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현대문학 가가 형사 시리즈 개정판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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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은 무엇보다 재미있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히가시노 게이고의 <악의>는 재미있다. 


이야기는 범인과 형사, 그리고 몇몇 사람들의 기록물에 의존해 전개해가는 방식으로 펼쳐지지만, 지루하지 않다. 시간만 있다면, 앉은 자리에서 다 볼 수도 있을 만큼 재미있다. 


그렇다고 이야기에 박진감이 넘치거나 스릴이 넘치거나 하진 않지만, 이야기 초반에 먼저 범인이 누구인지 드러내 놓은 다음, 그의 범행동기를 낱낱이 밝혀가는 과정은 참신하다.


추리소설이라 이야기를 조금만 더 하면, 스포일러가 될 게 뻔하니, 여기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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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과학 - 과학이 열리던 날, 그들은 무엇을 보았을까
김병민 지음 / 사월의책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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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이 우리에게 안겨준 선물은 참으로 많지만, 과학이 인간의 욕망과 탐욕과 얽히면, 그건 재양이 되기도 한다. <숨은 과학>은 머리말에서 이야기했듯이 우물 속에 숨은 진실을 하나씩 벗겨가는 책이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서른세 명의 과학자는 대부분 잘 알려진 과학자들이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이 서른세 명의 과학자의 이야기만을 다루고 있진 않다. 머리말에서 "과학은 한 사람의 위대함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 숨은 과학자들의 무수한 논쟁과 탐구를 통과해 우리가 아는 그 사람으로 수렴했을 뿐이다."라고 저자가 말했듯이, 이 서른세 명의 과학자는 그다지 알려지지 않은 과학자들의 뼈를 깎는 듯한 노력을 단지 대표하고 있다고 말해도 되겠다. 


이 책이 지닌 또 하나의 특징은 과학 이야기를 단순히 과학에서 발견한 사실에 초점을 맞춘 게 아니라, 그 과학이 인간의 욕망과 탐욕을 만나면 어떤 파괴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지 매 장마다 경고판이 붙여 놓았다. 이를테면 DDT가 준 축복도 있었지만, DDT가 정작 우리에게 남겨놓은 것은 저주였고, 화석연료가 인간의 삶을 편안하게 만들어주었지만, 또 한편은 기후 위기라는 엄청난 재앙을 가져올 양날의 검이었다는 사실도 책 전반에 걸쳐 밝혀 놓았다. 


이 책은 무엇보다 잘 읽히는 책이다. 책을 읽다보면, 저자가 마치 책을 읽어주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잘 읽힌다. 74쪽에 "이야기가 중요한 이유는 미래의 본질"이라고 말할 만큼 저자는 과학 뿐만 아니라 인문학의 중요성을 깊이 알고 있다. 그러니 이 책이 인문학 서적을 주로 내는 출판사, <사월의 책>에서 출간된 이유가 있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과학이 놓여있지만, 정작 저자가 과학을 통해 이야기하려고 하는 건 인간에게 과학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일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총 6부로 되어 있다. 각 부의 제목이 이를 암시한다.


1부 세상을 알다

2부 세상을 보다

3부 세상을 오해하다

4부 세상과 맞서다

5부 세상에 도전하다

6부 세상을 살아가다


과학과 사회에 관심이 있다면 읽어보길 권하고 싶은 책이다. 


이 책에도 한두 가지 옥의 티가 없는 건 아니다. 2쇄가 나온다면 아래의 내용이 수정되었면 한다.


19쪽. "19세기에는 레이저와 광학기구를 사용해 빛을 직접 측정하는 방법을 시도합니다."

여기에 나오는 레이저는 아무래도 오타로 보인다. 레이저가 처음으로 등장한 건, 1960년이다.


