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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5 - 단종.세조실록 ㅣ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5
박시백 지음 / 휴머니스트 / 2005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그 누구도 제어할 수 없었던 수양대군, 세조(1417~1468)의 시대.
문종이 죽고 즉위한 단종(1441~1457)은 영특하였고, 장성하면서 통치할 능력이 충분하였다. 앵무새에서 벗어나 자기 영역을 찾아가고 있었다.
그러나 삼촌 수양대군의 힘에 눌려 자리를 내어주고, 결국은 유배되어 목숨을 잃게 된 비운의 임금이 된다.
세조는 형인 문종이 죽고 나서 즉위한 이 12살의 조카 단종을 추종하던 세력인
김종서, 황보인 등을 한명회와 함께 쿠데타로 죽이고 권력을 쟁취한다.
세조가 단종실록을 조작하여 자신을 미화하고 반란을 잠재운 것으로 꾸몄다는 박시백 화백의 말은 수긍과 함께 동의가 팍팍 된다. 단종실록에는 단종이 어리고 불안한 임금이요, 김종서 등 대신들의 전횡이 심했고, 안평대군의 왕위 찬탈 음모와 대신들의 결탁이 있었던 반면, 수양대군은 영웅적인 면모와 우국충정의 마음으로 계유정란을 일으켜 이 간악한 세력을 제어하고 나라의 기강을 세웠다라고 되어있다.
마치 518직후의 전두환이 1212사태로 권력을 쟁취한 이후, 신문들에서 그를 찬양하던 것과 비슷한 모습이다.
타고난 예능적 소질을 가지고 있었고 온화한 성품의 안평대군과 달리, 문무를 겸비하였고 경쟁심이 심했던 수양대군의 줄다리기에서 공신들이 안평대군을 밀면서 일어난 세력 다툼의 희생은 단종이었던 것이다. 공신은 역적이 되고, 역모를 불러온 자들은 대우를 받는 시대가 된 것이다.
이징옥은 거병을 하지만, 결국은 실패하고, 성삼문, 하위지, 이개, 유성원, 유응부를 위시한 신하들이 단종을 보위하고자 한 거사도 실패한다. 반면 고발자인 정창손, 김질은 세조의 총애를 받아 정승의 반열에 든다. 단종은 결국 영월 객사에서 생을 마감한다.
둥둥둥 북소리는 사람 목숨을 재촉하고
뒤돌아보니 해는 벌써 저물고 있구나.
황천 글엔 주막도 하나 없을텐데
오늘 밤엔 누구 집에서 잘꼬
(성삼문이 형장에 끌려가면서 읊없다는 시)
원통한 새 한마리 궁에서 쫓겨나와
외로운 몸 그림자 푸른 산 헤매네.
밤마다 자려 해도 잠은 오지 않고
해마다 한을 없애려 해도 없어지지 않는구나.
울음소리 끊어진 새벽 산엔 어스름 달 비추고
봄 골짜기엔 피 토한 듯 떨어진 꽃이 붉어라.
하늘은 귀 먹어서 이 하소연 못 듣는데
어찌하여 서로운 이내 몸 귀만 홀로 밝았는가
(영월 객사 시절, 단종이 지은 시)
세조는 왕위를 차지한 이후, 강력한 왕권을 세우기 위해 6조의 일은 직접 보고하게 하는 것, 집현전 폐지, 경연 폐지, 영의정인 정인지의 의견개진에 대해 그를 국문하여 처리 등을 하였다. 그 누구도 바른 말을 할 수 없는 분위기, 살벌한 분위기였던 것이다. 정치는 주로 술자리에서 이루어졌고, 인사채용도 그 자리에서 이루어지기도 했다. 한편 부인인 정희왕후 윤씨(1418~1483)에 대한 애정은 극진했다. 후궁도 1명뿐이었다. 또한 그는 검소했고, 부지런했다.
북방의 수령을 직접 중앙에서 파견하였고, 호패법을 부활시켰으며, 경국대전을 비롯한 각종 법령을 정비하였으며, 불경을 대량으로 인쇄하는 등 불교진흥에 앞장섰다.
세조 때의 권력자는 단연, 세조의 사돈이기도 한 한명회와 변절자 신숙주, 정인지였으며, 세조는 2천여명이나 되는 공신을 책봉하여 공신 위주로 대우를 하였다.
세조 말년에는 이시애의 난을 잠재운 남이를 비롯한 구성군 같은 인척들을 위주로 총애하였으며 세자의 통치기반을 마련해주려고 애를 썼다.
그러나 정희왕후에게서 난 세조의 큰아들 덕종은 20살에, 예종은 19살에 요절하였고, 딸도 30대초반에 죽는다. 또한 한명회는 자기 자식들을 각각 예종과 성종에게 시집보냈으나, 20살이 되기도 전에 요절하였고, 신숙주의 아들도 이시애의 난을 진압하러 갔다가 반란세력에게 무참히 살해된다. 이것이 천벌이 아닐까 싶다.
세조가 반역을 왕위를 차지하였기에, 수많은 반역에 그는 시달려야 했고, 공신들도 결국은 믿지 못함으로 인하여 이시애의 난때는 한명회나 정인지까지도 의심하였던 걸 볼 수 있었다. 왕권을 갖고 천하를 호령했지만, 그리 행복하였을 것 같지 않다.
얼마전 했던 [공주의 남자]도 배경이 이 수양대군이 왕위를 단종으로부터 찬탈하는 과정을 그린 것이고, 영화 [관상]에서 이정재가 열연한 역도 수양대군(세조) 역할이다.
세조는 재위 13년 3개월, 52세의 천수를 누렸다. 그는 경기도 남양주시에 위치해 있는 광릉에 묻혀있다고 한다. 이 광릉 숲은 2010년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 지역으로 지정되었다.
역사를 드라마처럼 재미있고도 의미있게 공부하는 방법은
박시백 화백의 조선왕조실록을 숙독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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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릉 : 세조와 정희왕후의 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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