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식 - 행복의 중심
울리히 슈나벨 지음, 김희상 옮김 / 걷는나무 / 2011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책 제목이 <휴식>이라 좀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샀다. 이 책의 원제는 "Musse, die Wissenschaft vom Nichtstun"이다. 직역하면 "여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의 과학"쯤 되겠다. 저자 Ulrich Schnabel은 독일 신문(정확히 말하면 주간지) 중 가장 지성적이라고 말할 수 있는 Zeit(시간), 그러니까 Bild 신문과는 대척점에 서 있는 신문에 과학 관련 글을 쓰는 저널리스트다.  그리고 전공이 물리학과 출판학이라 좀 더 저자에게 끌렸는지 모르겠다.

과학 관련 글을 쓰는 사람 답게 이 책에서도(책 원제도 그렇고) 왜 휴식이 절대적으로 필요한가, 를 과학적으로 설명한다. 특히 이 책의 첫 부분은, 대개 책들이 그렇지만, 인상적이고 실제적이다. 낮잠을 자라, 휴대폰이랑 이메일을 좀 멀리 하라, 등등. 낮잠도 체계적(?)으로 분류해 놓았다.  언젠가 읽었던 버트란트 러셀의 <게으름의 찬양>을 생각나게 한 책이다.  

지금 번 아웃 직전에 있는 사람에게 일독을 권한다. 지금 쉰다고 뭐 큰 일 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면 잠시 멍 하니 쉬는 것도 시간 낭비가 아니라는 걸 일깨워 주는 책.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분별없는 열정 - 20세기 지식인의 오만과 편견
마크 릴라 지음, 서유경 옮김 / 미토 / 2002년 12월
평점 :
절판


저자 마크 릴라의 글 중에 내가 읽은 건 이 <분별없는 열정: Reckless Mind: Intellectuals in politics>랑 <이사야 벌린의 지적 유산>에 실은 논문 한편이 전부다. 이 책은 몇 년 전에 읽었는데 이번에 다시 읽었다.  저자 마크릴라는 현재 콜럼비아 대학교  인문학부 교수로 있다.
http://www.columbia.edu/cu/history/fac-bios/Lilla/faculty.html  

이 책 <분별없는 열정>은 New York Review of Books에 실은 리뷰(1, 2, 3, 6장)와 The Times Literary Supplement(4, 5장)에 기고했던 글을 모아 낸 책이다. 실제로 New York Review of Books의 마크 릴라가 쓴 리뷰란에 가보면 이 책에 실렸던 글을 부분적으로 볼 수 있다.  
 http://www.nybooks.com/contributors/mark-lilla/  

NYBooks of Review에 책 리뷰를 실은 순서와 이 책에서의 순서는 다른데, 그 이유는 아마 역사적 순서에 따라 글을 배치하느라 그랬던 것 같다. 그러니까 이 책에 실린 글들은 하이데거, 아렌트, 칼 야스퍼스, 칼 슈미트, 발터 베냐민, 푸코, 데리다의 책들을 리뷰하면서 쓴 글이다. 저자의 생각은 이 책의 맨 마지막 장인 후기: 시라쿠사의 유혹에 나온다.  

책 리뷰이기 때문에 이 책을 읽은 다음에는 마크 릴라가 소개하는 책들을 읽는 게 순서겠지만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들이 아니라 시간 좀 걸리지 않을까. 아무튼 마크 릴라가 소개하는 저자들의 공통점이라면 나치를 위시한 현대 전제정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했던 "지식인"들 이야기다. 후기에 나온 대로  이 사람들의 속 마음을 들여다 본다면 이 쟁쟁한 학자들 마음에 억누를 수 없었던 전제성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책 제목도 분별 없는 열정이라고 했는지 모르겠다. 정확히 말하자면 좀 더 생각해보고 자신을 돌아보고 비판해 본 다음 정치에 발을 들여 놓아야 했지만 결국 마음 속에 있는 욕망에 충실했던 사람들이 바로 하이데거를 위시해서 이 책에서 소개해 놓은 사람들이다.  

근데 이 책을 읽다 보면 하이데거도 그렇고 베냐민도 그렇고, 푸코나 데리다는 더더욱 그렇고 별로 읽고 싶은 생각이 안 드는데 굳이 이 사람들 책을 읽어야 하나 싶다.  특히 데리다 같이 모호하기 짝이 없는 글들은 읽을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는데, 그래도 저자가 이렇게 진지하게 소개하는 책들이라 쉬이 무시하기도 그렇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Classical Dynamics : A Contemporary Approach (Paperback)
Jorge V. Jose / Cambridge Univ Pr / 1998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 이 책의 저자, Jorge Jose와 Eugene Saletan 교수는 Northeastern University에서 은퇴한 뒤  명예교수로 있다.  이 두 사람이 공동 집필한 Classical Dynamics: A contemporary approach는 Goldstein이 쓴 기존 역학 교과서와는 완전히 다른 관점에서 쓴 책이다. 이 전에 이미 수학자들이 수학적인 관점에서 쓴 고전역학 책들이 있다. 예를 들면, V.I. Arnold의 저 유명한<Mathematical Methods of Classical Mechanics>나, R. Abraham과 J. E. Marsden이 쓴 <Foundations of Mechanics>는 이 분야에서 이미 고전의 반열에 든 책이다.  물론 위 두 책만큼이나 읽기에 쉽지 않지만 이론물리학자 둘이서 쓴 책도 있는데, 바로 Sudarshan과 Mukunda의 <Classical Dynamics: A Modern Perspective>다. 이 책 또한 Lie Group과 Lie Algebra를 본격적으로 써서 역학을 다룬 책이라 대학원 고전역학을 처음 접하는 학생에게는 적합한 책이 아니다.

