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은, - 빔 벤더스의 사진 그리고 이야기들
빔 벤더스 지음, 이동준 옮김 / 이봄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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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빔 벤더스 감독, 영화 <베를린 천사의 시>와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을 만든 감독이라는 사실만으로 이 사람이 찍은 사진은 또 어떤 모습일까, 하는 궁금증 때문에 책을 샀다. 라이카 카메라로 찍은 사진들, 자신이 지내온 날들 동안 만난 사람들, 경치들, 순간들을 잔잔하게 적어놓은 책이다. 왼쪽에는 그 사진과 관련된 이야기를, 그리고 오른쪽에는 감독이 찍은 사진이 있다. 그냥 훑어 볼 때는 큰 감흠이 오지 않은 책이지만 찬찬히 읽어보면 뷰파인더를 보며 사진을 찍던 감독의 시선을 느낄 수 있다. 그저 지나치기 쉬운 순간들을 말이다.  

이 책의 서문에 빔 벤더스 감독이 한 말이 인상적이다. 사진을 찍는다는 건 순간을 담는다는 것도 있지만 그 사진에는 보이는 피사체뿐만 아니라 보이지 않는 사진사가 있다는 말, 그리고 사진을 찍는 사람은 마치 사냥꾼이 총을 쏜 후에 느끼는 반동처럼 똑같은 것을 느낀다는 말. 그리고 그 Einstellung이라는 독일어.  

한번은 이라는 말, 독일어로는 Es war einmal 쯤으로 이해할 수 있겠다. "한번은 이런 일이 있었지..." 감독이 지나온 날들의 일기 쯤으로 받아 드려도 될 듯 싶은 말이다, 한번은 이라는 말.  찍은 사진 속에 화려함은 없지만 일상 중에 지나치기 쉬운 것들을 담은 사진들.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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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평역에서 창비시선 40
곽재구 지음 / 창비 / 198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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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고3 때던가, 중앙일보에 실린 곽재구 시인의 <사평역에서>를 읽었던 기억은 30년이 지났지만 또렷하기만 하다. 그 때 그 충격이란! '시를 이렇게 그림처럼 쓸 수 있을까'하는 생각 때문이었을까.  

마흔이 넘어 시를 다시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서점을 뒤져 산 책이 바로 곽재구 시인의 첫 시집 <사평역에서>였다. 뒤돌아 보면 그 땐 정말로 그렇게 힘들었을까, 부연 기억만 남아있는데, 이 시집을 읽다 보면 80년대가 힘들었던 한 세월이었다는 게 다시 떠오른다.  

그런 점에서는 시간을 관통하지 못하고 한 시대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 약점일 수도 있는 시집이다. 그 시대를 살아보지 않은 사람에게도 전해줄 수 있는 그 변하지 않은 무엇을 그 시를 읽을 때 전해줄 수 있다면 그 시는 영원히 살아남을 것이다. 

적어도 이 시집에 나오는 <사평역에서>라는 시는 그렇다. 그 시절을 살아보지 않았더라도 시인의 아픔, 아니 사평역에서 막차를 기다리는 한 사내의 아픔을 느낄 수 있다. 이 서정적인 시의 장면을 한꺼풀 벗겨내면 그 시대의 통한도 읽을 수 있다. "...내면 깊숙이 할 말들은 가득해도......모두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톱밥 난로에 던져 넣는 한줌의 톱밥은 사내의 눈물이기도 했다. 지금 읽어도 아릿한 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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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antum Mechanics: Fundamentals (Paperback, 2)
Kurt Gottfried / Springer Verlag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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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Kurt Gottfried는 현재 코넬대학교 물리학과를 은퇴한 후, 명예교수로 있다. 1955년에 MIT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니까 입자물리학의 원로라고 부를 수 있겠다. 지금은 나이 든 물리학자들이 으레 그렇듯 <양자역학의 기초(Foundations of Quantum Mechanics)> 연구를 하고 있다.  Gottfried교수는 물리학 뿐만 아니라 과학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은 학자이기도 하다.   

입자물리학에서 Gottfried 교수는 1970년대 Charmonium 연구로 유명한 학자이기도 하다. 특히 Physical Review D( http://prd.aps.org/abstract/PRD/v21/i1/p203_1 )에 출판한 논문은 1000회 이상 인용을 받은 중요한 논문이다.  

고트프리트 교수의 Quantum Mechanics: Fundamentals는 1966년에 초판이 나왔는데 저자는 원래 두 권을 계획했던 것 같다. 하지만 1권만 나왔다가 2004년에 자신의 오랜 공동연구자인 Tung-Mow Yan교수와 공동집필해서 초판을 완전히 다시 쓴 교과서이다. 그러니까 2판이긴 하지만 1판을 살짝 고친 그런 개정판이 아니고 완전히 다시 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새로운 책이다.  1판은 1989년에 Addison-Wesley출판사에서 다시 찍었다 (아래 그림). 

