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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인 조르바 ㅣ 열린책들 세계문학 21
니코스 카잔차키스 지음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평점 :
기왕이면 화끈하게 <그리스인 조르바 - 니코스 카잔차키스>
'자유'란 무엇일까? 어떠한 삶을 살아야 자유롭게 살았다고 말할 수 있는 걸까? 인생의 반도 살지 않았지만 지금까지 살아온 내내 나는 심한 강압을 받아본 적도 없었고 무엇인가 탈출하고자 미친 짓을 해본 적도 없던 것 같다. 가끔의 사소한 일탈은 있긴 했지만 그것도 벌벌 떨면서 찡찡거리곤 했었다. 그래서 그랬을까. 나에게 조르바가 외치는 영혼의 자유는 충격적으로 다가올 수 밖에 없었다. 많은 사람들이 극찬하는 <그리스인 조르바>. 나에게도 벅차는 감동을 안겨주지 않을까하고 생각하며 중반까지 읽었으나 생각보다 크게 오지 않았다. 아마도 그리스 사회와 영혼의 대한 개념, 니체의 사상, 종교와 같은 것들까지 새겨져있는 이 글이 어려웠을 뿐만 아니라 '책에서 무언가 뽑아내겠다는 부담'이 작용한게 아닐까 싶었다. 그러나 천천히, 침착하게 계속해서 읽었더니 진정한 조르바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사실 조르바의 행동들에 모두 고개가 끄덕여진 것은 아니었지만, 조르바는 '자유' 그 뜻대로 '내 멋대로 하는'자신만의 삶을 만들어내는 건 성공한 것 같다. 조르바의 인생철학, 한 마디로 말해서 '한 번 사는 인생, 진흙밭에 굴러도 봐야 재미있는 거 아니겠어?' 이런 식이다. 각자의 인생의 주도권은 물론 자신에게 있지만, '내 멋대로 해라!'는 쉽고도 어려운 명령이다.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 자신의 행동에 이유를 붙이고 결과를 생각하고 도움을 바란다. 내가 한 일에 대해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까를 걱정한다. 내가 준 것, 받은 것을 따지고 관계를 저울질한다. 조르바처럼, 화끈하게 딱 잘라버릴 순 없을까? 쿨하게!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산다는 게 곧 말썽이오." 내가 대꾸하지 않자 조르바가 계속했다. "죽으면 말썽이 없지. 산다는 것은...... 두목, 당신, 산다는 게 뭘 의미하는지 아시오? 허리띠를 풀고 말썽거리를 만드는게 바로 삶이오!" - 149p
"......그리스도가 나셨소, 우리 현명한 솔로몬이여, 죄 많은 백면서생이여! 세상 잡사 꼬치꼬치 따지지 맙시다! 예수님이 태어났어요, 안 났어요? 물론 태어나셨지....... 그런데 왜 멍청하게 앉아 있어요? 확대경으로 음료수를 들여다보면 (언젠가 기술자 하나가 가르쳐 줍디다) 물에는 육안으로 보이지 않는 쬐그만 벌레가 우글거린답디다. 보고는 못 마시지...... 안 마시면 목이 마르지....... 두목, 확대경을 부숴 버려요. 그럼 벌레도 사라지고, 물도 마실 수 있고, 정신이 번쩍 들고!" - 173p
"새 길을 닦으려면 새 계획을 세워야지요. 나는 어제 일어난 일은 생각 안 합니다. 내일 일어날 일을 자문하지도 않아요. 내게 중요한 것은 오늘, 이 순간에 일어나는 일입니다. 나는 자신에게 묻지요. 조르바 지금 이 순간에 자네 뭐 하는가? 잠자고 있네. 그럼 잘 자게. 조르바, 지금 이 순간에 자네 뭐하는가? 여자에게 키스하고 있네. 조르바, 잘해보게. 키스할 동안 딴 일일랑 잊어버리게. 이 세상은 아무것도 없네. 자네와 그 여자밖에는. 키스나 실컷 하게." - 391p
모든 것이 어긋났을 때, 자신의 영혼을 시험대 위에 올려놓고 그 인내와 용기를 시험해 보는 것은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보이지 않는 강력한 적 (혹자는 하느님이라고 부르고 혹자는 악마라고 부르는)이 우리를 쳐부수려고 달려오는 것 같았다. 그러나 우리는 부서지지 않았다. 외부적으로는 참패했으면서도 속으로는 정복자가 되었다고 생각하는 순간 우리 인간은 더할 나위 없는 긍지와 환희를 느끼는 법이다. 외부적인 파멸은 지고의 행복으로 바뀌는 것이었다. - 417p
인간의 머리란 식료품 상점과 같은 거예요. 계속 계산합니다. 얼마를 지불했고 얼마를 벌었으니까 이익은 얼마고 손해는 얼마다! 머리란 좀상스러운 가게 주인이지요. 가진 걸 다 걸어볼 생각은 않고 꼭 예비금을 남겨 두니까. 이러니 줄을 자를 수 없지요. 아니, 아니야! 더 붙잡아 맬 뿐이지....... 이 잡것이! 줄을 놓쳐 버리면 머리라는 이 병신은 그만 허둥지둥합니다. 그러면 끝나는 거지. 그러나 인간이 이 줄을 자르지 안흘 바에야 살맛이 뭐 나겠어요? 노란 카밀레 맛이지. 멀건 카밀레 차 말이오. 럼주 같은 맛이 아니오. 잘라야 인생을 제대로 보게 되는데! - 429p
내가 인생과 맺은 계약에 시한 조건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려고 나는 가장 위험한 경사 길에서 브레이크를 풀어 봅니다. 인생이란, 가파른 경사도 있고 내리막길도 있는 법이지요. 잘난 놈들은 모두 자기 브레이크를 씁니다. 그러나 (두목, 이따금 내가 어떻게 생겨 먹었는가를 당신에게 보여주는 대목이겠는데) 나는 브레이크를 버린 지 오랩니다. 나는 꽈당 부딪히는 걸 두려워하지 않거든요. 기계가 선로를 이탈하는 걸 우리 기술자들은 <꽈당>이라고 한답니다. 내가 꽈당 하는 걸 조심한다면 천만의 말씀이지요. 밤이고 낮이고 나는 전속력으로 내달으며 신명 꼴리는 대로 합니다. 부딪쳐 작살이 난다면 그뿐이죠. 그래봐야 손해 갈 게 있을까요? 없어요. 천천히 가면 거기 안가나요? 물론 가죠. 기왕 갈 바에는 화끈하게 가자 이겁니다. - 215p
이 부분 너무 좋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암요 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