42쪽 "엄청난 온도와 에너지로 가득한 '플라즈마 스프'라고 하는 상태에서 양성자와 중성자가 엄청난 속도로 움직였을 겁니다." 엄격하게 이야기하면, 이 플라즈마 스프는 오늘날 핵물리학에서 연구하고 있는 쿼크-글루온 플라즈마와 관련 있다. 이 뜨거운 플라즈마 상태에서는 양성자와 중성자 모두 쿼크와 글루온으로 풀어져 있다. 그렇다고 굳이 이 부분에 엄격한 잣대를 댈 필요는 없다. 저자가 여기서 이야기하려고 한 건, 우주 초기에 핵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우연을 강조하고 싶었던 거니까 말이다. 

 

이야기가 중요한 이유는 미래의 본질이기 떄문입니다. - P74

인류는 지구라는 부동산을 임대해 사용하는 세입자와 다를 바가 없습니다. - P130

우리가 누리고 지키고자 하는 모든 일상은 희생 양극과 같은 그들이 없었다면 철의 부식처럼 사라질지 모르는 소중한 것들이기 때문입니다. - P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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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핵심 - 물리학자 고재현의 광학 이야기
고재현 지음 / 사이언스북스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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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핵심>은 표지부터 예사롭지 않다. 책 표지에서 빛이 회절되어 나타나는 묘한 색깔들, 그리고 빛으로 실험하고 있는 뉴턴의 모습. 그렇다, 책표지가 암시하듯이 이 책은 빛에 관한 거의 모든 것을 이야기한다. 


빛이란 무엇일까? 이 책은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준다. 빛에 관한 한, 거의 모든 주제를 다루고 있다. 대개 전문가가 글을 쓰면, 내용이 어려워질 수 있는 위험이 있지만, 이 책은 다르다. 빛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답하려고 책을 읽는 독자를 빛의 세계로 편안하게 이끄는 그의 글솜씨가 빼어나다. 이 책은 4부로 나뉘어져 있다. 그러나 본문으로 들어가기 전, 머리말부터 심상치가 않다. 태양에서 지구까지 빛이 도달하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이 8분이다. 이 8분에서 시작해서 빛이 누비고 다닐 우주를 이야기한다. 그러니 본문에서도 태양계 이야기가 잠시 나올 것이라는 건 추측해볼 수 있다.


1부. 태초에 빛이 있었다.

1부는 자연 그대로 빛의 모습을 잔잔하게 설명한다. 빛이 연출하는 아름다움이 물리학자의 눈에는 어떻게 비칠까? 1부의 마지막 장은 목성에서 치는 번개를 다루니, 이 책에서는 지구에서 일어나는 현상만을 다루지 않는다. 


2부. 인간이 만든 빛

빛은 태양에서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오래 전 인간이 불을 다룰 줄 알게 되었듯이 오늘날 인간은 빛을 다룬다. 2부는 특히나 배울 게 많다. 같은 물리학자라도 LED나 OLED의 원리 정도만 알지 그 깊은 의미를 다 알지는 못한다. 고재현 교수는 이 분야의 전문가 답게 LED의 원리와 이 LED 빛이 펼치는 마법을 2부에서 풀어 놓는다.


3부. 과학과 빛

태양에서 출발한 빛은 지구에만 도달하는 것이 아니다. 태양에서 가장 가까운 행성인 수성에도 그리고 지구보다 멀리 떨어져 있는 화성에도 그리고 목성의 둘레를 돌고 있는 또 다른 달에도 간다. 그리고 그 행성들의 환경에 맞춰 빛은 또 다른 마법을 펼쳐 놓는다. 놀라운 건, 인간이 지구에서만 일어나는 일에만 관심 있는 게 아니다. 그 행성들에서는 또 모슨 일이 일어나는지 그 많은 돈을 들여 위성을 보내 기어이 그 비밀을 파헤치고 만다.


