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허한 십자가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선희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4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알라딘에서 이북을 무료로 대여해준 덕에 책 한권을 뚝딱 해치웠다.

이름하여 '공허한 십자가' (히가시노 게이고 저서)이다.

최근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으로 서점가에서 히트를 치고 있는 작가이다.

 

이 책은 좀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고, 내용 또한 심각하지만, 빨려들게 만드는 흡인력이 있었다. 이 작가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도 꽤 있습니다. 일본에서도 만들고 우리나라에서도 만든 영화로는 '백야행', '부러진 칼날', '용의자 X' 등도 있고...

주로 살인, 자살, 강간, 유아살해, 그리고 가정 붕괴

추리소설로서 현재 사회의 문제를 수면위로 올려서 다루는 내용들인 것 같다.

 

내용의 줄거리는 대략 아래와 같다.

 

십계명 중 제6계명 : "살인하지 말라."

 

초등학교 2학년 짜리 딸(마나미)이 집안에 먹을 것을 훔치려 들어왔던 강도(히루카와 가즈오)에 의해서 온 몸이 꽁꽁 묶인채로 살해되었다. 이 일을 겪은 아버지인 나카하라 미치마사와 어머니인 사요코는 살인자를 사형에 처하게 하기 위해 법정 투쟁한다. 결국 재심에서 승리하게 되어 목표한 바를 이루었지만, 사요코는 남편(나카하라)과 별거하다가 이혼하고 만다. 그녀는 잡지 기자로 활동하면서 도벽증 환자를 취재하였다. 그런데 그녀 또한 한 노인(마치무라 사쿠조)의 칼에 찔려 살해당한다.

 

이 일의 과정을 추격하던 나카하라에게 니시나 후미야라는 사람은 장인 사쿠조의 죄를 시인하고 자신도 잘못이 있다고 하면서 편지를 보내온다. 그녀의 아내 하나에는 사쿠조의 딸로서, 술과 도박과 여자에 빠져 젊은 시절부터 보낸 아버지를 증오하고, 엄마가 죽고 난 이후 따로 떨어져 살다가 한 사기꾼(다바타 유지)을 만나서 온 재산도 털리고, 그의 아이까지 갖게 된 여자이다. 온 몸과 맘이 망가져 자살하러 수해(숲의 바다)인 아오키가하라에 갔다가 후미야를 만났고, 자신의 과거 잘못을 속죄하려던 후미야는 이 여인 하나에와 그의 아이를 책임지면서 살아가는 의사가 된다.

 

후미야는 자기보다 어린 후배인 이구치 사오리란 여학생을 고등학교시절 사귀게 되었고 좋아하였고, 함께 잠자리를 갖게 되었는데, 임신하게 되었었다. 그 아이가 태어난 날, 아이를 받은 후 아이를 죽여서 둘이 같이 아오키가하라를 찾아가 묻었던 것이다. 임신과 출산을 숨기려 끔직한 유아살해를 한 이후 죄책감 속에서 한명은 여러번의 자살 시도를 하였고, 후미야는 속죄의 길을 걷고자 소아과 의사가 되었던 것이다. '거짓의 십자가를 등에 지고 살면서 속죄를 하는 것이라 스스로 여기면서.'

도벽증 환자를 취재하던 와중에 사요코사오리를 만나게 되고, 과거의 이야기까지 모두 듣게 된다. 21년전의 그 사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자수할 것을 권하던 과정에서, 사요코는 과거 사오리의 남자친구였던 후미야의 집을 찾아가게 되고, 거기서 하나에와 사요코가 대화하는 사이에 장인 사쿠조가 내용을 듣게 되었다. 사쿠조는 딸 하나에의 장래가 이 여인 사요코로 인해 붕괴될 것, 그리고 자기에게 그토록 잘해준 사위를 보호하고자 하는 의도로 살해를 한 것이다.

 

이 소설은 맨 마지막 옮긴이(이선희)의 말처럼, 독자인 우리에게 여러가지 질문을 쏟아놓는다. 답변을 마련하지 않은 채로...

"흔히 죄를 지은 사람은 평생 십자가를 등에 지고 산다고 한다. 그런데 평생 십자가를 등에 지고 사는 사람은 살인자가 아니라, 살인 사건으로 세상을 떠난 피해자의 유족이 아닐까?

사형은 무력하다? 사형은 무력하지 않다? 인간이 인간을 심판할 수 있을까? 인간이 인간을 심판할 수 없다면, 사람을 죽인 사람은 무엇으로 심판해야 할까? 속죄는 무엇일까? 꼭 교도소에 들어가야만 속죄한다고 할 수 있을까? 가해자를 사형에 처하면, 가해자는 어떻게 속죄할 수 있을까?"

 

한편 맨 마지막에 사야마 형사가 한 말에 이런 말이 있다.

"인간이 완벽한 심판을 내리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일지도 모르지요." 아마 이게 작가가 내놓은 답변이 아닐까 싶다.

 

추리소설을 형식으로 펼쳐지고 있어서 읽는 내내 뒷부분에 대한 궁금증을 갖게 하고, 빨려들어가게 하는 흡인력이 있었다.

"살인자를 공허한 십자가에 묶어두는 것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

"사람을 죽인 사람의 반성은 어차피 공허한 십자가에 불과한데 말이에요." 라는 내용이 대사중에 나온다.

피해자에게 있어서 살인자에 대한 그 어떤 처분도 충분하지 않다. 그게 설령 사형이라고 할지라도. 그러나 또 처분을 하지 않는 것도 또한 피해자와 그 피해자의 가족에게는 큰 상처이다. 피해를 준 사람이 꼭 감옥에 들어가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도 문제 제기를 한다. 후미야는 나름 속죄의 길을 걷고 있었으니까.

 

과거로부터 자신의 힘을 함부로 사용하여 남의 생명을 해한 사람들이 있어왔다. 법과 사회는 그들에게 처벌을 가한다. 그런데 한번 콩밥을 먹고 나왔어도 반성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정의가 보장되지 않는 사회에서는 희생당한 자만 억울할 뿐이다. 이에 대한 문제의식을 소설은 던져주고 있었던 것이다. 함부로 남의 생명을 해하는 것은 분명 죄악이다. 이에 대한 속죄는 피로 되갚아져야 하는 것이다. 이 책은 여러모로 인간관계와, 살인과 자살, 그리고 희생과 봉사와 속죄, 법적 처리 등에 대해 많이 생각케 하였다. 일본의 사회 분위기와 한국의 사회 분위기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도 해보았다.

한편, 이웃에 대한 조그마한 관심과 온정이라도 가져본다면, 더 건강한 사회로 나아갈 수 있을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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