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분리로 생산의 국경이 다시 그어지면서 비교우위의 국적도 사라졌다. 말하자면, 1차 세계화 시기에는 경쟁의 최전선을 국경으로 생각하는 편이 가장 좋았다. 예를 들어, 독일제 자동차는 일본제 자동차와 경쟁했다. 2차 세계화 시기에는 경쟁의 최전선(글로벌 가치사슬GVC)이 여러 국가에 걸쳐 있는 생산 네트워크 사이에 있었다. 이를 한 나라의 관점에서 생각하면, 2차 세계화는 각국이 기존 역량을 활용할 기회라기보다 새로운 역량으로 바꿀 기회라고 할 수 있다. 이에 적합한 사례로, 일본에 운송 부품을 수출하는 베트남 기업을 들 수 있다. - <그레이트 컨버전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59902


두 번째 분리로 인해 베트남의 비교우위가 강화된 것이 아니라 바뀌었다는 것이다. 베트남은 오토바이 부품 수입국에서 수출국으로 옮겨갔다. 이 공중제비 묘기가 벌어진 이유는 일본이 보유한 비교우위의 원천 중 하나인 전문지식이 국경 너머로 이동해, 베트남이 보유한 비교우위의 원천 중 하나인 저임금과 결합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BMW라는 독일의 경쟁자를 상대하는 혼다의 경쟁력도 개선되었다. BMW는 인도에서 부품을 공급받는다. 이런 의미에서, 베트남과 인도 기업이 안정된 부품 공급업체로 전환하는 데 필수적이었던 전문지식의 해외이전은 경쟁의 지리적 경계를 효율적으로 옮겨놓았다. 이제 경쟁은 일본 대 독일이 아니라, 혼다가 주도하는 GVC(글로벌 가치사슬) 대 BMW가 주도하는 GVC 간에 벌어진다. - <그레이트 컨버전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59902


두 번째 분리에 저항하려는 시도는 백해무익할뿐더러 오히려 역효과를 낳기도 한다는 점이다. 생산의 국제적 재편을 금지하려는 선진국은, 저항해봤자 산업의 공동화가 사라지기는커녕 오히려 빨라진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선진국의 경쟁력이 ‘파급spillover’되어 개발도상국에 영향을 미친다. 예컨대, 중국은 글로벌 가치사슬 혁명을 완전히 받아들였다. 이를테면 전기차를 만들되, 일본의 전문지식과 중국의 노동력을 조합해서 만드는 식이다. 이에 반해, 브라질은 생산의 새로운 국제화에 한 발도 들여놓지 않았다. 그래서 전기차를 만들되, 브라질의 전문지식과 브라질의 노동력으로 만든다. 결과적으로, 브라질의 전기차 생산업체는 중국 수출품과 경쟁하기 위해 허우적거린다. 어쨌든 저임금과 결합한 첨단기술은 저임금과 결합한 저급한 기술을 능가한다. 글로벌 가치사슬 추세에 저항하려는 개발도상국 정책은 산업화에 도움을 주기는커녕 오히려 타격을 줄 수 있다. - <그레이트 컨버전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5990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 결과를 해명하는 한 가지 방법은 정치사政治史로 방향을 틀어 식민정책과 제국주의 탓으로 돌리는 일이다. 화약이 발명된 곳은 중국이지만, 군사적으로 사용된 곳은 유럽이었다. 화약 사용법은 수 세기에 걸친 유럽 내 전쟁을 통해 크게 발전했다. 대항해 시대가 도래했을 때 이미 유럽의 군사기술은 중국을 훨씬 앞섰으며, 그 후 몇 세기 동안 격차는 점점 벌어졌다. 유럽은 총을 사용해 A7을 식민지로 삼았으며 그 나라들의 산업을 억제했다. 이렇게 정치사의 관점에서 경제 현상을 해석하는 방식에도 일리가 있다. 예를 들어, 영국에서 독립하기 전 식민지 미국에서 완제품 수출은 노골적으로 금지되었지만, 면화나 목재 같은 원자재 수출은 장려되었다. 식민지는 영국에 원자재를 공급하고 영국의 완제품을 사는 곳으로 간주되었다. 비슷한 이유로, 영국 숙련 노동자의 이주와 영국 섬유기계의 수출은 영국의 법령으로 금지되었다. - <그레이트 컨버전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5990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문제의 핵심을 간파한 일군의 경제학자가 있었다. 그들은 바로 2009년 「정보기술과 통신기술이 기업 조직에 미친 뚜렷한 효과 The Distinct Effects of Information Technology and Communication Technology on Firm Organization」라는 논문을 발표한 런던 경제대학과 스탠퍼드 대학교의 닉 블룸Nick Bloom, 루이스 가리카노Luis Garicano, 라파엘라 사돈Raffaella Sadun, 존 반 리넨John Van Reenen이다.
