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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함께한 마지막 북클럽
윌 슈발브 지음, 전행선 옮김 / 21세기북스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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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에게 '책'이란 <엄마와 함께한 마지막 북클럽 - 윌 슈발브> 

 

 

 

 

 

  책의 마지막은 첫 장을 여는 순간 예상할 수 있었다. 저자의 어머니가 췌장암 판정을 받고 죽기 직전까지 책과 함께한 기록이기 때문에 '마지막'이라는 단어가 읽는 내내 머리에 맴돌았다. 저자의 어머니는 책을 읽을 때 항상 마지막 부분을 가장 먼저 읽었다고 한다. 그리고 저자는 알게 되었다. '어떤 면에서 보자면 어머니가 이미 책의 마지막을 읽은 것이나 다름없다'고. 출판 전문가였던 저자 윌 슈발브와 난민과 여성인권을 위해 전세계를 돌았던 그의 어머니 메리 앤, 그들은 어머니와 아들이라는 가까운 관계를 가졌지만 한 사람이 세상을 떠나기 직전까지 함께한 단 2명뿐인 북클럽의 회원이었다.

 

 어머니란 언제나 가슴찡한 존재이다.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존재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 소중한 사람이 마지막을 기다리고 있을 때의 아픔은 상상할 수 없이 클 것이다. 그들에게 그 큰 아픔을 견뎌내고 진정할 수 있게 해 준 것은 바로 '책'이었다. 그들은 서로 매일매일 '무슨 책을 읽고 있니'하고 묻고, '이 책은 어떻다'이야기하고, '이 책을 읽어봐'하고 권유하기도 했다. 그리고 유명한 책, 장르를 가리지 않고 맘에 드는 책을 골라 읽었다. 이 북클럽 덕분에 저자는 둘의 헤어짐을 준비할 수 있었고, 이별 후에도 '책'이라는 매개체로 생각을 공유할 수 있었다. 이런 그들의 마지막 북클럽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는 가슴찡함을 느꼈고 인생의 한 부분을 어디에 소비해야할지도 깨달았다. 마음과 마음을 연결하는 수단이 '책'이라는 것이 더없이 행복해보였다. 하나하나 의미있는 책 목록과 그에 딸린 에피소드들은 이 책과 함께 소중한 선물로 남았다.

 

  저자가 어느날 어머니에게 자신과 함께한 것이 일종의 북클럽과 같다고 이야기하자 그러나 그녀는 대답했다고 한다.

'나는 다른 사람과도 마찬가지였다'고. (그녀는 여동생이나 형, 또는 다른 친구들과도 늘 책에 대해 대화하고 의견을 나눠왔다.)

"그러니까 우리는 늘 북클럽에 참여하고 있는거나 마찬가지야" (378p)

 

  - 책은 어머니와 내가 늘 관심을 두고 있기는 해도 왠지 툭 터놓고 이야기하기는 편치않은 어떤 주제를 서로에게 소개하고 탐색해나가도록 도와주는 수단이었다. 또한 우리가 압박감이나 불안감을 느낄 때, 대화 거리를 던져주는 주체이기도 했다. (14p)

 

  - 우리 가족이 항공사라고 한다면, 바퀴통에 달린 바퀴살처럼 어머니는 중심이고 우리는 그 주위를 도는 존재였다. 어디를 가든 직항으로는 절대 갈 수 없었다. 비행기의 흐름을 지휘하고 우선순위를 정하는 어머니를 반드시 경유해 가야 했다. 어머니의 신호에 따라 가족 구성원은 착륙하거나 이륙할 수 있었다. (20p)

 

  - 우리는 어떻게 삶의 보폭을 지켜나가야 할지 배워야 한다. 어떤 속도로 살아가고 무엇을 버려야 하는지, 삶 속에 무엇을 끼워 넣고 포기해야 하는지, 어떤 것을 기념하고 무시할지, 어떤 책을 읽고 치워야 할지, 심지어는 언제 어머니의 죽음에 초점을 맞춰야 하고, 또 언제 죽음에 대해서만은 결코 이야기해서는 안 되는지 배워야만 한다. (146p)

  - 그제야 나는 우리 모두에게 어머니가 죽어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일이 단지 당신이 죽는다는 사실 때문에 슬픈 것이 아니라, 어머니의 죽음과 함께 다가올 우리의 꿈도 함께 죽어버리기 때문에 슬프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누군가를 잃는다고 그 사람 자체를 잃어버리지는 않는다. (182p)

