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편적 이데올로기의 힘
버락 오바마의 연설을보면 ˝차별받아온 흑인인 자신이 대통령이 될 수 있었던 사실이야말로 미국이라는 나라의 빛나는 전통이며 희망의 증거˝라는 식으로 이야기하지요. 이런 방법을 통해 그냥 내버려두면 자신과 대립할 것 같은(예를 들면, 보수파백인들과 같은 사람들을 그들이 받드는 건국이념에 호소하는 방식으로 자기편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것입니다.
실은 ‘소수민족에 의한 다수파 통치‘라는 딜레마를 안고 있던 청나라의 옹정제도 자신을 비판한 한인 유학자를 교화하기 위해 작성한 『대의각미록大義覺迷錄』(1729)에서 오바마와 똑같은 일을 했습니다. 옹정제는 이 책을 통해 주류인 한민족 사람들이 제시한 이념은 전 세계에 통용되는 보편적인 것이기 때문에 이것을 올바르게 터득한 사람이라면 천자의 자리에 올라도 좋으며, ‘오랑캐‘가 황제가 되는 것은 중화제국의 수치가 아니라 오히려 진보를 나타내는 것이라고 어필했습니다.
이처럼 상대가 믿고 있는 이념의 보편성을 우선 인정하고, 그렇다면 ‘외부에서 온 우리들에게도 자격이 있다‘는 형태로 권력의 정통성을 만들어내는 방식이 송나라에서 과거제도와 주자학 이데올로기가 탄생한 이후 그 나라 왕권의 핵심입니다. 바꾸어 말하면 근세중국의 사회제도는 세계의 누구든 사용자가 될 수 있는 극히 범용성이 높은 시스템으로 설계되었으며, 중국인들은 이것을 ‘국가적 자긍심‘으로 삼아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도 ‘일본에서만 사용하는 것을 자랑하는 안이한 사고‘ 방식과는 많이 다르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