4부. 빛으로 바라본 세상

4부는 빛의 이야기라기보다는 마지막 이야기답게 저자의 철학이 담겨 있다. 기후위기, 그리고 지구에서 벌어지는 자연 현상들, 컬링 경기에 숨겨진 물리학 이야기, 그러니 4부 제목이 빛으로 바라본 세상인 이유다. 


요즘은 한국에서도 외국 도서 못지 않게 탄탄한 이야기를 담은 과학책이 제법 많이 출판되어 나온다. 이 <빛의 핵심>도 그런 책 중 하나다. 굳이 과학에 큰 관심이 없어도 읽어보길 추천한다. 이 책을 읽은 후에는 일상 속에 숨겨 있는 빛이 조금은 다르게 와 닿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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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질의 물리학 - 고대 그리스의 4원소설에서 양자과학 시대 위상물질까지
한정훈 지음 / 김영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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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한국 물리학자가 쓴 과학 교양서의 수준이 퀀텀 점프를 했다는 걸 가감없이 보여주는 책이 바로 이 <물질의 물리학>이라는 책이다. 지금까지 나온 물리학 교양서는 대부분 천체나 입자물리학 분야를 다뤘다. 그러나 이 <물질의 물리학>은 물리학 분야에서 가장 큰 줄기를 이루는 응집물질물리학을 일반인들에게 소개하는 책이다. 저자인 한정훈 교수는 응집물질물리학 분야에서 위상물질에 중요한 연구를 한 이론물리학자다. 그는 최초의 물질 이론에서 시작해서 가장 최근에 연구되고 있는 위상물질 이야기로 독자를 안내한다. 뒤로 갈수록 다른 책에서는 찾을 수 없는 새로운 물질에 관한 이야기로 가득하다.


책은 최신 연구 내용을 담고 있지만, 적절한 비유와 잘 읽히는 글솜씨 덕에 책을 읽으면서 그다지 지루하다는 걸 느끼지 못할 것이다. 오히려 오늘날 응집물질물리학자들이 연구하는 게 무엇인지 살짝 들여다 볼 수 있는 재미를 느낄 정도다. 


이 책의 또 하나 중요한 특징은 책에 한국 물리학자가 여러 사람 등장한다는 사실이다. 이제 한국의 물리학도 세계와 어깨를 견줄 만큼 성장했다는 말일 것이다. 조금 더 열심히 가다보면, 언젠가는 그토록 바라던 노벨상을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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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깎이 천재들의 비밀 - 전문화된 세상에서 늦깎이 제너럴리스트가 성공하는 이유
데이비드 엡스타인 지음, 이한음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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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엡스타인이 쓴 이 책의 원제는 레인지(Range)다. 이 레인지라는 제목이 한국어로 번역되면서 <늦깎이 천재들의 비밀>로 바뀌었다. 그러나 이 제목은 제법 책 내용을 드러내는 데에 적당한 제목이 되었다. 단지 이 제목에 천재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는 게 탐탁스럽지는 않다만, 이 책의 첫 부분은 제목 말마따나 늦게 시작한 사람이라고 최고의 반열에 들 수 없는 건 아니라는 걸 사례를 들어 설명하니 이 책 제목은 적어도 이 책의 앞부분의 내용을 잘 드러낸다고도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책 전반에 걸쳐 저자는 단순히 늦깎이도 최고가 될 수 있다는 걸 주장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한 사람이 성공하는 데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그 사람의 경험의 폭이라는 걸, 저자는 말한다. 그러니 늦게 시작한다고 해서 꼭 젊은 사람보다 불리한 위치에 있다는 건 아니라는 말이다.


어쨌거나 이 책은 매일 쏟아져 나오는 자기계발서와는 본질적으로 다른 책이다. 저자 자신의 경험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사례 연구를 성실하게 한 책이다. 그런 만큼 값어치를 하는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지금 무언가를 시작하기에는 늦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 책을 한 번 읽어보는 것도 좋겠다. 늦게 시작하는 이들에게 새로운 통찰을 줄지도 모를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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