 

 

"우리는 삶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을 모두에게 빚지고 있단다. 그렇지만, 그건 어떤 특정한 사람에게 빚을 지는 것과는 다른거야. 정말로 모두에게 모든 것을 빚지고 있으니까. 우리의 삶은 어느 순간 갑자기 송두리째 바뀌어버릴 수 있어. 그렇기 때문에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막아주는 개개인이, 그가 아무리 하찮은 사람이라도, 그 모든 일에 책임이 있다고 할 수 있는 거지. 우정과 사랑을 베푸는 것만으로도 너는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포기하지 않게 지켜줄 수 있고, 그 우정과 사랑의 표현이 바로 모든 차이를 만들어내는 거야." - 저자의 어머니 메리 앤 참 멋있는 여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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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만드는 기계]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이야기를 만드는 기계
김진송 지음 / 난다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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깎고 쓰다 <이야기를 만드는 기계 - 김진송>

 

 

 

 

 

 책 표지에는 '김진송 깎고 쓰다'라고 쓰여있다. 예술가와 작가의 이름을 동시에 갖고 있는 저자의 책에는 그가 오랜 시간동안 깎고 붙이고 조합한 여러가지의 조형물들과 함께 짤막한 이야기들 혹은 경우에 따라 긴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그 이야기들은 동화같기도 하고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은 저자의 말 같기도 하고, 저자가 부르는 '시'같기도 하다. (가장 좋은 점은 읽기에 부담이 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 다양한 이야기들의 종류는 다르지만 공통점이 하나 있다. 그것은 저자가 깎은 조형물들과 저자가 쓴 이야기들은 항상 맥락을 같이 한다는 것이다. 그런 걸 보면 이 책의 제목인 '이야기를 만드는 기계'가 그가 만드는 작품들이 아닐까 생각이 들게 된다. 그리고 그 기계를 만드는 사람은 저자 김진송이다. 머리가 무거운 새, 개와 의자, 오이씨 아이... 그 소재들은 세상에 있는 것 뿐만 아니라 없는 것 까지 포함하여 셀 수 없이 많다. 그래서 재미있다. 

 

 이야기가 전해지고 그 이야기를 통한 소통은 어느정도 이어갈 수 있지만, 그 어떤 이야기든지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 책의 이야기가 조금 더 흡인력을 갖게 하는 것은 책 속에 가득한 그의 '이야기를 만드는 기계'들의 힘도 크다. 이미지와 텍스트, 그 둘을 동시에 만족할 수 있는 이 책이 마음에 든다.

'이야기가 흐르지 않는 세상은 살아 있는 세계가 아니다.' 이야기가 항상 끓어 오르는 작가의 삶은 살아있고 생동감 넘치며 활기차다.

언제나 이야기가 가득찬 삶을 살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 여기 책이 하나 있어. 아마 펼쳐진 책이라면 더 좋을거야. 그 안에는 수많은 이야기가 담겨있지. 책의 바다, 거기에 뛰어든다는 것은 새로운 세계에 발을 담그는 것이지. (27p)

- 이미지의 틈을 비집고 비밀스럽고 은밀하게 새어나오는 이야기들로 가득한 장치, 그런 게 가능하다면 얼마나 좋을까? 마치 숲속에서 우연히 발견한 오래된 폐가처럼 미지의 이미지들로 가득 차 그 안에 있는 어떤 것이든 들추어내기만 하면 수많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그런 집을 만들 수는 없는 것일까? (65p)

 

- 지구의 조건이 조금만 달라져도 지구에서 살아남기는 갑자기 아득해진다. 지구의 온도가 몇 도만 올라도 지상은 이변으로 아수라장이 된다. 그렇다. 누군가의 손길이 조금만 더해져도 불안해지는 지구에서 살아가는 게 쉬운 일이 나니 터에 그 누군가의 손이 인간의 손일 수는 없지 않은가? (79p)

 

- 세상의 끝은 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바람에 흩어지는 깃털 속에 있다는 걸 그때는 알지 못했습니다. 알았대도 어찌할 수는 없었겠지요. 시간이 흐른 뒤에야 알게 되는 것이 있다는 걸 알 수 있을 때는 따로 있는 법이니까요. (20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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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림길 - 누구나 생애 한 번은 그 길에 선다
윌리엄 폴 영 지음, 이진 옮김 / 세계사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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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두막' 윌리엄 폴 영의 신작, <갈림길>

 

 

 

 

 

 

도서출판 세계사 서포터즈로 활동하고 있는 저, 곧 판매예정인 신간도서 <갈림길>을 사전 원고로 먼저 만나보았어요.