통신과 조직 기술에 영향을 미치는 ICT가 있다. 이를 조정기술 CT이라고 하자. 이 기술에 힘입어 지식, 교육, 정보의 전달이 쉬워진다. 조정기술은 조정비용을 줄임으로써 전문화를 촉진한다. 조정기술이 향상되면 이에 따라 대체로 분할이 활발해진다. 즉, 가치사슬이 더 많이 나누어지고, 해외이전이 더 많아지고, 외국인 직접투자FDI가 더 많아지고, 부품과 구성품 무역이 더 많이 이루어진다.
이에 반해, 개별 노동자가 더 많은 과업을 습득하기 쉽게 도와주는 ICT도 있다. 이를 정보기술IT이라고 한다. 정보기술은 기본적으로 자동화를 뜻한다. 따라서 향상된 정보기술은 비용을 줄이려고 많은 과업을 하나의 직무에 몰아넣음으로써 전문화를 방해한다. 이런 일은 다양한 방식으로 벌어졌다. 오늘날 많은 공장에선 산업용 로봇, 자동화된 공작기계, 무인 운반차 따위의 주변장치를 갖춘 컴퓨터 시스템으로 작동된다. (3D 프린팅으로도 알려진) 적층 제조를 통해, 노동자 한 사람이 기계 한 대만으로 모든 과업을 수행할 수도 있다. 이런 식의 향상된 제조방식을 ‘컴퓨팩처링compufacturing’이라고 불러야 할 것 같다. 노동자가 물건을 만들도록 기계가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기계가 물건을 만들도록 노동자가 도와주기 때문이다.
요약하면 분할 문제에 관해서만큼은 조정기술과 정보기술이 반대 방향에서 교차한다. - <그레이트 컨버전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5990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것이 바로 이른바 ‘티핑 포인트 경제학’이다.해외로 이전된 3개의 단계가 티핑 포인트다. 일단 최소한 3개의 단계를 해외로 내보낼 가치가 있다면, 3개 이상의 단계를 내보내는 것은 그보다 더 큰 가치가 있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이 상황을 전문 용어로 ‘볼록한 조정비용’이라고 한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이 볼록함이 뜻하는 바는 조정비용이 응집력으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말하자면, 조정비용을 최소화하는 해결책은 모든 단계를 한 군데 묶어두는 것이다.
볼록한 조정비용의 독특한 특성으로 인해, 처음엔 해외이전이 곧잘 미루어진다. 해외에서 처리하는 편이 더 저렴한 단계인데도 조정비용을 절약할 목적으로 국내에 잔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외이전이 일단 이루어지면, ‘너무 많이’ 가게 될 수도 있다. 여러 단계가 무리를 이루면 조정비용이 절약되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해외이전의 ‘오버슈팅overshooting’이라고 한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조정비용이 볼록하다는 것은 조정비용이 더 많이 떨어질 경우, ‘본국으로 회귀하는’ 단계도 나타나리라는 뜻이다. 이 현상은 2010년대에 이미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 <그레이트 컨버전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5990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스포츠에 비유하면, 두 번째 분리가 어떻게 세계화의 영향을 그렇게 철저히 변모시켰는지 설명하기 좋다. 두 개의 축구팀 감독이 앉아 선수 교환을 상의하는 장면을 떠올려보자. 거래가 성사되어 각자 쓸모가 적은 선수를 내주고 쓸모있는 선수를 얻는다면, 두 팀 모두에 이득일 것이다.
