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시키지도 않고, 이제는 세 식구 밖에 없는데도 명절 음식을 하였다. 처음에는 잡채랑 갈비만 하려 했는데 서재에서 전 사진을 보니 막 땡겨서 내가 먹고 싶은 전만 조금 만들었다. 사실 명절음식을 굳이 매번 하는 이유는 내가 먹고 싶어서...누가 해주는 사람도 없고, 딱히 살만한 곳도 없으니 직접 만들어 먹을 수 밖에.
가족수가 줄었으니 오랜만에 돼지갈비가 아닌 소 갈비찜을 했다. 미안하다 딸내미들. ㅎㅎ 빈대떡은 녹두 갈아서 만들지 않고 그냥 녹두빈대떡가루를 사용하고, 송편은 사왔고, 셋이서 먹을 만큼만 만들다 보니 나 명절 음식 하는 중이다 하고 티 낼 틈도 없이 휙 끝나버렸다.

여기는 하루 종일 흐린 날이 거의 없는 곳인데 어제는 하루 종일 흐렸다. 결국 보름달은 보지 못했고 대신 거울에 비친 달덩이만 봤다. 하늘의 달은 찼다가 기울었다 하는데 왜 거울 속의 달은 더욱 동그랗게만 되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