<갈림길>은 영어 원제 The Crossroad로, <오두막> 작가 윌리엄 폴 영의 신작입니다.

사전원고, 꽤나 두터워서 얼른 읽고 리뷰 올리려고 했는데 생각처럼 되지 않았어요. 오늘에서야 다 읽고 간단하게 남겨봅니다.

 

'누구나 생애 한 번은 그 길에 선다'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갈림길>. 제목부터 왠지 인생에 커다란 교훈을 줄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일단 줄거리를 말씀드려보자면... 성공을 위해서 앞뒤안보고 달려온 앤서니 스펜서라는 남자는 모든 면에서 완벽하지만 냉철하고 이기적인 인물입니다.

그는 갑작스럽게 혼수상태에 빠지고 두개의 공간을 넘나들면서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인생의 많은 부분들과 새로운 감정들을 맞이하게 됩니다.

그 새로운 것들 중 하나가 '영성을 얻게 되는 과정'인데요. 사실 이건 작품속에서 그리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건 아니지만,

확실히 이 작품은 기독교적 색채를 가지고 있는 책이라고 말할 수 있어요.

저는 천주교 신자이기 때문에 (그렇게 독실하진 않지만요..)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고 불편함도 느끼지 않았지만

만약 종교를 가지고 있지 않은 분에게는 '이해'의 문제는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갈림길>은 모든 사람들이 공감할 '인생의 문제'를 다루고 있어서 종교적 색채에 대한 불편함은 크게 느끼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전반부에는 주인공의 심리상태를 집중적으로 그리고 있고, 후반부에는 흥미롭고 판타지적인 체험을 통해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는 <갈림길>.

주인공인 앤서니 스펜서가 종착점을 찾아가는 과정을 통해 인생의 갈림길에서 망설이고 있는 사람들,

삶에 대한 새로운 희망을 발견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책이 치유의 메세지가 되지 않을까 예상해봅니다!

 

 

좋았던 부분을 미리 공개하자면..

 

진실이 아닌 것을 믿고, 또 그 속에서 산다면 그게 바로 지옥입니다. 당신이 진실을 믿건 믿지 않건, 그 진실이 당신에게 사실이건 사실이 아니건, 당신이 지옥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건, 당신은 결코 단절되지 않았습니다."

 

지금 그는 세 가지 선택 앞에 서 있었고 그의 선택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전혀 알지 못했다. 놀랍게도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이 오히려 위안이 되었다. 잘못된 선택으로 인한 죄책감을 느끼지 않아도 될 테니까. 그는 어떤 길이든 선택할 수 있었다. 그 자유가 그를 흥분시켰고 또 두렵게도 했다. 마치 불과 얼음 사이의 줄타기 처럼"

 

"당신이 우리 이름을 지었어요 아니, 당신의 행동과 선택이 우리 이름을 지었다고 하는 게 더 맞겠군요."

 

 

<갈림길> 북 트레일러.

배우 김재원이 나레이션 했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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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트레일러 분위기가 장난 아니죠..... 왠지 가슴이 벅차는 영상이에요.

 

책 속에는 각 챕터마다 명언들이 윗쪽 귀퉁이에 써져있는데요. 그걸 보는 것도 참 쏠쏠합니다.

제가 맘에 들었던 명언은.. "우리 뒤에 놓인 것과 우리 앞에 놓인 것은 우리의 내면에 들어 있는 것에 비하면 별로 중요하지 않다" - 랠프 왈도 에머슨 -

 

 

 

 

 

 

출간일이 이 달 23일이라 여러 인터넷 서점에서 예약판매중인데요. 링크 연결해드릴게요.

yes24 http://www.yes24.com/24/goods/8430896?scode=029

교보 http://www.yes24.com/24/goods/8430896?scode=029

알라딘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3830529

인터파크 http://book.interpark.com/product/BookDisplay.do?_method=detail&sc.shopNo=0000400000&sc.prdNo=211917674&bid1=search&bid2=product&bid3=img&bid4=001

11번가 http://book.11st.co.kr/Goods.do?cmd=detail&&dispCtgNo=002030002000000000&dispCrnNo=LIST_CRN_11&plnDispNo=&pgUnqNo=030&gdsNo=M0000001796797

