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가는 물
- 도 종 환
어떤 강물이든 처음엔
맑은 마음
가벼운 걸음으로
산골짝을 나선다
사람 사는 세상을 향해
가는 물줄기는
그러나 세상 속을 지나면서
흐린 손으로 옆에서는 물과도 만나야 한다
이미 더럽혀진 물이나
썩을 대로 썩은 물과도 만나야 한다
이 세상 그런 여러 물과 만나며
그만 거기 멈추어버리는 물은 얼마나 많은가
제 몸도 버리고
마음도 삭은 채
길을 잃은 물들은
얼마나 많은가
그러나 다시 제 모습으로
돌아오는 물을 보라
흐린 것들까지 흐리지 않게 만들어
데리고 가는 물을 보라
결국 다시 맑아지며
먼 길을 가지 않는가
때 묻은 많은 것들과
함께 섞여 흐르지만
본래의 제 심성을
다 이지러뜨리지 않으며
제 얼굴 제 마음을 잃지 않으며
멀리 가는 물이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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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열 두 해를 혈루증으로 앓는 중에 아무에게도 고침을 받지 못하던 여자가 〔어떤 사본에는, 의원들에게 그 가산을 다 허비하였으되 아무에게도〕
예수의 뒤로 와서 그 옷가에 손을 대니 혈루증이 즉시 그쳤더라.
(누가복음 8:43-44)
그러므로 예수도 자기 피로써 백성을 거룩케 하려고 성문 밖에서 고난을 받으셨느니라
(히브리서 13:12)
세상사 속에서 첫마음 그 순수했던 다짐으로 출발하지만, 익숙함을 핑계로 점차 타협하고 거짓과 속임과 기만의 유혹 앞에 재물과 권세와 미색에 무릎꿇곤 하는 여느 정치, 종교지도자들의 모습이 슬프게 하는데. 역시 나도 이와 다르다 할 수 없는데, 도도히 맑게 흐르는 물에 묻혀 같이 흘러가고 싶은 맘이다. 예수께서 거룩케 하심이 소망이다. 그 가신 길 따라 살아가는 삶. 그 거룩케 하심으로 초심 첫마음 첫사랑 유지하는 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