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근세시스템 대 일본의 근세시스템

이 책의 독자들에게도 오해가 있어서는 곤란하기 때문에 여기서 정리해두고자 합니다만, 중국의 근세 일본의 근세도 각각 완결된 정책 묶음이기 때문에 일괄적으로 그 우위를 논할 수는 없습니다. 각각이 효과를 발휘하는 국면과 폐해를 가져온 국면이 있을 수밖에 없겠죠.
우선 광대한 영역의 시장권에서 자유롭게 상업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중국형의 혈족 네트워크가 정보망으로써도 안전망(만일의 경우 보험으로써도 뛰어납니다). 역으로 동일한 지역의 모두가 협력하면서 농사일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일본식의 가족제도나 촌청제가 기술 축적 면에서 좋다고 생각합니다.

다음으로 기초학력과 범용성이 높은 종합직generalist 을 발탁하는 데에도 일률적인 필기시험 형태인 중국의 과거제도가 적당합니다. 그러나 그 직에 고유한 특수 기능이나 지역의 실정에 특화된 전문직specialist 을 육성한다면 일본의 가격에 의한 직인훈련이 효과적입니다.

혹은 중앙 주도로 대담한 개혁을 효과적으로 진행하기 위해서는 중국의 황제 집권이나 군현제가 안성맞춤이지만, 역으로 지역마다의 개별성이나 기존의 질서를 잘 유지하기 위해서는 일본의 감금 관행이나 봉건제가 더 안심일 것입니다. - P90

문제는 각각의 정책 묶음의 특성과 사회적 필요성이 뒤틀리게 된 경우입니다. 좀더 극단화 시키면, 중일 양국의 특징을 혼합하여 사용하는 ‘혼합체제‘는 결과적으로 시스템의 어딘가에 결함이 발생하는 국면이 급증하기 때문에 가장 위험하다는 생각이 듭니다(이 부분은 제인 제이콥스 Jane Jacobs의『Systems of survival의 영향을 받았습니다). - P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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