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제 설정 권력

사회적 지위를 존중하고 성공한 사람을 모방하는 것에는 명백한 진화상의 논리가 있다. 성공한 사람이 성공한 이유는 올바른 선택을 했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이러한 모방에는 분명한 단점도 있다. 높은 사회적 지위와 권위를 가진 사람에게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강력한 피드백 과정을 일으킨다. 사회적 권력을 획득할 수 있는 또 다른 자원을 가진 사람은 더 높은 사회적 지위를 갖게 되고, 사람들은 그의 말에 더 귀 기울이게 되며, 그러면 그 사람에게 더 큰 설득 권력이 부여된다.

다른 말로, 우리는 너무나 모방을 잘 하는 존재여서 우리가 많이 접하게 되는 아이디어와 비전에 내포된 정보를 흡수하지 않기가 어렵다. 그런데 많은 경우 그 아이디어와 비전은 강력한 의제설정자들에게서 나온 것이다. 실험에서도 이를 뒷받침하는 결과를 볼 수 있다.

믿을 만한 정보가 아니라는 표시까지 붙어 있는 정보마저 그것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려는 마음이 드는 것을 억누르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장난감 상자 실험에서 연구자들이 발견한 것도 정확히 이 점이었다. 아이들은 위쪽 자물쇠를 여는 행동이 불필요한 줄 알면서도 모방했다. 잘못된 정보가 올라온 소셜미디어에서도 이러한 행동이 발견되었다. 신뢰할 만한 정보가 아니라는 표시를 명백하게 붙여놓아도 많은 사람들이 정보값을 적절히 에누리하지 못했고, 따라서 여전히 그들의 인식은 잘못된 정보에 영향을 받았다 - P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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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세기 이래로 다양한 유형의 인클로저가 그때그때 임시적으로 진행되어 왔다. 잉글랜드의 많은 지역에서 토지 소유자들은 지역농민들이 저항하지 말고 침묵하도록 설득함으로써 이를 달성했고, 그대가로 금전적인, 혹은 그 밖의 보상을 제공했다. 

하지만 18세기 말의 지배층은 토지 사용이 한층 더 근대화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고 특히 자신이 보유한 토지를 확대함으로써 근대화를 이루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전체 농경지의 3분의 1이 여전히 공유지였고 잠재적으로 그들의 사유지로 전환될 수 있었다.

이들이 내세운 논리는 생산성 증대와 국익이었지만 이들이 생각한 농업 근대화는 전혀 중립적이지 않았다. 이들의 근대화 계획은 농민들이 전에 가지고 있던 토지 접근권을 박탈하고 상업적 농업을 확대하는 것이었다. 이 시대 지배층의 비전에서 볼 때 토지가 없는 농민들이 가지고 있던 관습적 권리는 근대화로 없애야 할 구습이었다.
농민들이 관습적 권리를 내놓고 싶어 하지 않으면 내놓을 수밖에 없도록 압박해야 했다.

1773년에 의회에서 인클로저 법 Enclosure Act이 통과되면서 대토지 소유자들은 원하는 대로 토지 재조정을 밀어붙이기가 더 수월해졌다. 의원들이 이 법을 통과시킨 이유는 인클로저가 국가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믿었기 때문이었다. 혹은 그렇게 믿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성공한 농민이자 영향력 있는 저자였던 아서 영Arthur Young 은 이러한 주장을 명시적으로 개진한 대표적인 인물이었다. 초기 저술에서 그는 비료, 더 과학적인 윤작, 개량된 쟁기와 같은 새로운 농업 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리고 토지 소유가 통합되면 이러한 테크놀로지가 더 쉽고 효과적으로 도입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 P188

이렇게 해서 영은 농업 기득권의 대변인이 되었고 각료와 의회는 그가 말하면 늘 귀를 기울이고 논의를 할 때 그의 글을 인용했다. 1767년에 그는 전문가 자격으로 인클로저를 지지하는 강력한 글을 썼다. 

"인클로저에서 발생할 보편적인 이득은 이제 완전히 입증되었다고 생각한다. 사실 너무나 명백히 입증되어서, 합리적이고 편견 없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어떤 의구심도 허용되지 않을 정도다. 아직도 그것에 반대하는 사람은 경멸을 사도 마땅할 트집꾼이다." 

이러한 관점으로보면, 가난한 사람들과 교육받지 못한 사람들이 가지고 있었던 관습적 권리와 공유지에 대한 접근권을 박탈하는 것은 충분히 용인될 수 있는 일이었다. 토지의 재배열이 근대적인 테크놀로지를 적용할 수 있게 해주어서 식량산출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여줄 것이기 때문이다. - P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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맬서스의 이론에 더 결정적인 타격은, 중세에 새로운 테크놀로지로 인해 발생한 잉여가 가난한 사람들의 출산율을 과도하게 높여서소진된 것이 아니라 화려한 사치품과 장식적인 대성당의 형태로 귀족과 교회에 의해 소진되었다는 점이다. 잉여의 일부는 런던 같은 큰 도시에서 비교적 높은 생활 수준을 지탱하는 데로도 들어갔다.

