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김정선 지음 / 유유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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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기 전에 저자가 앞서 출판한 <동사의 맛>이라는 책을 먼저 읽었더라면 좋았겠다. 외국어에 기울인 노력의 절반만 쏟으면 우리말을 참 잘 할 수 있겠지만, 어떻게 애써야 하는지 막막하다면 이책부터 시작하자. 막막한 기분은 이 책을 읽다 보면 조금은 사라질 것이다. "적.의를 보이는 것.들"부터 시작하자. 


이 책을 읽으면서 영어와 우리말의 차이를 시공의 차이를 들어 비교해 놓은 부분은 무척 인상적이다. 영어는 관계사(관계대명사나 관계부사)가 발달한 언어이기 때문에 이야기를 서술해가는 방식이 관계사를 중심으로 되감아 가는 반면(저자는 이것을 공간에 빗대서 설명했다), 한글문장은 펼쳐내는 시간으로 의미를 만든다는 말, 의미 있는 말이다. 


잘못 쓰고 있는 표현을 지적하면서도 언뜻 비치는 저자의 따뜻한 마음. 이 마음 때문에 이 책을 읽고 난 뒤 별 다섯개를 준다. "잠시만 기다리실게요". 이 표현이 옳지 않지만 사람들이 계속 쓰는 이유는 그 만큼 감정 노동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많아졌기 때문일 거라는 저자의 말. 맞다, 맞아.  


"누구나 문장을 쓸 땐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그리고 위에서 아래로 써 나간다"는 말, 저자의 직업의식이 물씬 느껴져 좋다. 

    

한글로 글을 쓸 땐 이 책에서 지적한 예들을 꼭 기억해 두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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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의 즐거움 - 인생을 해석하고 지성을 자극하는 수학 여행
스티븐 스트로가츠 지음, 이충호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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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 스티븐 스트로가츠는 코넬대학교 수학과 교수로 있다. 오래 전에 산 책 <비선형 동역학과 카오스>라는 교과서에서 비선형 미분방정식을 아주 쉽게 설명하는 데 감명을 받은 적이 있는데 이 <x의 즐거움>이라는 책도 마찬가지다. 이 책은 말 그대로 복잡한 수식 너머에 있는 수학의 즐거움을 찾아 쉬운 말로 설명해주는 책이다. 하지만 단순한 연산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깊은 내용을 담고 있는 현대 수학의 핵심 되는 부분을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들과 관련 지어 재미 있게 수학을 설명한다는 점에서 수학 교양책 중에는 단연 돋보이는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예를 들면 사랑의 미분방정식을 이용해 연인들 사이의 밀땅을 어떻게 수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지, 또는 사회 생활이나 정치, 국제관계에서 늘상 일어나는 내 적의 적은 내 친구라는 사실을 수학적으로 어떻게 나타낼 수 있는지, 곱셈의 교환법칙 안에는 얼마나 심오한 원리가 숨어 있는지, 자세히 설명해주는 책이다. 

침대 매트리스를 한면만 계속 쓰면 모양이 변형되어 쓰기 불편해지기 때문에 한번씩 뒤집거나 돌리거나 해서 바꿔줘야 하는데 그 속에는 현대대수학이나 현대물리학에서 중요하게 쓰이는 군론이 숨어있다는 사실도 이야기 해준다. 빵집에서 파는 베이글 속에 숨어있는 위상수학, 양자역학의 근간을 이루는 필수수학인 힐베르트공간을 힐베르트호텔로 설명하기도 하고, 허수 안에 숨어있는 예술적 아름다움을 밝히기도 한다.

이렇게 잘 쓴 수학 교양책을 읽는다는 것, 참 즐거운 일이다. 저자에게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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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undlagen Der Analysis (Paperback, 4th)
American Mathematical Society / 199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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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자 E. Landau가 쓴 이 수학책은 영어로도 번역이 되어 나온 수학책 중에는 고전에 속한다. 이 책을 산 이유는 실수를 유리수에서부터 어떻게 구성할 수 있는지 보인 몇 가지 방법 중에서 가장 추상적인 방법으로 Dedekind cut을 이용하는 것인데 이것에 대한 설명이 잘 나와 있는 책이다. 원저가 독일어지만, 수학에서 쓰는 독일어이기도 하고 책 말미에 이 책에 나오는 모든 독일어에 대한 독-영 사전이 부록으로 달려 있기 때문에 영어만 잘 해도 그런대로 이해할 수 있는 책이다(서론 빼고!). 이 책의 서론은 Lernenden(학생), Kenner(아는 사람 또는 선생)위한 서론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Lernenden을 위한 서론에서는 Dutzen(독일어에서 상대방을 친근하게 Du로 칭하는 것)을 쓰면서 dutzen 쓰는 것에 대해 양해를 구하는데, 그 이유는 자기 딸이 대학에서 화학을 전공하고 있는데 미적분은 잘하면서 x.y=y.x가 왜 그런지는 모른다며 딸을 위해 쓰는 책이라는 것 때문이란다. 

