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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4 - 세종.문종실록 ㅣ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4
박시백 지음 / 휴머니스트 / 2005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태종과 세종.
정치 스타일이 너무너무 달랐다.
태종은 왕권을 충녕대군(세종)에게 물려준듯 싶었지만, 외척의 세력을 철저히 죽여놓는 일을 했으며, 새 임금을 길들이기도 했고, 일본에 대해서도 대마도 정벌을 통해 강력한 국가이미지를 굳혔다. 많은 피를 흘리면서 왕권을 굳혔다. 세종의 아내였던 소헌왕후 심씨 가족에 대해서도 경계의 끈을 놓치 않고 있다가 당시 영의정이었던 심온이 중국을 다녀온 사이에 꼬투리를 잡아서 그를 처단한다. 병조판서 강상인 사건을 빌미로 그에게 사약을 내리고 왕비의 어머니와 자매들은 관노로 전락시켰던 것이다.
반면 세종(1397~1450)은 집현전과 황희정승의 쌍두마차를 몰며, 대신들과 토론하면서 상의하고 최선안을 찾아가는 스타일이었다. 집터와 기둥을 세운 것에 벽을 쌓고 지붕을 올려 문과 창을 내어 완성하는 일을 했다. 무엇보다 정권을 인수받으면서 이전의 정적과 같은 사람들도 껴앉고 갔다. 정치보복이 아닌 양보와 희생으로 화합을 이끌어내는 군주였다. 유교경전을 열심히 공부했으나 실용을 위한 궁구를 꾀했다. 잘 할 수 있는 사람에게 계속 맡기는 스타일이다. 자연히 세종의 시대에 학문이 융성하였고, 과학기술을 비롯한 음악에 있어서 엄청난 진보가 있었다. 조선의 문예부흥 시대라고나 할까. 이천, 장영실, 정초, 이순지, 정인지를 통하여 천문관측기구와 시계 제작기술을 발전시켰다. 규표, 혼천의, 앙부일기, 자격루 등. 무기분야에서도 화포기술이 개량되었고, 음악에서는 박연을 통하여 아악을 발전시켰다. 세종 자신도 많은 곡들을 작곡했다고 한다. 북방의 4군 6진을 개척하고 야인들을 물리치게 하며, 남쪽의 백성들을 북쪽으로 이주시킨 사민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하였다. 이로 인하여 백성들의 원망과 분노가 가득해졌다고 한다. 저화와 동전의 사용을 강제함에 따라 현물을 가지고 물물교환하는 것에 익숙했던 백성들은 불평하였다. 또 '수령고소금지법'이란 게 있어서 수령들에겐 날개를 달아주고, 백성들은 보호막을 없애버려 이또한 불만 사항이었다. 세종 시대라고 백성들이 그저 흥겨워한 시대가 아니었다는 사실에 다소 놀라웠다. 오히려 이 시대를 좋아한 것은 지식인층이였다고 할 수 있겠다.
훈민정문이 반포되었을 때 최만리의 상소가 올라오자, 세종은 핵심주제를 비껴가고, 지위로 위압하고, 약점을 잡으면서 공론화 의사가 없음을 드러낸 것도 재미있는 부분이었다. 직접, 비밀리에 창제 작업을 하여서, 집현전 학자들도 몰랐던 것도 의외의 사실. 둘째딸 정온공주가 도왔다 하는데, 사극 '뿌리깊은 나무'에서 이를 차용하여 소이라는 가상의 여인을 끌여들인 게 아닐까 싶다.
황희정승에 대한 기사도 흥미롭다. 24년간 정승으로 있었고, 19년간 영의정으로 있으면서 세종을 보필한 그였는데, 청렴하고 온화했다고 여기는 이미지와는 달리 그도 사위의 일로 빽쓰고 돈써서 합의를 보게 만들었으며, 땅 차지에도 열을 올렸다고 하니, 청백리로의 이미지가 다소 사라지는 듯 싶다.
한편, 장영실, 최윤덕, 이징옥, 김종서 등을 보면 능력이 우선시 되는 사회였다는 걸 보게 된다. 신분을 극복케 했고, 무인이라도 정승으로 임명도 했으며,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인사권에 있어서 탁월한 임금이었음을 본다.
한편 마지막 5장에서 다룬 준비된 임금, 문종의 이야기는 가슴아프다. 8살에 세자에 책봉되어 늦게 왕에 올라 단지 이년여간 통치하다가 등에 난 종기가 심해져 세상을 달리하였던 것이다. 오랫동안 왕이 되기전 세자 수업을 받았던 그였으나, 실제 통치는 너무 짧았다. 문종은 또한 아내복도 없어서 첫째부인, 둘째부인 모두 소박맞아 내쫒김을 당하고, 세째부인마저 어린 단종을 낳고 먼저 죽었다고 한다. 이는 문종의 동생 수양대군이 세자 단종의 위를 탐하게 하는 계기가 된다.
요순시대와 같이 태평한 시대를 가져온 세종대왕. 그가 남긴 한글을 잘 쓰고 있어서 늘 너무나 감사한 마음이다. 광화문 앞의 세종로에 있는 세종대왕. 이제는 행정복합도시의 이름인 '세종'시로 남아 두고두고 후손들의 존경을 받는 인물. 그분의 인간적인 면모도 이 만화를 통해 접할 수 있어서 좋았다.

<세종대왕>

<뿌리깊은 나무 : 세종 역의 한석규씨>



<경기도 여주에 위치한 영령릉. 세종대왕과 소헌왕후 심씨가 합장되어 묻혀계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