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와 당위

물론 생존과 번식이라는 궁극적 욕구가 인정 욕구로 성장하며, 이것이 도덕성과 이타성이라는 숭고한 인간의 가치를 만들어낸다는 논리를 받아들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인정 욕구는 곧 이기적 욕구라는 단순한 공식을 적용할 경우, 위와 같은 논리는 도덕적 행동이나 이타적 행동 뒤에 숨은 이기심에 대한 의심과 이에 대한 비난으로 이어질 것이다. 또한 자신의 안위를 내던지며 불의에 항거했던 역사 속 영웅들, 혹은 전혀 관계없는 타인들을 위해 평생을 바쳐 헌신적인 삶을 산 이타주의자들을 폄하하는 이유가 될 수도 있다. 더 이상 이타주의자가 나타나지 못하게 하는 계기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 - P126

이타적 욕구가 인정 욕구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깨달으면 이러한 욕구가 줄어들지도 모른다는 주장은 마치 인간의 생리 작용과 대사작용을 이해하면 식욕이 사라질 것이라는 걱정과도 같다. 인간의 생존과 적응에 필수적인 인정 욕구가 자연스럽게 확장되어 나타난 건강한 도덕적 행동과 이타적 행동은 그 이면의 동기를 이해한다고해서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의 신체 상태를 정확히 인식하면 건강에 해로운 습관을 피하기 쉬워지지 않는가. 이처럼 인정 욕구의 실체를 정확히 파악하는 일은 도덕성과 이타성으로 포장된 인정 욕구가 자신을 포함한 사회 전체를 파괴하는 형태로 무분별하게 퍼져나가는 것을 막아줄 수 있을 것이다. - P12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회적 기업

우리 연구실 소속 정대현 연구원은 최근 이러한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한 연구를 진행했다. 컴퓨터 화면에 다양한 상품들을 제시하고 구매 의사를 물어보는 단순한 실험을 실시했는데, 상품들은 쿠키, 떡, 머핀 등 간단한 스낵 종류였다. 실험 참가자들은 상품이 제시될 때마다 상품 그림 바로 밑에 함께 제시되는 가격을 보고 구매

의사를 결정해야 했다. 그런데 실험 전에 참가자들은 이 상품들 중절반은 사회적 기업에서 제조했고, 나머지 절반은 일반 기업에서제조했다는 설명을 들었다. 또한 사회적 기업에서 제조한 상품의수익금은 취약한 계층을 돕기 위한 기금으로 사용될 것이라는 정보도 들었다.

마지막으로 타인의 관찰이 구매 판단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기위해서 참가자들 중 절반이 속한 관찰 집단에게는 실험 전에 한 가지 정보를 알려주었다. 컴퓨터 오작동 때문에 참가자의 반응을 자동으로 기록하는 기능에 문제가 발생해서 실험자들이 모니터를 보면서 바깥에서 수동으로 기록할 예정이라고 말이다. 통제집단에게는 이러한 정보를 알려주지 않았다.

실험 결과, 예상대로 관찰 집단의 참가자들은 동일한 가격대에서일반 기업 제품보다 사회적 기업 제품에 대해 훨씬 높은 구매 의사를 보였다. 그리고 이러한 사회적 기업 제품을 선호하는 정도는 관찰 집단에게서 더 뚜렷하게 드러났다. 특히 가격이 너무 낮거나 높지 않은 중간 수준일 때 집단 간에 가장 큰 차이가 나타났다. 뇌 영상 자료 역시 예상과 일치하는 결과를 보였다. 일반 기업 제품에 비해 사회적 기업 제품을 구매할 때 복내측 전전두피질의 활동이 증가했고, 이러한 차이는 관찰 집단에서만 나타났다. 이는 복내측 전전두피질의 평판 관리 기능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 이야기

