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나는 가끔 읽었던 추리소설을 다시 읽을 때가 있다. 많은 경우 읽은 건 생각나는데 어떤 내용인지 까마득하다거나, 분명 재미있었다는 건 생각나지만 누가 범인이었는지 기억나지 않을 때도 많고, 아주 가끔은 읽었다는 것조차 생각해내지 못하고 읽었다가 나중에 내가 적어둔 메모를 보고서야 어 나 이거 읽었던 거야? 하기도 한다. (네 여기 서재에도 동지들 있으시죠?)
오늘 아침에 꾸물꾸물 빗방울도 하나둘씩 내리고 하길래 재빨리 김치전 반죽을 만들어 놓고 으스스한 책을 골랐다. 으스스한 거라면 역시 스티븐 킹. 지난 번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사온 그린 마일이 딱일거 같아. 뭔지 모르지만 스티븐 킹이니까.
책을 딱 펼쳤는데 첫장을 다 읽기도 전에 내 머리속에는 녹색의 카페트가 깔린 사형수 동이 그려졌다. 아 나 이 책 읽었었구나! 오래전에 읽었지만 책의 배경이 생생이 떠오른다. 나같은 기억력의 소유자도 한번 읽으면 잊지 못하게 만드는 스티븐 킹의 마법. 놀라울 수 밖에. (그래서 더 무섭다.)
김치전 반죽도 미리 다 만들어 놓았지만 금새 햇빛은 쨍쨍이다. 그래도 맛있다 김치전. 근데 어쩐지 스티븐 킹의 책은 먹으면서 읽기는 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