이제 전혀 다른 방식의 거래를 생각해보자. 최강팀의 감독이 주중에는 자신의 팀을 훈련시키다가 주말에는 약팀을 훈련시킨다고 치자. 그러면 틀림없이 약팀의 전력이 강화될 뿐만 아니라, 리그의 경쟁력도 전반적으로 높아질 것이다. 하지만 최강팀의 감독은 자신의 전문지식을 한 팀 대신 두 팀에 전수함으로써 수당을 두둑이 챙겼을지 몰라도 그 최강팀이 이 거래에서 이득을 본다는 보장은 눈곱만큼도 없다.
세계화도 모름지기 이와 비슷하다. 1차 세계화는 선수 교환으로 생각할 수 있다. 해외이전 지역에 있는 기업을 약팀으로 보면, 2차 세계화는 약팀 훈련시키기와 비슷하다. - <그레이트 컨버전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59902


정보통신기술의 발달에 따라 1990년대 거래비용이 내려간 방식으로 대면접촉비용이 급격히 내려갈 경우, 3단계 제약조건을 요약해서 설명한 그래프(〈그림 3〉)를 보면 세 번째 분리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쉽게 받아들일 수 있다. 대면접촉비용의 급락은 두 가지 기술의 개발에 달려 있다. 첫 번째는 ‘머리로 하는 서비스’를 공유하기 위해 국경을 넘는 사람을 위한 기술이다. ‘텔레프레즌스telepresence’∫로 알려진 그 기술을 활용하면, 해외 공장으로 가지 않고도 현장에서 회의하는 효과를 거의 그대로 낼 수 있다. 공상과학 소설에나 나오는 이야기가 아니다. 아직 비싸서 그렇지 지금도 존재하는 기술이다. 두 번째는 손으로 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멀리 이동해야 하는 사람을 위한 기술이다. ‘텔레로보틱스telerobotics’∬라 부르는 이 기술을 활용하면, 한 장소에 있는 사람이 다른 장소에서 과업을 수행하는 로봇을 조작할 수 있다. 이 기술 역시 현재 존재하지만, 아직 비쌀 뿐만 아니라 로봇이 그리 유연하지도 못하다. - <그레이트 컨버전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59902


이 두 가지 기술을 통해 노동자는 다른 나라에 가지 않고도 자기 나라에서 서비스 과업을 수행할 수 있다. 그러한 ‘가상 이민virtual immigration’ 또는 ‘국가 간 텔레커뮤팅telecommuting∫’은 국가 간에 직접 경쟁하는 업무의 범위를 크게 넓혀줄 것이다. 부자 나라에서는 보잘것없거나 전문적인 과업을, 가난한 나라의 일반 노동자나 전문가가 (원격으로) 수행하는 경우가 많아질 것이다. 나아가 부자 나라 전문가는 자신의 재능을 더 폭넓은 분야에서 써먹을 것이다. 예를 들어, 일본 엔지니어는 도쿄에서 남아프리카 공화국에 있는 정교한 일본제 로봇을 수리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러한 새로운 경쟁/기회 속에서 승리하는 사람도 있을 테고, 무언가 더 할 일을 찾아야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세계화의 세 번째 분리는 한 나라의 노동자가 다른 나라에 물리적 존재가 현장에 있어야 하는 서비스를 포함해 각종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뜻일 것이다. 혹은 분리라는 단어를 활용한다면, 세계화의 세 번째 분리는 노동자와 노동 서비스가 물리적으로 분리되는 일일 것이다. - <그레이트 컨버전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5990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