언젠가 추석 연휴가 끝난 뒤 미디어에 발표된 기사들 중에서 흥미로운 자료가 하나 눈에 띄었다. 연휴 귀성길,
소위 ‘짜증 유발 운전자‘에 대한 설문 조사 결과였다. 가뜩이나 여러 고민들로 머리가 복잡한 귀성길에 어떤 운전자가 심기를 건드리는지 알아본 이 조사는 내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가장 짜증을 유발하는 유형은 진입로 또는 출구에서 끼어드는 운전자였다. 대부분 쉽게 예상할 수 있을 만한 결과였다. 전체 응답자들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다수가 이를 선택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보다 흥미로운 결과는 두 번째 순위였다. 29퍼센트의 응답자들이 선택한 유형은 바로 ‘누구든 끼워주는 앞차‘였다. 얌체짓을 하는 새치기 운전자에게 너그럽게 아량을 베푼 운전자 역시 공공의적이었던 것이다. - P12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warm glow model

실험실에서나 현실세계에서 왜 사람들은 협조를 하는가에 대한 또다른 설명이 있다. 하나는 사람들이 "다른 사람의 기쁨에서 기쁨을얻음"으로써 동기를 부여받는다는 것이다. 안드레오니 (1987b)에 의해 순수한 이타성 (pure altism)이라고 이름 붙여진 이 동기는 애덤스미스의 저서인 『도덕감정론』(The Theory of Moral Sentiments, 1759;1976)에서도 잘 설명되어 있다. "사람들을 얼마나 이기적이라고 가정하든지 간에, 사람의 본성에는 몇 가지 원칙이 있는데 그것은 다른 사람의 운명에 관심을 갖고, 타인이 행복할 때 내가 얻게 되는 것은 그저 그의 행복을 바라보는 즐거움뿐인데도 타인의 행복이 자신에게 필요한 것으로 간주하는 것이다."  - P42

하지만 사람들이 공공재에자발적으로 기여하는 이유가 이와 같은 순수한 이타성 때문이라는주장에는 하나의 문제점이 있다. 이러한 기여 행위를 하는 이유가상대방에게 가져다줄 효과 때문만은 아닐 수 있기 때문이다. 무슨말이냐면, 만약 사람들이 공공재에 기여하는 것이 상대방들이 그로인해 얻게 되는 효과로만 설명될 수 있다면, 예를 들어 공공재를 위한 자금이 어디에서 들어오든 일단 공공재가 공급된다는 점에서 타인이 얻게 되는 효과는 동일할 것이기 때문에, 공공재에 정부가 기여하게 되면 동일한 크기만큼 같은 목적의 민간 기여를 구축‘ (crowdout) 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정부가 기여하는 민간이 기여하든 공공재가 생산된다는 효과는 동일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구축은 완전하게 나타나지 않는다. 실제로 계량경제학 연구 결과는공공재에 대한 정부 기여가 민간 기여를 100%가 아닌 약 5~28% 정도만 감소시킨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Abrams and Schmitz, 1978,
1984: Clotfelter, 1985). - P43

협조를 설명하기 위해 또 다른 유형의 이타성이 제시되는데 그것은 협조적 행동 그 자체, 즉 협조적 행동이 가져올 효과와는 상관없이 협조하는 행동 그 자체를 대상으로 한다. ‘옳은(좋은, 명예로운ㆍㆍㆍㆍㆍㆍ 일을 하는 것은 많은 사람들에게 명백한 동기로 작용한다.
이러한 유형의 이타성을 때로는 불순한 이타성 (impure altruism)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이것은 일반적으로 양심의 만족, 혹은 비도구적인 상벌에 의하지 않은 도덕적 명령으로 설명된다. - P4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쉬고 있는 동안에도 기초대사량의 상당 부분을 차지합니다. 이렇게 제작비와 유지비가 엄청난 비싼 장기를 빙하기라는 힘든 환경에서 계속 유지할 만큼 중요한 두뇌는 어떤 기능을 했을까요? 도구를 만들고 예술 활동을 하고 고도의 인지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큰 머리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면, 큰 머리는 어떤 기능을 하는 것일까요? - <인류의 진화>, 이상희 - 밀리의 서재
https://millie.page.link/r46eb64YHfTTSFDe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