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해서 유럽에서는 가사의 시장화(집사나 가정부)에 의해 글자 그대로의 ‘독신귀족‘ (비유가 아니라 정말로 귀족적인 인생설계를 가능하게 한영국, 아시아에서는 가족의 후계자를 한 사람으로 한정함으로써 역시 다산의 필요성을 줄인 일본이 최초로 ‘덫‘에서 빠져나와 근대화를 리드했다고 볼 수있습니다(Alan Macfarlane, 「ㅈㄴ日本』).
역으로 이 ‘덫‘에 걸려서 빠져나오지 못한 게 중국이겠죠. 중국의 혈족 네트워크는 어쨌든 낳고 낳고 또 낳아서 혈연자의 수를 늘리고, 그렇게 하다 보면 한사람 정도는 과거에 합격하든가 장사를 담당할 수 있을 만한 사람이 나오고, 그렇게 하면 일족이 모두 기생할 수 있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인구증가가 필요한 국면(예를 들면, 시장의 확대)에는 적합하지만 억제에는 적당하지 않습니다.
중국과 대조적으로 일본의 ‘이에‘란 것은 부계 혈연에 집착하지 않는 체계로 자식을 낳지 못하면 양자를 들이는 편법도 있기 (혈연관계가 없는 사람을 양자로 들이는 것은 일본인에게는 당연한 것이지만 중국이나 한국에서는 있을 수 없으며, 유럽에서도 오랫동안 이상하게 여긴 관행입니다) 때문에 인구를 줄이는 데 적합합니다. 원래 대대로 정해진 가산을 상속하여 먹고 사는 세습제 사회에서 자식을 너무 많이 낳으면 집안이 파멸하기 때문에 자발적인 산이제한 관행이 보급되었다고 하는 설도 있습니다. - P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