수학책 다운 수학책이다. 정수나, 유리수나 실수에 대한 설명은 굳이 이 책이 아니더라도 다른 책에서 배울 수 있지만, Dedekind cut을 이용하여 유리수에서부터 어떻게 실수를 구성하는지에 대한 설명이 잘 나와 있는 책은 그리 많지 않다. Rudin의 해석학 책 1장 끝머리에 잠시 나오기는 하지만 그 증명을 읽기 전에 이 책을 먼저 봐 두면 cut의 의미를 더 잘 알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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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문화비평이다 자음과모음 하이브리드 총서 4
이택광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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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산 이유는 순전히 신문에서 읽은 이택광 교수 글이 이따금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세상을 읽는 솜씨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남들과 다르게 생각한다고 해야 할까, 아무튼 난 그 점이 마음에 들어 우연히 서점에 들렀다가 이 <이것이 문화비평이다>를 샀다. 좀 훑어보고 샀어야 했는데 기차 시간 때문에 이 책을 집어든 게 좀 후회스러웠다.  신문과는 달리 한 가지 현상에 대해 저자 생각을 좀 자세히 펼쳐 줬으면 했는데, 거의 신문에 나오는 글 정도라는 게 답답했다. 사실,

내 전공은 아니더라도 한번씩 담 너머 처녀 구경 하듯 인문학 분야를 훔쳐보는 재미가 있기 때문에 이택광 교수 표현을 빌려, "Peeping Tom"처럼 문화비평을 들춰 보고 싶었던 마음이었는데, 이 책이 파편적이고 단편적인 글 모음이라는 걸 알았을 땐 '그냥 도서관에서 빌려볼 걸, 왜 샀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문화비평 관련 책에서 자주 나오는 철학자들, 벤야민이나 아도르노, 루카치...  문화비평에는 사회주의나 흔히 좌파라고 불리는 학자들 또는 비평가들이 몸 담고 있기 때문에 이 같은 철학자들을 다루는 것이겠지만, 이러한 철학자들에 기대서 자기 생각을 펴다 말아버리는 것은 읽는 사람을 참 답답하게 만든다.

이 <이것이 문화비평이다>라는 책이 그랬다. 사회현상을 좀 더 파고들어 자기 생각을 말해주면 좋으련만, 마치 검객이 상대방과 싸우다 칼을 갑자기 거두듯, 자기 생각을 거둬 들이면 읽는 사람은 갑자기 허기가 느껴진다. "난 아직 더 배고프거든. 좀 더 말해보라고, 하는 생각".

<낭만주의>에 대한 논의만 해도 그렇다. 난 이 <낭만주의>를 이사야 벌린을 통해 들었다. <합리주의> 반대편 저 끝에 놓여있는 자들의 모임, 하지만 합리주의자들에게 영감을 주는 사람들이기도 한 낭만주의자들. 이 낭만주의와 칸트와 신칸트주의자들의 관계는 도대체 무얼까. 글을 읽고난 뒤에 의문만 더 생기는 것은 이 책이 좋은 책이기 때문일까, 아님 학자의 불성실함 때문일까, 난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이 책에 별 셋을 주는 이유는 신문 기사에서처럼 이 작은 글을 모아놓은 책에서도 이택광 교수의 "남들과 다르게 생각하기 또는 생각 비틀기"는 마음에 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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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undations of Quantum Chromodynamics: An Introduction to Perturbative Methods in Gauge Theories (3rd Edition) (Hardcover, 3)
T. Muta / World Scientific Pub Co Inc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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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2판에는 phi^3 theory 계산에 한 두 가지 오타를 수정하였다. 대부분의 내용은 2판과 비교해 크게 바뀌지 않았다. 저자는  Bardeen, Buras, Duke와 같이 비탄성 전자산란을 pQCD를 이용해서 renormalization을 엄밀하게 다룬 논문인  Phys.Rev. D18 (1978) 3998의 저자다. 인용횟수가 1000회가 넘은 논문이니까 가히 seminal paper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특히  dimensional regularization을 이용한 renormalization을 공부할 때 자주 등장하는 \overline{MS} scheme을 최초로 쓴 논문이기도 하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의 저자 Muta는 pQCD 교과서를 제대로 집필할 수 있는 경력이 있는 학자라고 할 수 있겠다. 이 책은 Yndrain이 쓴 책처럼 바로 QCD로 들어가지도 않고 최근에 J.C. Collins가 쓴 Foundations of QCD처럼 지나치게 기술적인 책도 아니다. Path integral formalism에서 시작해서 Faddeev-Popov ghost, regularization, renormalization에 이르기까지 한발씩 조심스럽게 진행한다. 특히 renormalization은 phi^3 theory를 two-loop order까지 다루었는데, 그렇지 않으면 overlapping divergence 문제를 제대로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 renormalization을 제대로 이해하는 데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내가 아는 바로는 교과서 수준에서 phi^3 (phi^4) theory를 two-loop level까지 다룬 책은 J.C. Collins의 Renormalization, Ramond의 양자장론 책 정도다. 이 phi^3 theory의 자세한 기술은 장점일 수도 있지만 QCD를 가능하면 빨리 배우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약간의 장애가 될 수도 있겠다.  그리고 QCD에서 one-loop 계산은 Appendix에 다뤄 놓았는데, 표준 교과서 역할을 좀 더 제대로 하려면 교과서 두께가 좀 더 두꺼우진다 하더라도 조금 더 교육적으로 다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적어도 교과서 수준에서 pQCD를 이 정도로 자세히 다룬 책은  찾기 힘들 것이다. 

2판과 마찬가지로 이 책의  한 가지 단점이라면, 저자는 Feynman rule을 다른 저자와는 조금 다르게 쓰는데, 비록 그렇게 쓰는 게 실수를 줄일 수는 있더라도 이 책을 공부한 다음, 논문을 읽을 때 혼돈을 피하기 위해서는 그래도 표준 표현을 쓰는 게 더 좋지 않을까 싶다. 강의하면서 다른 표현들을 동시에 설명해 주어야 한다는 불편함이 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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