제본된 책으로 읽는 <갈림길> 저도 무척 기대되네요 *_*

윌리엄 폴 영의 <오두막>도 책장에 꽂은 채로 있는데 언제 한번 읽어야 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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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인 조르바 열린책들 세계문학 21
니코스 카잔차키스 지음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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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왕이면 화끈하게 <그리스인 조르바 - 니코스 카잔차키스>

 

 

 

 

'자유'란 무엇일까? 어떠한 삶을 살아야 자유롭게 살았다고 말할 수 있는 걸까? 인생의 반도 살지 않았지만 지금까지 살아온 내내 나는 심한 강압을 받아본 적도 없었고 무엇인가 탈출하고자 미친 짓을 해본 적도 없던 것 같다. 가끔의 사소한 일탈은 있긴 했지만 그것도 벌벌 떨면서 찡찡거리곤 했었다. 그래서 그랬을까. 나에게 조르바가 외치는 영혼의 자유는 충격적으로 다가올 수 밖에 없었다. 많은 사람들이 극찬하는 <그리스인 조르바>. 나에게도 벅차는 감동을 안겨주지 않을까하고 생각하며 중반까지 읽었으나 생각보다 크게 오지 않았다. 아마도 그리스 사회와 영혼의 대한 개념, 니체의 사상, 종교와 같은 것들까지 새겨져있는 이 글이 어려웠을 뿐만 아니라 '책에서 무언가 뽑아내겠다는 부담'이 작용한게 아닐까 싶었다. 그러나 천천히, 침착하게 계속해서 읽었더니 진정한 조르바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사실 조르바의 행동들에 모두 고개가 끄덕여진 것은 아니었지만, 조르바는 '자유' 그 뜻대로 '내 멋대로 하는'자신만의 삶을 만들어내는 건 성공한 것 같다. 조르바의 인생철학, 한 마디로 말해서 '한 번 사는 인생, 진흙밭에 굴러도 봐야 재미있는 거 아니겠어?' 이런 식이다. 각자의 인생의 주도권은 물론 자신에게 있지만, '내 멋대로 해라!'는 쉽고도 어려운 명령이다.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 자신의 행동에 이유를 붙이고 결과를 생각하고 도움을 바란다. 내가 한 일에 대해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까를 걱정한다. 내가 준 것, 받은 것을 따지고 관계를 저울질한다. 조르바처럼, 화끈하게 딱 잘라버릴 순 없을까? 쿨하게!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산다는 게 곧 말썽이오." 내가 대꾸하지 않자 조르바가 계속했다. "죽으면 말썽이 없지. 산다는 것은...... 두목, 당신, 산다는 게 뭘 의미하는지 아시오? 허리띠를 풀고 말썽거리를 만드는게 바로 삶이오!" - 149p

 

"......그리스도가 나셨소, 우리 현명한 솔로몬이여, 죄 많은 백면서생이여! 세상 잡사 꼬치꼬치 따지지 맙시다! 예수님이 태어났어요, 안 났어요? 물론 태어나셨지....... 그런데 왜 멍청하게 앉아 있어요? 확대경으로 음료수를 들여다보면 (언젠가 기술자 하나가 가르쳐 줍디다) 물에는 육안으로 보이지 않는 쬐그만 벌레가 우글거린답디다. 보고는 못 마시지...... 안 마시면 목이 마르지....... 두목, 확대경을 부숴 버려요. 그럼 벌레도 사라지고, 물도 마실 수 있고, 정신이 번쩍 들고!" - 173p

 

"새 길을 닦으려면 새 계획을 세워야지요. 나는 어제 일어난 일은 생각 안 합니다. 내일 일어날 일을 자문하지도 않아요. 내게 중요한 것은 오늘, 이 순간에 일어나는 일입니다. 나는 자신에게 묻지요. 조르바 지금 이 순간에 자네 뭐 하는가? 잠자고 있네. 그럼 잘 자게. 조르바, 지금 이 순간에 자네 뭐하는가? 여자에게 키스하고 있네. 조르바, 잘해보게. 키스할 동안 딴 일일랑 잊어버리게. 이 세상은 아무것도 없네. 자네와 그 여자밖에는. 키스나 실컷 하게." - 391p

 