"맬서스의 덫" 논리를 강력하게 반박하는 증거는 중세 유럽뿐아니라 고대 그리스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아테네의 도시 국가들이 이끌던 기원전 9세기부터 기원전 4세기에 1인당 산출이 상당히 빠르게 증가했고 생활 수준도 상당히 높아졌다. 거의 500년 동안 꾸준히 가옥 규모가 커지고 설계가 개선되었다. 또한 가정에서 사용되는 물건이 크게 늘었고 1인당 소비가 증가했으며 그 밖에도 삶의 질에 대한 여러 지표들이 개선되었다. 인구가 증가했지만 맬서스의 동학이 작동했다는 증거는 찾아볼 수 없다. 고대 그리스에서 경제 성장과 번영의 시기를 끝낸 것은 정치적 불안정과 외부의 침입이었다. - P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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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제와 자동화

더 중요하게, 테크놀로지의 방향이 계속 자동화 쪽으로 기울어있는 상태에서라면 최저임금이 높아지는 것이 역풍을 불러올 수 있다.
COVID-19때 보았듯이, 비교적 낮은 임금으로 노동자를 구할 수 없게 되자 음식숙박업과 서비스업 기업들은 자동화에 강력한 인센티브를 갖게 되었다. 즉 자동화의 시대에는 더 폭넓은 테크놀로지 방향 전환이 함께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최저임금 인상이 의도치 않은 결과를가져올 수 있다. - P594

이런 면에서 우리는 최저임금제가 테크놀로지의 방향을 자동화로부터 돌리기 위한 더 폭넓은 정책 패키지의 일부로서 존재할 때 가장 유용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테크놀로지가 더 노동자 친화적이라면 기업들은 최저임금제로 노동자들에게 임금을 높여 주어야 하게 되었을 때 자동화의 유혹을 덜 받을 것이다. 이러한 시나리오에서는 고용주들이 기술적인 재조정이나 노동자의 재훈련을 통해 이제는 더 높은 임금을 주어야 하게 된 노동자들의 생산성을 높이려는 투자를 하기로 선택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이 책에서 우리가 개진하고자 한 전반적인 결론을 다시 한 번 말해준다. 테크놀로지 경로의 방향을 다시 잡는 것, 그리고 기업이 노동자를 소중한 자원으로 여기게 하는 것이 핵심적으로 중요하다는 사실 말이다. 이것이 달성된다면 최저임금제는 더 효과적일 수 있을 것이고 역풍의 가능성은 줄어들 것이다. - P5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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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소득과 자동화


보편기본소득의 더 근본적인 문제는 노동이 주는 심리적 이득과 관련이 있다기보다는 현재의 테크놀로지 방향 때문에 처한 문제에 대해 잘못된 지침을 주는 내러티브와 관련이 있다. 보편기본소득이 우리가 처한 문제에 대해 잘못된, 그리고 생산적인 해결책이 나오기 어려운 해석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편기본소득은 우리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일거리가 없고 첨단 디지털 테크놀로지를 개발하는 소수의 사람과 나머지 사람들 사이의 격차가 점점 더 벌어지는 세계로 피할 수 없는 추세에 따라 나아가고 있다고 암시한다. 따라서 할 수 있는 유일한 조치는 대대적인 재분배뿐이라고 말이다. 이러한 방식으로, 때로 이 논리는 대중의 불만이 커지는 것을 막는 유일한 방법으로서 보편기본소득을 정당화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책에서 우리가 강조했듯이 이것은 잘못된 관점이다. 불평등과 격차가 벌어지는 추세는 불가피한 것이 아니라 누가 권력을 가져야 하는지와 테크놀로지의 방향이 어디를 향해야 하는지에 대해 잘못 내려진 선택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고, 이것이 우리가 해결해야 할 근본적인 문제다. 그런데 보편기본소득은 패배주의적으로 이 문제를 운명처럼 받아들인다.

사실 보편기본소득은 기업계와 테크 지배층의 비전과 전적으로 부합한다. 똑똑하고 능력 있는 사람들이 나머지 사람들을 돈으로 너그럽게 지원해야 한다고 말이다. 이러한 방식으로, 나머지 사람들을 순치시키고 지위의 차이를 증폭한다. 즉, 이는 우리 사회에서 강화되고 있는 이중 구조를 해결하기보다 오히려 이중 구조의 인위적인 분절을 재확인한다. - P5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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