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내용 다음으로 장대익의 역자주 12가 이어진다.


수놈사이의 결투가 단순히 완력 대결이라고만 할 수는 없다. 수놈들은 자제력이 대단히 강하기 때문이다. 그들이 서로 물어뜯는 부위는보통 손가락이나 발 같은 신체의 끝 부분이지 어깨나 머리를 물어뜯는 경우는 별로 없다. 이처럼 싸움이 적절히 조절된다는 사실은 어린 수놈인 바우터와 요나스 사이의 놀이나 어쩌다 일어나는 심한 싸움에서도 분명하게 나타났다. 수놈들은 사실상 이런 식으로만 싸우기 때문에 우리가 개개의 체력을 철저하게 테스트하는 불가능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규칙에 입각해서 효과적으로 싸우는 능력이다. 수놈들은 자신의 손발이 다치지 않도록 재빨리 피할 수 있어야 하고 적의 손발을 민첩하게 붙잡지 않으면 안 된다. 스피드와 민첩함은 파워만큼이나 중요하다.

침팬지 사회처럼 수놈 간의 대립을 통제하는 금지나 규칙은 많은 수놈들로 구성된 사회의 특성이다. 이런 조건은 일반적인 경우와는 거리가 있다. 사회 생활을 영위하는 포유동물들은 일정한 수의 암놈, 간혹 많은 수의 암놈과 적은 수의 어른 수놈으로 이뤄진 집단을 이루며 사는 것이 보통이다. 코끼리 같은 몇몇 종에서는 수놈이 사회의 일부분으로 편입하지도 못한다. 그러나 이와 다른 대부분의 종에서는 한 마리의 수놈이 ‘자기‘ 암놈들에게 라이벌 수놈들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한다. 수놈들이 서로의 존재에 대해  관용적인 경우는 드물다. 그들 사이의 접촉이 우호적인 경우는 더 드물며 수놈들끼리 동료가 되고 동맹을 형성하는 경우는 극히 희박하다. - P165

침팬지를 제외한 다른 대형 유인원의 경우, 어른 수놈들 사이에서는 관용을 찾기 힘들며, 기껏해야 신경질적이며 비협조적인 관계를 유지할 뿐이다. 오랑우탄 수놈들은 다른 놈들의 침입을 막기 위해 우림속의 넓은 세력권을 어슬렁거리며 돌아다닌다. 같은 집단 내에서 생활은 하지만 암놈들을 독점하려 드는 것이 보통인 고릴라 수놈은 침입자를 죽음으로 몰고 갈 정도로 격한 싸움을 벌인다. 보노보 수놈은 함께 생활은 하지만 매우 경쟁적이다. 그들은 침팬지 수놈들처럼 함께 사냥을 하지도 않으며, 정치적 동맹을 형성하거나 함께 세력권을 방어하려고 하지도 않는다. - P165

보노보 수놈들은 자신들의 어미를 따라 숲을 떠돌고 어미에게 의지해 그들의 지위를 누린다. 어른 보노보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높은 지위에 있는 어미를 둔 자식이 최고의 지위를 차지하는 경향을 보인다. 보노보 사회는 암놈끼리의 동맹에 의해, 또 암놈의 지배에 의해 유지되는 사회이다. 이는 그 자체로는 흥미롭지만 침팬지사회처럼 수놈 간의 복잡한 관계를 살피는 데는 적당치 않은 모델이다.

침팬지 수놈은 다른 동물들의 수놈 사이에서 나타나는 경쟁적인 경향을 극복하고 높은 수준의 협력을 달성한다는 점에서 친척뻘인 다른 유인원들에 비해 독보적이다. 공동의  적에 대항해서 연합을 유지하면서도 동료들과 끊임없이 경쟁하는 인간들처럼, 수놈 침팬지 역시 그들의 이웃에 대항해 공동연대를 형성할 필요성 때문에 경쟁심을 삭이고 의식화한다. 비록 아른험 동물원에는 대항해야 할 이웃 집단이 존재하지는않았지만, 몇백만 년 동안 자연 서식지에서 집단 간의 투쟁을 벌이면서 형성된 수놈 침팬지들의 심리에는 경쟁과 협동 모두 겸비되어 있다. 그들 사이의 경쟁이 어떤 수준에서 일어나든 간에 수놈들은 외부 침입자에 대항해 서로를 의지한다. 이처럼 동료의식과 경쟁의식이 함께 존재한다는 점은 다른 대형 유인원들의 사회보다 침팬지 사회를 더 친숙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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