모든 것이 어긋났을 때, 자신의 영혼을 시험대 위에 올려놓고 그 인내와 용기를 시험해 보는 것은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보이지 않는 강력한 적 (혹자는 하느님이라고 부르고 혹자는 악마라고 부르는)이 우리를 쳐부수려고 달려오는 것 같았다. 그러나 우리는 부서지지 않았다. 외부적으로는 참패했으면서도 속으로는 정복자가 되었다고 생각하는 순간 우리 인간은 더할 나위 없는 긍지와 환희를 느끼는 법이다. 외부적인 파멸은 지고의 행복으로 바뀌는 것이었다. - 417p

 

인간의 머리란 식료품 상점과 같은 거예요. 계속 계산합니다. 얼마를 지불했고 얼마를 벌었으니까 이익은 얼마고 손해는 얼마다! 머리란 좀상스러운 가게 주인이지요. 가진 걸 다 걸어볼 생각은 않고 꼭 예비금을 남겨 두니까. 이러니 줄을 자를 수 없지요. 아니, 아니야! 더 붙잡아 맬 뿐이지....... 이 잡것이! 줄을 놓쳐 버리면 머리라는 이 병신은 그만 허둥지둥합니다. 그러면 끝나는 거지. 그러나 인간이 이 줄을 자르지 안흘 바에야 살맛이 뭐 나겠어요? 노란 카밀레 맛이지. 멀건 카밀레 차 말이오. 럼주 같은 맛이 아니오. 잘라야 인생을 제대로 보게 되는데! - 429p

 

 

내가 인생과 맺은 계약에 시한 조건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려고 나는 가장 위험한 경사 길에서 브레이크를 풀어 봅니다. 인생이란, 가파른 경사도 있고 내리막길도 있는 법이지요. 잘난 놈들은 모두 자기 브레이크를 씁니다. 그러나 (두목, 이따금 내가 어떻게 생겨 먹었는가를 당신에게 보여주는 대목이겠는데) 나는 브레이크를 버린 지 오랩니다. 나는 꽈당 부딪히는 걸 두려워하지 않거든요. 기계가 선로를 이탈하는 걸 우리 기술자들은 <꽈당>이라고 한답니다. 내가 꽈당 하는 걸 조심한다면 천만의 말씀이지요. 밤이고 낮이고 나는 전속력으로 내달으며 신명 꼴리는 대로 합니다. 부딪쳐 작살이 난다면 그뿐이죠. 그래봐야 손해 갈 게 있을까요? 없어요. 천천히 가면 거기 안가나요? 물론 가죠. 기왕 갈 바에는 화끈하게 가자 이겁니다. - 215p

 

이 부분 너무 좋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암요 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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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의 배꼽, 그리스 - 인간의 탁월함, 그 근원을 찾아서 박경철 그리스 기행 1
박경철 지음 / 리더스북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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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한 문명과 카잔차키스를 엿보다 <문명의 배꼽, 그리스 - 박경철>

 

 

 

 

사백 페이지를 훌쩍 넘을 정도로 두꺼운 책이다. 읽기전 후루룩 펼쳐보니 감탄할 만한 사진들이 줄곧 눈에 들어오는 이 책은 '시골의사 ...' 책으로 유명한 박경철이 어릴 때부터 꿈꾸어왔던 그리스 곳곳을 여행하고 쓴 기록이다. 사실 사진이 많고 여행 기록이라고 해서 여행 에세이 정도의 가벼운 독서를 생각하면 조금 힘들만한 책이다. 그리스의 역사이야기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작가가 그토록 동경하는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흔적과 함께 걷고 보고 썼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책 속의 여행 내내 박경철은 카잔차키스와 대화를 주고 받는다. 그가 지금까지 읽어왔던 수많은 카잔차키스의 입과 글에서 나온 것들을 통해서.

그리스는 친숙하면서도 알듯 모를듯한 나라이다. 어릴 때 보았던 그리스 로마 신화 만화로 이것저것 접해본 이야기들은 많고, 요즘엔 뉴스에도 많이 등장하지만 사실 '현재의 그리스'의 모습들은 상상하기 힘들다. 그 찬란한 문명의 그림들이 얼마나 남아있을지, 어떻게 남아있을지 상상하기 힘들다. 코린토스, 올림피아, 스파르타.. 그 속에 숨겨진 비밀들이 얼마나 많은지. 몇몇 관광객들은 '그리스에는 그리스가 없다'며 투덜대기도 하는데 이런 비밀들을 다 알아두고 눈으로 보아야 더 깊은 울림으로 다가올 것 같다. 작가의 말마따나 그리스는 '되는 것도 없고 안되는 것도 없는 곳'이라 한다. 또한 책을 통해 본 그리스인들은 무척이나 정이 많고 신념이 깊은 것처럼 보였다. 특히나 스파르타 (영화 300의 영향이 큰 듯...)의 문화와 사람들은 너무나 매력적이었다.

