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물을 딱히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이렇게 쓰고 보니 워킹 데드를 시즌 7까지 달렸던 사람으로 좀 찔리네.  잔인한 거, 징그러운 거 실생활에서는 절대 못보면서도 드라마나 영화로는 잘도 본다. 보면서 계속 저거는 가짜야 분장이야 이렇게 생각하면서. 그래서 워킹 데드를 보면서 밥도 먹고 순대도 먹고 그랬다. 윽 그때는 잘 먹었는데 갑자기 생각만해도 속이 울렁거리네.


좀비물에 끌리는 이유는 나의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나의 가족과, 친구가 나를 먹기 위해 공격한다는 끔찍함에 있다. 다른 어떤 것보다도 더 처참하고 고통스러운 비극이 아닐까. 거기에 좀비 같은 재난/종말?물들은 처음에는 좀비에 대한 공포과 어떻게 도망칠까로 시작되지만 결국은 이런 상황이 되었을 때 보여지는 인간의 숨겨진 추악함과 욕망을 그려내기 때문에 (워킹데드에서도 보면 처음에는 좀비가 두렵지만 나중에는 우연히 만나는 인간이 더 무섭다) 또한 흥미롭다.


시그널의 김은희 작가가 극본을 쓰고 터널의 김성훈 감독이 연출하고 넷플릭스에서 제작한 킹덤은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보통의 좀비들과는 달리 밤에만 활동하기 때문에 (시즌1의 마지막에 그것이 아니라는 게 나오지만) 누가 말했듯 낮에는 '왕좌의 게임'을 밤에는 '워킹 데드'로  찍어 더 재미있다. 연기들도 다 짱짱 특히 좀비 연기는 다들 왜 이렇게 잘하는 거야! 배두나의 사극 억양이 어색하다는 사람들의 의견에 찬성하긴 하지만 회가 지날 수록 익숙해졌다, 단지 이번 시즌에서는 배두나의 역할이 너무 작았다는게 아쉬웠고 그녀의 이미지 상 약초를 캘 게 아니라 칼을 들어 좀비의 목을 쳐야 할 거 같아서 어색하기도 했다. 시즌 2에서는 더 비중있는 역할이 되리라 기대한다. 이 드라마의 옥의 티는 중전이라는 거에는 누구든 동의 할 수밖에 없을 거 같다. 억양도 그렇고 연기도 많이 부족한데 하필이면 류승룡과 투샷으로 나오는 장면이 많으니 더 비교가 될 수 밖에 없다. 악역으로 중요하면서 잘하면 빛이 날 수 있는 역할인데 안타깝다. 시즌2에서는 좀 나아지기를.


스토리, 연기,연출 다 칭찬할 만 하지만 이 드라마의 장점 중 하나는 화면이다. 우리나라의 산천이 저리도 아름다웠던가. 그림같은 풍광들과 더불어 눈에 띄는 것은 모자들. 우리는 사극에서 그러려니 하면서 보는 갓을 비롯한 모자들을 외국인들이 보며 흥분한다. 그러고 보니 갓 쓴 주지훈 멋지구만.


시즌1이 6회까지 밖에 없어 아쉽기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지금 시즌2를 찍고 있다고 하니 언제 방영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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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19-02-18 0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1회 보다가 그 ‘탕국’ 장면에서 포기했어요. 남편은 완주했고요. 역시 워킹데드 팬이라 끄떡 없다하더라고요.

psyche 2019-02-19 00:11   좋아요 0 | URL
아 그 탕국. 재미있는데 이거 눈을 살짝 가리면서 봐봐. 우리집은 남편이 이런거 싫어해서 내가 같이 보자고 해도 도망가더라고. ㅎㅎ

레삭매냐 2019-02-18 1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어제 인스타에서 시즌 2 크랭크인
들어갔다는 소식에 아주 흥분했답니다 ~!~~

300분 짜리 영화 한편 보는 느낌이라는
이야기에 격하게 동감하는 바입니다.

전 예전부터 좀비물을 즐겨 봐서 그런지
는 몰라도 아주 재밌게 보았습니다.

다만 조선 좀비가 뛰다 못해 거의 달리는
장면은 좀 거부감이... 청출어람 청어람
일까요? ㅋㅋㅋ

psyche 2019-02-19 00:14   좋아요 0 | URL
저도요. 과연 안제 시즌2를 방영할까요? 올해말이나 내년초 이야기 나오던데 기다리기 힘들어라...
뛰는 좀비는 왜 부산행에서도 그랬잖아요. 우리나라 사람들이 성질이 급하니 좀비도 뛰는 걸까 잠깐 생각했었어요. 달리기가 느린 저는 보면서 아 난 맨처음에 먹혀서 좀비가 되었겠구나 했죠 ㅎㅎ

cyrus 2019-02-18 15: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보려고 넷플릭스에 가입했어요. 밤에 어머니랑 같이 봤는데, 생각보다 흥미진진해서 1기 전편 다 봤어요. 어머니는 가끔 제게 2기 언제 나오느냐고 물어보십니다... ^^;;

psyche 2019-02-19 00:18   좋아요 0 | URL
어머님과 같이 보셨군요! cyrus님 어머님이 부러워요. ㅎㅎ 우리집에는 같이 볼 사람이 없거든요. 남편도 아이들도 모두 좀비라고 하면 절레절레 도망가요. 같이 봐야 더 재미있는데 ㅜㅜ

비연 2019-02-19 07: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좀비물 딱 질색이라 절대 안 보는데, 이건 김은희 작가이고 넷플릭스라고 해서 봤거든요. 오. 6회까지 정주행. 아니 시즌 2는 바로 안 찍고 뭐하는 거야 뭐 이런 심정이더라구요. 우리나라 좋은 풍경들 멋진 옛옷들, 세계사람들이 보고 좋아하면 더할 나위없겠다 싶었는데 반응이 좋다니 제가 다 뿌듯. 시즌 2 얼른 나오기만 학수고대요.

psyche 2019-02-19 22:07   좋아요 1 | URL
저는 원래 좀비물도 잘 보니까 그런데요 주변에도 좀비물 안보던 사람들도 킹덤을 좋아하더라고요. 미국 사람들도 호응도가 좋아서 저도 기분이 너무 좋아요. 시즌 1이 너무 짧죠. 설마 이게 시즌 1 끝인거야? 하면서 막 찾아봤다니까요. 빨리 시즌 2가 나왔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