. 여기를 통하지 않고는 전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남중국해의 대양 항로에 진출할 수가 없다. 평시에 이 통로는 여러 지역으로 개방돼 있지만 전시에는 어렵지 않게 봉쇄할 수 있는데 이는 곧 중국이 봉쇄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강대국들은 전쟁이 발발할 날을 준비하느라 평시를 보낸다. - < 지리의 힘, 팀마샬 지음, 김미선 옮김 >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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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 제사에서 존귀한 위치를 차지했던 신성한 문자가 주나라 때에 와서 왜 민가 가사를 베끼고 기록하는 데 쓰였는지 추론해 볼 수 있습니다. 그것은 봉건제도의 운영과 관계가 있었습니다. 봉건영주와 봉건귀족은 봉국에서 편안히 거주하며 효과적으로 봉국의 백성을 관리하기 위해 당연히 그곳 사람들이 본래 어떤 삶을 살았는지, 무엇을 하고 무엇을 생각하는지 알아야 했습니다. 아울러 그 중요한 자료를 대대손손 이어서 봉국을 다스리기 위한 참고 자료로서 보존하려 했습니다.

주나라 사람은 민가와 민정을 연결해, 민정을 잘 반영한 민가가 귀족이 봉국의 상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믿었기 때문에 채시를 했습니다. 그런데 어떤 방법으로 시를 채집했을까요? 그 시대에는 녹음기가 없어서 소리를 기록할 방법이 막연했습니다. 유일한 방법은 민가를 배워 부르는 것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배워 부르는 과정에서 착오가 있을 수 있고 기억력에도 한계가 있었을 겁니다. 더군다나 기억은 시간이 가면서 마모되고 변조되기 마련이지요. 바로 이런 어려움 때문에 본래 신성한 의식에서만 쓰이던 문자를 가져와 그 소리를 흉내 내어 기록했을 겁니다.

이처럼 전통적인 견해가 아니라 오늘날의 역사적인 방식으로 『시경』의 유래를 새롭게 추론해 보았습니다. - < 시경을 읽다, 양자오 지음, 김택규 옮김 >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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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준 중국어는 동음자와 동음 단어의 출현 빈도가 놀랄 만큼 높습니다. 말하는 도중에 늘 앞뒤 문맥을 떠올려야만 상대방이 발음한 소리가 수많은 동음자와 동음 단어 중 어느 것을 가리키는지 판단할 수 있지요. 많은 경우 중국인은 글자로 보충 설명을 해서 소리가 가리키는 뜻을 명확히 해 줘야 합니다. 예를 들면 “이의 없습니다”沒有異議라고 말한 뒤, 상대방이 “의의 없습니다”沒有意義라는 뜻으로 오해할까 봐 “‘상이하다’의 이異, ‘의논하다’의 의議입니다”라고 설명하는 식이지요.✽ - < 시경을 읽다, 양자오 지음, 김택규 옮김 >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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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구할 여자들 - 유쾌한 페미니스트의 과학기술사 뒤집어 보기
카트리네 마르살 지음, 김하현 옮김 / 부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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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많은 경제학자가 여성의 ‘저임금 분야를 선택‘한다는 주장으로 남녀의 임금 격차를 얼버무린다. 그저 여성이 컨설턴트 대신 간호사를, 제약업계 로비스트 대신 조산사를 고집스럽게 직업으로 선택하는 것이다.....
우리의 젠더 관념이 지금과 달랐더라면 의사와 조산사의 분업은 완전히 다른 양상을 띠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조산사의 역할이 분만실에서 첨단 기술을 사용하고 좋은 보수를 받는 의학 전공으로 발전했을지도 모른다....
우리가 말 그대로 여성의 손에서 금속 도구를 빼앗지 않았더라면, 조산사가 의사보다 돈을 적게 받아야 한다는 것을 지금만큼 당연하게 여기지 않았을 것이다.......
게다가 도구를 사용하는 직업이 꼭 고용시장에서 더 높은 급여와 지위를 자량해야 할까? (조산사의 일은) 수년간의 훈련이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 경제는, 도구가 아닌 손으로 하는 일은 그리 전문기술을 요구하지 않는다고 추정한다. 여성적인 일이 저임금 노동과 동일시되는 것은 우리가 여성이 하는 일을 기술적인 것으로 바라보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97-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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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내용 다음으로 장대익의 역자주 12가 이어진다.


