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는 유전을 파괴하지 않는다. 중동의 내전은 석유 공급에 아무 영향을 주지않는다.

자원의 저주는 혼돈을 증폭하는 또 다른 장치다. 투기자들이 작은 사건을 거대한 가격 충격으로 바꾸고 뉴스 미디어와 포퓰리스트들이 수천 명의 난민을 ‘침략‘으로 부풀리듯, 자원의 저주는 한 지역의 위기를 세계적인 재난으로 바꿀 수 있다.
자원의 저주라는 장치는 원자재 시장과 국가 권력의 결탁, 손쉽게 벌어들인 돈으로 인해 만연하는 부정부패, 자기 몫을 챙기기 위해서라면 어떤 악행이든 기꺼이 용인하는사람들을 결합해 혼돈을 증폭한다.
유전 지대가 있으면, 정부는 원유를 판 돈으로 군사력을 키워 체제를 강화할 수 있다. 반대로 과격분자들이 유전 지대를 장악하면 그들은 나라 경제를 거덜 내고 원유 수익을 전쟁으로 탕진할 수 있다. 원유 수출국에서 내전이 벌어질 가능성이 두 배 가량 높은데다 전쟁이 벌어지면 더 오래 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P130
나는 전쟁과 석유에 얽힌 이 이야기에서 또 하나의 반전을 마주했다. 알고리즘은 군사적 충돌이 발생하면 원유 공급이 줄면서 유가가 상승한다는 일반적 통념에 따라 매매한다.
그러나 라이스대학의 석유경제학자 마흐무드 엘가마는 이렇게 말한다.
"어떤 정권이 들어서든 ‘원유를 더 생산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공급을 실제로 줄이는 일은 기반시설과 교역로를 물리적으로 파괴하는 것뿐이에요."
유전지대를 장악한 새 정부나 무장 조직에게는 그들의 이념이 무엇이든 그곳을 파괴하려 들 이유가 없었다.
"IS는 국가를 세우려 했고, 원유 수익에 의존하고 있었어요. 그러니 그들은 유전지대를 점령하더라도 원유 생산을 멈추지 않겠죠. IS가 원유 생산을 중단한다는 건 앞뒤가 안 맞는 이야기였어요.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두고 왜 그런 짓을 하겠어요."
실제로 알바그다디는 원유를 튀르키예로 빼돌려 세계 시장에 팔기 위해 이라크의 원유 기반시설을 장악하려 했다. 따라서 아즈완과 페슈메르가 군대가 IS의 진격을 막지 못하고 칼락의 정유소를 빼앗겼다 해도 전 세계 원유 공급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었을 공산이 크다. 차이가 있다면 오일달러가 이라크의 쿠르디스탄이 아니라 IS로 흘러간다는 점뿐이었을 것이다. - P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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