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 다무라 류이치
나무는 잠자코 있기 때문에 좋다.
나무는 걷는다든가 달리지 않기 때문에 좋다.
나무는 사랑이라든가 정의라든가
떠들지 않기 때문에 좋다.
정말 그럴까?
정말 그런 것일까?
보는 사람이 본다면
나무는 속삭이고 있는 거다.
느긋이 조용한 목소리로
나무는 걷고 있는 거다.
하늘을 향해
나무는 번갯불처럼 달리고 있는 거다.
땅 밑으로
나무는 틀림없이 떠들지 않지만
나무는 사랑 그 자체다.
그렇지 않다면 새가 날아와서
가지에 앉을 리 없다.
정의 그 자체다.
그렇지 않다면 지하수를 뿌리에서 걷어올려
하늘에 돌려보낼 리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