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사고에는 어떤 악순환이 있다. 환자들과 이야기해보면 의사를 고소하는 가장 큰 이유는 분노이며, 의사로부터 사과라도 들었으면 분노가 훨씬 줄어들 텐데 단 한 번도 사과하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고 한다. 그러나 의사 역시 사과하기 어려운 게 암묵적이든 명시적이든 일단 잘못을 인정하면 소송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사과를 하지 않으니 환자의 분노는 더욱 커지고 이는 결국 소송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높인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36개 주(2009년 연구 진행 당시)에서 의료사고가 발생했을 때 사과를 법정 증거로 인정하지 않는 법을 통과시켰다. 이 발상이 너무나 효과가 좋아서 두 명의 초선 상원의원인 힐러리 클린턴과 버락 오바마가 주축이 되어 연방사과법federal apology legislation을 통과시키려 하였으나 당시는 이들의 영향력이 미미해 실패했다.59
사과를 장려하는 것이 좋은 생각인 것 같지만 역효과를 낳기도 한다. 어떤 행동의 신뢰성은 그 대가에 비례하여 드러난다. 사과할 때 의사가 치러야 할 대가는 법적 소송의 직면 가능성이다. 사과법은 사과의 가치를 낮추어 의사가 치를 대가를 줄여주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이 법으로 인해 환자가 사과를 받을 수는 있겠지만 의사와 환자의 관계가 개선될지에 대해서는 명확히 알 수 없다.
그러나 내 조사 결과에 의하면 사과는 분명히 의사와 환자의 관계를 개선한다. 정부가 보관 중인 의료사고 자료를 분석한 결과 나와 동료인 일레인 류Elaine Liu는 사과를 하면 분쟁 해결 속도가 19퍼센트에서 20퍼센트까지 빨라지고 수만 달러의 소송 비용이 절약된다는 것을 발견했다(정확한 금액은 상해의 정도에 따라 달라진다). - <트러스트>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694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