하지만 수학자들이 쓴 책은 현대미분기하학을 주 언어로 쓰기 때문에 수학적인 준비 없이 이 책들을 소화하기란 그리 쉽지 않다. 물론 V.I. Arnold가 쓴 책은 R. Abraham과 J. E. Marsden이 쓴 책 보다는 좀 낫지만 대개 미분다양체와 Tangent bundle 같은 미분기하학의 기초적인 지식이 없이는 첫 장에서 아마 흥미를 잃게 될 것이다. 마찬가지로 Sudarshan과 Mukunda가 쓴 책도 이론물리학에서 쓰는 고급 수학을 덧입혀서 고전역학을 기술하였기 때문에 고전역학을 공부하는 대학원생에게 어렵긴 매 마찬가지이다. 이런 점에서 Jose와 Saletan이 쓴 교과서는 기존의 관점과 수학자들의 관점을 잇는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어떤 이들은 수학적인 Rigorisity가 결여되어 있는 책이라고 비난하지만 모노그래피가 아니고 물리학과 대학원 초년생들을 위해 쓴 교과서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렇게 혹평하는 건 공평하지 못하다. 이제 막 고전역학을 접하는 학생들에게 새로운 관점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건 학생들의 흥미와 관심을 촉발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훌륭하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2. 이런 점에서 보면 Jose와 Saletan이 쓴 이 새로운 관점의 고전역학 교과서는 한번 쯤은 대학원에서 교재로 선택해 사용할만 하다. 가르치는 사람에게도 고전역학이 뉴턴과 라그랑쥐, 해밀턴 이래로 장농 속에 묻어 둔 학문이 아니고 오늘날에도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는 분야라는 걸 새삼 느끼게 해 줄 테니까 말이다. 학생 중에서 앞으로 이론물리학을 전공할 사람이 있다면 고전역학을 통해 이런 기하학적 방법에 익숙해 질 수 있기 때문에 이런 류의 교과서가 앞으로도 계속 나오는 것이 바람직하다. 더구나 비선형 역학은 최근 들어 경이로운 진보를 이룬 분야라는 걸 감안하면 학생들을 일찍부터 새로운 방법들에 노출시키는 것이 나쁘지만은 않을 것이다.  

물론 이렇게 새로운 관점에서 쓴 책으로 공부할 때 조심해야 할 부분이 있는데, 대부분의 물리학에서는 수학과는 달리 실제 문제를 다룬다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소위 Coordinate-free한 접근을 한다해도 결국에는 좌표계를 선택해서 특별한 경우의 문제들을 다루어야만 한다. 이 Jose와 Saletan의 책이 부분적으로는 Coordinate-free한 방법을 도입하곤 있지만 본격적이진 않고 정통적인 방법으로 문제를 다루고는 있지만 그래도 Goldstein이 쓴 역학 교과서의 고전인 Classical Mechanics를 반드시 같이 공부하는 게 훨씬 더 효과적일 것이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ertty510 2021-10-11 0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선생님께서 물리학 서적에 관해서 리뷰한것을 보고 물리학교수님 같은 전문가적 면모를 풍겨서 이렇게 글을 남깁니다. 저는 자동차를 좋아해서 기계공학도의 길을 가고있지만 어렸을 때도 물리학과 수학에 관한 교양서적들을 읽고 물리학과 수학에도 큰 동경을 품고 있습니다.

혹시 폐가 되지 않는다면 수학과 물리학을 독학하는 데 조언을 구하고 싶습니다. 저의 목표는 부끄럽지만 위에서 언급하신 아르놀트와 마스덴 교수님의 책들을 이해하는 단계입니다. (구글에서 찾아보니까 이러한 분야를 고전역학(사교기하학의 관점)과 geometric mechanics라 하더군요) 위의 역학책 리뷰를 읽고 선생님께서 물리학과 수학에 굉장히 깊은 조예가 있는 것 같아서 조언을 얻고 싶습니다.

저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어떠한 단계를 거쳐야 하는 지 어떠한 서적을 접하면 좋은지 고견을 얻고 싶습니다.
저의 부족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더불어서 선생님의 물리책 책리뷰도 계속 올라왔으면 하는 작은 바램입니다.

