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적으로 거래는 위험하고 신뢰 없이 할 수 없었다. 강도 때문에 몸에 돈을 지니고 다니지 않았으며 지불은 장이 끝날 때 이루어졌다. 선불금이 모자라면 오늘날과 마찬가지로 상품을 먼저 인수받고 지불은 다음에(보통 다음 장이 설 때) 하기로 약속했다. 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인도받은 상품을 고국으로 가져가 판매하고 다음 장이 설 때 미지불금을 지급하는 구조였다. 여기에 내포된 위험은 운송에 걸리는 시간이다. 계약 체결 후 상품과 대금을 맞바꾸기 전까지 계약을 어길 기회는 많다. 판매자가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구매자를 만날 수도 있다. 또는 구매자가 대금을 ‘분실’할 가능성도 있다. 판매자가 질 낮은 상품으로 바꿔칠 수도 있다.60
상인들이 샹파뉴에 모인 이유는 많은 무역로의 중심지라는 편리한 위치도 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신뢰를 쉽게 정착시킬 수 있는 제도가 거기에 있었기 때문이다. - < 트러스트 Trust, 벤저민 호 / 조용빈 > 중에서

내시 균형의 최종 목적은 구성원들의 자발적 규칙 준수다. 규칙을 어겼을 때 경찰이 나를 투옥한다면 규칙을 준수할 이유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나를 잡아넣을 경찰이 없는데도 규칙을 잘 지키고 정직하게 행동한다면 그것은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재판관이 있지만 이들이 왜 공정한가라는 문제가 생긴다. 그리고 상인들이 제재에 참여하기는 하지만 그렇게 하는 데 비용이 든다면 꼭 그럴 필요가 있는지, 왜 제재를 받아야 하는 상인만 제재를 하는지 하는 문제가 생긴다. 밀그럼 팀은 내시 균형을 수학적으로 증명하여 이 문제를 해결했다. - < 트러스트 Trust, 벤저민 호 / 조용빈 > 중에서

개인적 친분관계로부터 샹파뉴 시장 같은 시스템으로 신뢰의 기본이 바뀐 이유 중 하나는 거래에 따른 위험성과 취약성이 감소했기 때문이라는 점도 잊어서는 안 된다. 이는 당시의 당사자에게는 좋을지 모르나, 신뢰의 발전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후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모순은 정부처럼 공공성을 갖춘 제도가 발전하면 더욱 커진다. 안정적인 제도가 신뢰에 좋은 것은 사실이지만, 제도가 너무 강력하면 신뢰의 구축에 오히려 방해가 될 수 있다. 다음에서 신뢰와 법률의 갈등을 조명해보자. - < 트러스트 Trust, 벤저민 호 / 조용빈 > 중에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정치인은 예나 지금이나 여론에 민감하다. 마차·철도 업계와 시민들의 반발을 의식한 영국 의회는 먼저 증기자동차에 대해 마차보다 10~12배나 비싼 도로 통행세를 물렸다. 이어 의회는 1861년 증기자동차의 최고 속도를 시내에서 시속 5마일8㎞, 교외는 10마일16㎞로 제한하는 ‘기관차량조례The Locomotive on Highway Act’를 제정했다.

이것도 모자라 1865년에는 기존 조례를 대폭 강화한 ‘적기조례Red Flag Act’를 만들어 빅토리아 여왕의 이름으로 공표했다. 적기조례란 명칭은 위험을 알리는 붉은 깃발赤旗에서 유래했다.

세계 최초의 도로교통법인 적기조례의 내용을 보면 첫째, 증기자동차의 최고 속도를 시내에서 시속 2마일3.2㎞, 교외에서 시속 4마일6.4㎞로 제한했다. 이런 속도는 사람이 걷거나 가볍게 뛰는 정도다. 둘째, 증기자동차는 운전수, 기관원, 붉은 깃발을 든 신호수 등 3명으로 운행해야 했다. 신호수는 차량의 60yd55m 앞에서 걸어가며 마차나 말이 접근할 때 운전수에게 신호를 보내는 역할이었다. - < 보이는 경제 세계사, 오형규 > 중에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속한 그룹으로 신뢰해야 할지 말지 쉽게 알 수 있다면 신뢰는 조직 내에 공유되는 자원이 된다. 그라이프는 중세 말기에 길드나 도시의 구성원 중 한 명이 신뢰하지 못할 행동을 하면 그 사람이 속한 길드나 도시의 다른 모든 구성원과 관계를 끊도록 하는 사례를 발견했다.35 속한 집단의 어떤 사람이 좋거나 나쁜 행동을 하면 그 집단의 다른 사람들도 영향을 받는다. 그룹은 도움은 주지 못하면서 그룹이 쌓아놓은 명성에 무임승차하는 사람이 없도록 해야 한다. - <트러스트>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6940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계사의 구조 가라타니 고진 컬렉션 10
가라타니 고진 지음, 조영일 옮김 / 비(도서출판b) / 2012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정의-정당화-수치심은 인간의 뇌에 각인되어 있다.

사상체계의 제1덕목을 진리라고 한다면, 정의는 사회제도의 제1덕목이다. 이론이 아무리 정치하고 간명하다 할지라도 그것이 진리가 아니면 배척되거나 수정되어야 하듯이, 법이나 제도가 아무리 효율적이고 정연하다 할지라도 그것이 정의롭지 못하면 개선되거나 폐기되어야 한다. 모든 사람은 전체 사회의 복지라는 명목으로도 유린될 수 없는 정의에 입각한 불가침성을 갖는다. 그러므로 정의는 타인들이 갖게 될 보다 큰 선(good)을 위하여 소수의 자유를 뺏는 것을 인정하지않는다.(롤즈, 정의론) - P37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계사의 구조 가라타니 고진 컬렉션 10
가라타니 고진 지음, 조영일 옮김 / 비(도서출판b) / 2012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가치 또는 가격 vs 존엄

(칸트)는 "타자를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다뤄라"라는 격률을 보편적인 도덕법칙이라고 생각했다. 그것이 실현된 상태가 ‘목적의 나라‘이다. 칸트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목적의 나라에서는 모든 것이 가치를 가지거나 존엄을 가지거나 둘 중 하나이다. 가치를 갖는 것은 다른 등가물로 치환될 수 있지만, 이에 반하여 모든 가치를 초월하는 것, 즉 값을 매길수 없는 것, 따라서 등가물을 절대로 허락하지 않는 것은 존엄을 갖는다. 타자를 ‘목적으로서 다룬다‘는 것은 타자를 자유로운 존재로서 다룬 가는 것이고 그 것은 타자의 존엄 즉 대체할 수 없는 단독성을 인정하는 것이다 자신이 자유로운 존재라는 것이 타자를 수단으로 삼는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 즉 칸트가 보편적 도덕 법칙으로서 발견한 것은 그야말로 자유로운 호수성이다 - P33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