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의 눈물
오세영 지음 / 문학동네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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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은퇴하셨지만 학자이면서 시인으로 치열하게 살아왔다는 오세영 교수의 시를 좋아한다. 시인이 학자로서, 시인으로서 살아왔다는 것 때문에 이 노 시인의 시를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그 분의 시가 전해 주는 감동 때문이다.  

오세영 시인의 시 전집과 출판된 시집 몇권을 가지고 있지만 오세영 교수가 쓴 평론집은 이 책이 처음이다. 물론 <한국 현대시 분석적 읽기>를 평론집으로 친다면 내가 읽은 아마 두 번째 평론집일 것이다.  

이 책은 전문인을 상대로 쓴 평론집이라기 보다는 시인으로서 학자로서 평소에 생각하던 것을 담담하게 쓴 글들을 정리한 책이라고 생각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 현대시 분석적 읽기>를 읽을 때 처럼 눈에 잔뜩 힘 주고 읽을 필요는 없다는 점. 무엇보다 몇몇 시 평론집이 보여주는 번역투라던가, 앞 뒤 연결고리를 찾기 힘든 어투와 비약 같은 게 없어서 읽기 편한 책이다.  

몇몇 부분에서 지나치게 직설적인 것 같아 조금은 껄끄럽지만 이 또한 모든 시에 생생히 살아있어야 할 그 서정성에 대한 시인의 애정이라 생각하면 시인의 생각을 받아 드리는 데 그리 어려운 점이 없다.   

김수영 시인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시인이 쓴 <우상의 가면을 벗겨라>는 글에서 김수영 시인을 우리나라 대표 시인 20위 안에 넣기도 힘들다는 말에는 어쩌면 화를 낼지도 모를 일이지만 누구든 자기 생각을 말할 순 있는 거니까 그리 화낼 필요는 없다. 그것이 시든, 무엇이든 여러 각도에서 들여다 보는 게 한 방향만 쳐다 보는 것보단 훨씬 더 많은 걸 얻을 수 있으니까 말이다. 

시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읽기를 권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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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평역에서 창비시선 40
곽재구 지음 / 창비 / 198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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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3 때던가, 중앙일보에 실린 곽재구 시인의 <사평역에서>를 읽었던 기억은 30년이 지났지만 또렷하기만 하다. 그 때 그 충격이란! '시를 이렇게 그림처럼 쓸 수 있을까'하는 생각 때문이었을까.  

마흔이 넘어 시를 다시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서점을 뒤져 산 책이 바로 곽재구 시인의 첫 시집 <사평역에서>였다. 뒤돌아 보면 그 땐 정말로 그렇게 힘들었을까, 부연 기억만 남아있는데, 이 시집을 읽다 보면 80년대가 힘들었던 한 세월이었다는 게 다시 떠오른다.  

그런 점에서는 시간을 관통하지 못하고 한 시대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 약점일 수도 있는 시집이다. 그 시대를 살아보지 않은 사람에게도 전해줄 수 있는 그 변하지 않은 무엇을 그 시를 읽을 때 전해줄 수 있다면 그 시는 영원히 살아남을 것이다. 

적어도 이 시집에 나오는 <사평역에서>라는 시는 그렇다. 그 시절을 살아보지 않았더라도 시인의 아픔, 아니 사평역에서 막차를 기다리는 한 사내의 아픔을 느낄 수 있다. 이 서정적인 시의 장면을 한꺼풀 벗겨내면 그 시대의 통한도 읽을 수 있다. "...내면 깊숙이 할 말들은 가득해도......모두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톱밥 난로에 던져 넣는 한줌의 톱밥은 사내의 눈물이기도 했다. 지금 읽어도 아릿한 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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