2021-07-07 17: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지적 사기 - 포스트모던 사상가들은 과학을 어떻게 남용했는가
앨런 소칼, 장 브리크몽 지음 | 이희재 옮김 / 민음사 / 2000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앨런 소칼(Alan Sokal)은 뉴욕 대학 물리학과 교수이고 장 브리크몽(Jean Bricmont)은 벨기에 루뱅 대학 교수로 있다. 이 책은 원래 자적 사기(Impostures Intellectuelles)라는 제목으로 1976년 프랑스에서 먼저 출간된 책을 영어로 번역한 책이다. 저자들이 이 책을 쓰게 된 동기는 자크 라캉, 줄리아 크리스테바, 뤼스 이리가레이, 브루노 다투르, 장 보드리야르, 질 들뢰즈와 펠릭스 가타리, 폴 비릴리오와 같은 프랑스계 포스트모던 철학자들이 어떻게 수학과 과학을 잘못 사용하고 있는가를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다.  

위의 철학자들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읽으면 아마 분개할지도 모를 만큼 도발적인 책이기도 하다. 이 책이 쓰여지게 된 동기가 있다. 1996년에 소칼이 Social Text라는 철학잡지에 "경계의 침범:양자 중력의 변형해석학을 위하여(Transgressing the boundaries: Toward a transformative hermeneutics of quantum gravity)"라는 논문을 실는 데 성공한다. 이 논문은 포스트모더니즘을 패러디한 억지와 후안무치한 궤변으로 가득 차 있는 논문이다. 소칼은 의도적으로 이러한 논문을 쓴 후 과연 이렇게 쓰여진 논문이 게재될 수 있는지 보기로 했다고 한다. 극단적 형태의 인식론적 상대주의를 표방한 이 논문이 Social text에 게재된 후 얼마 뒤 소칼이 위 논문이 단순한 패러디였다고 밝힌다. 이 일로 학계에 엄청난 파문이 일었다고 한다. 뉴욕 타임즈, 옵저버, 르 몽드 같은 신문에 여러 학자들-이 중에는 S.Weinberg도 들어 있다-이 관계되는 글을 싣기도 했다.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포스트모더니즘을 비판하기보다는 수학과 물리학에서 나오는 개념들이 남용되는 것을 비판하고자 하는 것이다. 수학과 물리학의 개념들을 남발하면서 어설픈 학식을 드러내는 철학자들의 의도는 과학에 무지한 독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고 무엇보다도 겁을 주려 하는 것이라고 저자들은 말한다. 그 예로 라캉은 위상수학의 가장 최근 이론을 응용한다고 으스대고 라투르는 자기가 아인스타인한테 한 수 가르치는 것인지도 모른다고 기염을 토한다고 말한다.  


이 책을 차분히 읽어보면 저자들이 가볍게 위 철학자들을 다루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저자들이 말하듯 이 책을 통해서 라캉의 정신 분석학, 들뢰즈의 철학, 라투르의 사회학 연구를 비판하려는 것이 아니라 이 저자들이 과학적인 기본 문제에 대해서 한 말들에 대해 비판한다. 

한 가지 덧붙이면 소칼이 다룬 철학자들이 비록 과학과 수학을 오남용한 구석은 있지만 메타포로써 수학과 과학을 썼다면 그용서 받을 수도 있는 것 아닐까. 그저 그 사람들이 수학과 과학을 자신들의 문체를 강화하는 방편으로 사용했다면 말이다. 그래서 쓰이는 언어가 더 풍부해 질 수 있다면. 하지만 수학과 과학을 대하는 인문학자들의 잠재된 오만 또한 반드시 비판하고 넘어가긴 해야겠다.  

참고로 이 책은 과학자들 사이에서도 제법 논란이 되었던 책이다. 과학자들 사이에서는 Physics Today에 실렸던 머민(Mermin) 교수의 글로 일단락 된 듯 싶지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떠도는 것들의 영원
이균영 지음 / 문학사상사 / 2001년 11월
평점 :
절판


이균영 교수의 <떠도는 것들의 영혼>은 여덟 명의 사람들이 중국 연변에서 백두산으로 가는 여행 중에 나누는 이야기들과 겪는 일들을 다룬 소설이다. 중간 중간에 나오는 역사 이야기들, 역사학자이자 소설가인 이균영 교수는 해박한 지식을 세 명의 운동권 학생과 은퇴한 초로의 성 교수를 통해 풀어 놓는다. 말하고자는 하는 것은 역사에 대한 균형 잡힌 시선일 것이다.



그러나,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20세기에 이 땅에서 벌어진 일들을 균형 있게 다루려면 한 2백년 쯤 지나야 가능하지 않을까. 아니, 한 이백년 지나도 그게 가능할까. 읽고나서 마음이 좀 답답해진 소설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