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밀린 책 감상 써야지 했는데 드라마 때문에 또 밀리네. 이러다 진짜 알라딘 서재가 책 이야기가 아니라 드라마 이야기하는 곳이 되는 거 아닌가 몰라.
지난 3월 마음을 분산시키기 위해 드라마를 보기 시작했다.( 그렇다 핑계다. 그런 이유 아니어도 드라마 종종 본다) 처음에는 잘 만든 미드로 유명한 The Wire 시즌 1을 봤다. 좋았다. 역시 칭찬이 자자한 이유가 있구나 싶었다. 시즌 뒤로 가도 계속 좋다고는 하는데 계속 보기에는 너무 무거웠다. 드라마가 아니라 다큐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 있어서 더 몰입된다고 할까? 그러다 보니 보면서 힘들었다. 그래서 시즌1만 보고 일단 접었다.
뭔가 집중해서 보지 않아도 되는 드라마, 한국 드라마에서 뭐 없을까 하고 있던 차에 감우성이 나오는 '키스 먼저 할까요' 라는 드라마를 한다네. 한국 드라마는 용두사미가 되는 일이 너무 많아서 대부분 끝이 난 다음에 보곤 하는데 감우성이라잖아. 연애시대의 그 감우성. 그래서 팬심으로 첫 회부터 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엇 감우성도 늙었네 싶었지만 갈수록 역시 나이 들어도 멋지구나 했는데... 그런데 이 드라마가 도무지 집중이 안 되는 거다. 등장인물들이 너무너무너무 이해가 안돼서 짜증이 부글부글. 팬심으로, 의리로 보는 것도 한계가 있지 틀어놓고 딴 짓 하는 것도 못하겠더라. 10회까지 꾹 참으면서 보다가 포기
라로님의 추천으로 재미있게 봤던 '추리의 여왕' 시즌 2가 한다길래 그것도 시도. 그건 그래도 끝까지 봤다. 김실장이랑 서현수 넣어서 그럴듯하게 만들려고 하긴 했는데 좀 어설펐다. 지적하고 싶은 거 많았음. 차라리 동네의 소소한 범죄들을 하는 게 더 재미있을 거 같은데. 그래도 짜증 나는 건 아니고 중간중간 웃음 포인트가 있어서 설거지 용으로 딱이었다.
'우리가 만난 기적'은 처음 몇 회를 봤는데 주연들이 다 연기 잘하는거 그거 알겠는데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너무 뻔해서 마음이 안 갔고
그러다가 내 취향을 잘 아는 사람이 '작은 신의 아이들' 이야기를 하길래 긴가민가하면서 시작했다. 시작하면서 보니 오. OCN이네? OCN 장르물 재미있는 거 많았지! 처음 1회는 좀 무서워서 계속 볼까 말까 했었는데 보다 보니 정신없이 빠졌다. 나는 강지환, 김옥빈 모두 이름만 알고 있을 뿐 여기서 처음 봤는데 역에 맞게 연기 잘하더라. 조연들 연기도 좋고, 주제도 좋고, 답답하게 질질 끄는 거 없어서 좋고, 주인공 캐릭터가 사이다라 좋고. 처음에는 한 개씩 보다가 나중에는 연달아 쭉 달렸다. 드라마를 끝낸 그 날 저녁 '그것이 알고 싶다'를 시청했는데 거기서 보람상조회와 교회의 이야기여서 이 드라마가 떠올라 소름이 끼치기도.
'작은 신의 아이들을' 끝내고 나니 영 허전한 것이 계속 드라마를 달려야 할 거 같다. 같은 OCN 작품으로 '구해줘' 랑 '나쁜 녀석들 악의 도시'가 끌리는데 뭐부터 볼까? '구해줘'는 재미있지만 고구마 먹은 기분이라던데, 시즌1을 재미있게 본 '나쁜 녀석들' 부터 시작해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