이 책은 학부 교과서들 중에 참고문헌을 잘 소개해 놓은 책(Gasiorowicz의 양자역학이 한 예이다)에서 Landau의 양자역학 교과서와 더불어 가장 수준이 높다고 하는 책이기도 하다.  

먼저 이 교과서는 기존의 대학원 양자역학 표준 교과서들 (Merzbacher나, Sakurai, Shankar)과 비교해 봐도 난이도가 높은 셈이다. 그러니까 양자역학의 기초가 탄탄한 사람이 읽기에 적당한 책이다. 하지만 완독 후에는 자신의 양자역학 내공이 일갑자는 증가한 걸 느끼게 될 것이다. 특히 최근에 <양자역학의 근본>에 대해 연구하는 학자 답게 1장부터 최신 양자역학의 연구 결과 중 예민한 부분들부터 시작한다. 그래서 더더욱 쉽지 않은 책이지만 그만큼 독자의 논리를 날카롭게 갈아 줄 것이다. 문체 또한 오랫동안 물리학을 전공해 온 교수 답게, 그리고 물리교과서 외에 다른 책들을 쓴 저자 답게 유려하다(노년에 접어든 학자들이 쓴 글은 보통 그렇지만)는 점에서 반드시 일독을 권한다.   

양자역학의 응용에 관한 장들을 봐도 현재 직접 연구하고 있는 물리학자들이 쓰는 기호를 쓴다는 점에서도 이 책은 훌륭하다. Helicity formalism이나 Scattering 부분은 실제 연구에 바로 응용할 수 있을 정도로 아주 잘 쓴 교과서이다. 특히 앞으로 이론물리학을 전공할 학생이라면 반드시 이 책을 공부할 것을 권한다. 특히 입자물리학이나 핵물리학을 전공할 학생이라면 이 책을 반드시 넘어야 할 산으로 생각하라.

이 책의 단점이라면 각 장 끝에 수록된 문제가 그리 많지 않다는 점인데, 그 점은 Sakurai이나 좀 오래 되었지만 Schiff의 양자역학 책에 실린 문제들을 풀면서 양자역학의 기술을 익히면 되니까 큰 문제는 아닐 것이다.  

이 모든 점을 종합하면 별 다섯 개를 줄 수 있는 몇 안 되는 양자역학 교과서가 바로 이 Gottfried의 양자역학 교과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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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모차르트 : 피아노 소나타 KV 331,457 & 환상곡
DG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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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지고 있는 모차르트 소나타 연주는 전부 Maria Joao Pires가 연주한 음반이다.


http://en.wikipedia.org/wiki/Piano_Sonata_No._14_%28Mozart%29



모차르트 작품을 정리한 Köchel 말로는 이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14번이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8번 C단조 비창(Pathetique)에 영향을 많이 줬다는데, 다른 의견도 있다. 항상 그렇듯, 생각하기 나름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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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엘가 : 첼로 협주곡, 에니그마 변주곡 Op.36 - Great Performances
엘가 (Edward Elgar) 작곡, 바렌보임 (Daniel Barenboim) 외 연주 / SONY CLASSICAL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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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작곡가 에드워드 엘가(Edward Elgar)는 이 첼로 협주곡을 1919년에 작곡하였는데, 이 첼로 협주곡의 주 주제가 되는 멜로디는 엘가가 1918년, 61세의 나이에 위험한 편도선 수술을 받고 나서 깨어나자 마자 연필과 종이를 달라고 해서 적었다. 이 곡은 후에 1919년에 완성되었다고 한다.

이 곡의 스코어는 아래 홈페이지에서 구할 수 있다.

http://imslp.info/files/imglnks/usimg/f/f8/IMSLP22192-PMLP14674-IMSLP17157-Elgar-CelloConcOp085fs.pdf

이 엘가의 첼로협주곡은 비운의 첼로연주가인 뒤 프레(Du Pres)가 20세 나이에 존 바비롤리(John Barbirolli)가 지휘하는 런던 심포니와 협연한 것을 녹음한 음반을 최고로 친다. 뒤프레는 다발성근육경화증이라는 병 때문에 42세에 세상을 뜬다. 유명한 지휘자였던 다니엘 바렌보임이 남편이었는데 뒤 프레가 병에 걸리자마자 아내와 이혼한다.

이 뒤 프레가 연주하는 첼로 협주곡은 여자임에도 불구하고 남자 못지 않은 다이내믹 사운드를 자랑한다. 감상해 보시길!

악장은 다음과 같이 구성되어 있다.


  1. Adagio — Moderato (approx. 7:29)
  2. Lento — Allegro molto (approx. 4:27)
  3. Adagio (approx. 4:40)
  4. Allegro — Moderato — Allegro, ma non troppo — Poco più lento — Adagio. (approx. 11:19)  

 이 뒤 프레가 연주한 엘가의 첼로 협주곡은 보통 가장 뛰어난 연주로 회자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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