수놈사이의 결투가 단순히 완력 대결이라고만 할 수는 없다. 수놈들은 자제력이 대단히 강하기 때문이다. 그들이 서로 물어뜯는 부위는보통 손가락이나 발 같은 신체의 끝 부분이지 어깨나 머리를 물어뜯는 경우는 별로 없다. 이처럼 싸움이 적절히 조절된다는 사실은 어린 수놈인 바우터와 요나스 사이의 놀이나 어쩌다 일어나는 심한 싸움에서도 분명하게 나타났다. 수놈들은 사실상 이런 식으로만 싸우기 때문에 우리가 개개의 체력을 철저하게 테스트하는 불가능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규칙에 입각해서 효과적으로 싸우는 능력이다. 수놈들은 자신의 손발이 다치지 않도록 재빨리 피할 수 있어야 하고 적의 손발을 민첩하게 붙잡지 않으면 안 된다. 스피드와 민첩함은 파워만큼이나 중요하다.

침팬지 사회처럼 수놈 간의 대립을 통제하는 금지나 규칙은 많은 수놈들로 구성된 사회의 특성이다. 이런 조건은 일반적인 경우와는 거리가 있다. 사회 생활을 영위하는 포유동물들은 일정한 수의 암놈, 간혹 많은 수의 암놈과 적은 수의 어른 수놈으로 이뤄진 집단을 이루며 사는 것이 보통이다. 코끼리 같은 몇몇 종에서는 수놈이 사회의 일부분으로 편입하지도 못한다. 그러나 이와 다른 대부분의 종에서는 한 마리의 수놈이 ‘자기‘ 암놈들에게 라이벌 수놈들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한다. 수놈들이 서로의 존재에 대해  관용적인 경우는 드물다. 그들 사이의 접촉이 우호적인 경우는 더 드물며 수놈들끼리 동료가 되고 동맹을 형성하는 경우는 극히 희박하다. - P165

침팬지를 제외한 다른 대형 유인원의 경우, 어른 수놈들 사이에서는 관용을 찾기 힘들며, 기껏해야 신경질적이며 비협조적인 관계를 유지할 뿐이다. 오랑우탄 수놈들은 다른 놈들의 침입을 막기 위해 우림속의 넓은 세력권을 어슬렁거리며 돌아다닌다. 같은 집단 내에서 생활은 하지만 암놈들을 독점하려 드는 것이 보통인 고릴라 수놈은 침입자를 죽음으로 몰고 갈 정도로 격한 싸움을 벌인다. 보노보 수놈은 함께 생활은 하지만 매우 경쟁적이다. 그들은 침팬지 수놈들처럼 함께 사냥을 하지도 않으며, 정치적 동맹을 형성하거나 함께 세력권을 방어하려고 하지도 않는다. - P165

보노보 수놈들은 자신들의 어미를 따라 숲을 떠돌고 어미에게 의지해 그들의 지위를 누린다. 어른 보노보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높은 지위에 있는 어미를 둔 자식이 최고의 지위를 차지하는 경향을 보인다. 보노보 사회는 암놈끼리의 동맹에 의해, 또 암놈의 지배에 의해 유지되는 사회이다. 이는 그 자체로는 흥미롭지만 침팬지사회처럼 수놈 간의 복잡한 관계를 살피는 데는 적당치 않은 모델이다.

침팬지 수놈은 다른 동물들의 수놈 사이에서 나타나는 경쟁적인 경향을 극복하고 높은 수준의 협력을 달성한다는 점에서 친척뻘인 다른 유인원들에 비해 독보적이다. 공동의  적에 대항해서 연합을 유지하면서도 동료들과 끊임없이 경쟁하는 인간들처럼, 수놈 침팬지 역시 그들의 이웃에 대항해 공동연대를 형성할 필요성 때문에 경쟁심을 삭이고 의식화한다. 비록 아른험 동물원에는 대항해야 할 이웃 집단이 존재하지는않았지만, 몇백만 년 동안 자연 서식지에서 집단 간의 투쟁을 벌이면서 형성된 수놈 침팬지들의 심리에는 경쟁과 협동 모두 겸비되어 있다. 그들 사이의 경쟁이 어떤 수준에서 일어나든 간에 수놈들은 외부 침입자에 대항해 서로를 의지한다. 이처럼 동료의식과 경쟁의식이 함께 존재한다는 점은 다른 대형 유인원들의 사회보다 침팬지 사회를 더 친숙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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