그리스의 역사, 신화와 함께 이야기하는 그리스 여행이야기. 그리고 더불어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소중한 글들까지 마음에 새길 수 있는 이 책 덕분에 그리스는 후에 유럽여행을 가게 될 때 한번 꼭 들르고 싶은 장소가 되었다.

 

 

 

 

 

이성이 신에 굴복하고 영원히 그 너머의 것을 동경하지 않았다면, 지금 우리의 이성은 어둠 속을 방황하며 추위에 떨고 있었을지 모른다. 그리고 은총을 구걸하는 가련한 손바닥에 마른 빵 부스러기를 쥔 채, 어둠 속에서 들려오는 희미한 목소리를 향한 경배만 올리고 있었을지 모른다. 그의 말대로 불행은 결코 인생의 교훈이 될 수 없으며 위대한 비이성적 모험은 영원히 되풀이 되어야 하는 것일지 모른다. 아니 이것이야말로 인간이 그의 운명과 맞서 사우는 유일한 방법이며, 비록 피를 흘리는 한이 있더라도 인간의 존엄을 지키는 장렬한 순교일 것이다 - 61p

 

'물의 원천을 찾아 올라가는 어부', 그렇다 우리가 굳이... 이 샘이 그들의 생명줄이었다는 해석 따위를 시도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페이레네 샘은 지금도 물이 흐르고 있고, 우리는 계속 바위를 밀어올리고 있다는 사실, 하지만 그 노역이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 아니며 우리는 반드시 그 삶을 치열하게 살아내야만 한다는 의지, 그것만이 중요할 뿐인 것을. - 97p

 

그리스인들에게는 인간이 곧 신이었고, 신이 곧 인간이었다. 이렇게 사상과 종교적 제약에서 자유로웠던 그리스인들은 일찌감치 인간에 눈을 떴던 최초의 인간이었던 셈이다. 그리고 그들은 이것을 '탁월함'이라고 불렀다. - 316p

 

"니코스 카잔차키스는 나에게도 영웅입니다. 그러니 우리는 친구입니다." 그는 너털웃음을 터트리며 그렇게 대답했다. 그리스인들에게 우정이란 이런 것이다. 내가 사랑하는 것을 같이 사랑하고, 내가 살아가는 곳에 같이 살아가고, 내가 아끼는 것을 같이 아끼는 사람. 그것이 친구이고, 친구에게는 모든 선의를 베풀어야 하는 것. 그것이 그리스인들의 명예의 한 축을 담당하는 '우정'이란 말의 의미다. - 321p

 

어찌보면 그의 말대로 오늘날의 인간들은 노예로 태어나는지도 모른다. 태어나자마자 누구의 아들, 누구의 딸이며, 어느 나라의 국민이고, 어떤 사회의 구성원으로서의 의무가 부여되니 말이다. 그리고 우리는 의무를 다하기 위해 헐떡거리며 살아간다. 하지만 그것은 주인이 아닌 노예의 삶에 다름 아니다. 고난에 맞서며 강건한 자세로 삶에 정면으로 다가서는 정신, 스파르타의 용맹이 새롭게 태어나야 할 시기다. - 416p

 

흰 벽이라도 어떤 안경을 쓰느냐에 따라 달리 보이게 마련이다. 붉은 안경을 쓰면 붉게 보이고, 푸른 안경을 쓰면 푸르게 보인다. 그렇다면 내가 본 이 벽은 어떤 빛깔일까? 붉은 빛? 아니면 푸른 빛? 본래의 벽이 어떠하든 간에 여기서 중요한 것은 붉게 보이는 것도, 푸르게 보이는 것도 모두 거짓이 아니라는 점이다. '벽이 붉다'하지 말고 '내 눈에는 붉게 보인다'고 말하는 한 그 벽의 빛깔이 흰 것도, 붉은 것도, 푸른 것도 모두 진실이다. - 429p

 

 

 

이 책을 읽기 위해서 <그리스인 조르바>를 읽었는데,

읽고 나니 이 책에 나온 것들을 다시 이해하기 위해서 <그리스인 조르바>를 다시 한번 읽고 싶다.....

+ 조르바 뿐만 아니라 카잔차키스의 매력을 듬뿍 느낀듯 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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