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결혼했다 - 2006년 제2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박현욱 지음 / 문이당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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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제목은 소설의 줄거리를 한 문장으로 집약시켜놓았다. 이보다 더 간결하게 많은 의미를 내포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덕훈은 인아에게 반한다. 처음에는 낮은 점수였지만 차츰 인아를 알아가면서 점수가 점점 올라가고 급기야 100점도 초월할 만큼 그녀를 사랑하게 된다. 눈에 띠는 미인도 아니지만 사랑은 껍질로만 평가되는 것이 아니어서 모든 사람들이 사랑에 빠질 수 있는 것일 게다. '축구'라는 공통의 관심사가 서로를 더 가까이 느끼도록 촉매제로 작용되었고 둘은 환상적인 커플이 되었다.

다만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것은 인아의 자유주의적인 사랑관에 있었다. '열 여자 마다하지 않는 남자'처럼 인아도 한 사람만 사랑하는 일에는 자신이 없다. 사람의 마음은 흐르는 물처럼 언제나 유동적이어서 지금 사랑한다고 죽을 때까지 사랑할 수는 없을 것이며, 오늘의 사랑과 내일의 사랑, 그 대상이 유일하지 않음을 인아는 연애시절부터 꾸준히 덕훈에게 이입시키려 노력했다.

흔히들 결혼이란 연애의 무덤이라고 말한다. 기꺼이 동의한다. 그렇게 되기를 바라는 바이다. 그녀를 연애의 무덤으로 데리고 갈 것이다. 그녀의 다른 연애들을 죄다 무덤 속에 묻어 버리려면 결혼밖에 없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환하게 밝혀 주었다. - 본문 중에서

'우리 집에서 커피 한 잔 하고 갈래요?'로부터 그들의 연애가 시작되었기에 덕훈은 연애 시절 '커피 한 잔'한 그녀의 대상들에 언제나 신경 쓰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결혼이다. 그래도 결혼을 하면 그녀의 사랑관에 변화가 생기지 않을까. 당연히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것이므로 결혼하면 오로지 자신만이 인아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라 낙관하며 결혼에 별 관심을 보이지 않는 인아를 꼬드겨 결혼하기에 이른다.

아내가 설거지를 하면 나는 청소기를 돌린다. 그릇 달그락거리는 소리와 청소기 돌아가는 소리의 섞임이 듣기 좋다. 마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소리들이 사랑을 나누고 있는 것만 같다. 세탁기가 다 돌아가면 같이 빨래를 널고, 빨래가 다 마르면 같이 빨래를 개킨다. 할 일이 없으면 소파에서 아내의 무릎을 베고 누워 TV를 본다. 아내가 책이라도 읽으면 또 그 옆에 누워 빈둥거린다. 살아가는 일의 즐거움이란 로또 같은 데에 있는 것이 아니라 아내의 옆자리에, 아내의 무릎에 있다. -본문 중에서

신혼의 달콤함이 묻어나는 일상의 풍경이 수채화처럼 그려진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한 번쯤은 본 듯한 장면들이 환기되지만, 이처럼 갈등 없이 평온해 보이는 일상에 점점 먹구름이 드리워지기 시작한다. '제 버릇 개 못 준다'는 말처럼 인아의 독특한 사랑법은 언제나 유효했다. 결혼 후에도 인아는 한 사람만 사랑할 수 없었다. 드디어 덕훈에게 고백했다. 사랑하는 남자가 생겼다고.

덕훈은 분노한다. 그저 몰래 만나는 것이 아니라 또 결혼을 하겠다니. 자신과 이혼하고 결혼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결혼한 몸으로 다시 결혼이라니? 황당하다. 그러나 인아를 떠나보내고 살 수는 없을 것 같았다. 덕훈은 고민하고 또 고민한 끝에 결혼하겠다는 인아의 청을 들어주고 만다. 반쪽이라도 좋으니 인아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덕훈보다 세 살 어린 인아, 인아 보다 두 살이 어린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그러니까 덕훈보다 다섯 살이나 어린 재경을 덕훈은 그놈 혹은 나쁜 놈으로 대신해 불렀다.

한 사람만 사랑해야 한다는 말에는 어패가 있지만 인아의 사랑은 보편적인 정서로는 이해하기 힘들고 납득되기 어렵다. 동시에 두 사람을 사랑하고 너끈하게 두 집 살림을 할 수 있다니 인아의 파워풀한 능력은 놀라움 그 자체다. 어차피 소설인데 더한 이야기도 나올 수 있겠지만 지금도 충분히 파격적이다.

태어난 아이는 아버지가 누군지 확실치 않다. 인아는 아이의 아버지가 누군지 알려줄 수 없다. 아이의 아버지가 누군지는 중요치 않다. 중요한 것은 지원이 인아의 딸이라는 사실이다. 외할아버지 외할머니의 손녀라는 사실만이 중요했다. 아버지는 누가 되든 상관없다는 듯 소설은 철저히 인아의 지위에만 관심이 있어 보인다.

소설은 유쾌한 반란을 꿈꾼다. 아버지가 둘이면 어떻고 셋이면 어떤가. 한 가정에 아버지와 어머니가 꼭 1명일 필요는 없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그 반대의 가정도 가능하다 아버지가 없을 수도 있고 어머니가 없을 수도 있다. 그래서 결손 가정이라는 말은 잘못된 말이다.

저자의 말처럼 '할어버지와 할머니와 살면 과잉 가정'이란 말인가. 가족 구성원은 많을 수도 있고 적을 수도 있다. '핵가족과 확대가족에 도덕적인 잣대를 들이대지 않듯' 가족 구성원 중 한 사람이 상실되었다고 해서 편견의 시선을 가지는 것은 명백히 인권 침해적 행동이다.

다시 소설로 돌아가서 과연 소설이 말하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천편일률적인 결혼에 대한 반란? 사실 축구에 그다지 해박한 지식이나 관심이 없는 독자의 경우 축구 이야기 부분에서는 은근한 피로가 몰려 올 것이다. 그래도 재미있는 소설을 읽으려면 그 정도는 감수할 수 있어야 진정한 독자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읽는 사람을 흡인하는 마력에 대해 심사를 맡은 이들의 한결 같은 찬사가 수록되어 있지만 결코 주례사 비평이 아니었다.

소설의 도발적인 주제도 그렇지만 저자의 마르지 않는 유쾌한 언어의 조합은 읽는 이로 하여금 시종 미소를 자아내게 만든다. 그런 의미에서 제2회 세계문학상 당선작은 2006년 3월의 끄트머리에 읽은 소설 중 단연 돋보이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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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옥에서, 고고학자처럼 - 이명원의 한국문학 탐사
이명원 지음 / 새움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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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의 글을 읽고 술술 잘 읽힌다면 그것은 글쓴이와 문장호흡이 일치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내게 이명원의 책이 그랬다. <연옥에서 고고학자처럼>은 작가와 작품에 대한 평론집이다. 나는 '평론집'이라고 하면 으레 건조하고 딱딱해서 재미가 없었다. 그러나 <연옥에서 고고학자처럼>은 예외였다. 평소 관심을 가지고 있던 작가들과 주목하지 못했던 작가들을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책을 펼쳤다. 

공선옥 - 하야우중 : 슬픔이 거기 있었다

하야우중. 장마비가 내리는 여름밤의 한복판에서, 나는 공선옥의 소설이 자꾸만 '슬픔의 공명통'처럼 느껴졌다. 제 안의 슬픔을 공명시킴으로써, 타인의 슬픔까지를 공명시키는 그런 울림통 말이다. 그리고 인간이 역사 속에서 겪어 나가야 하는 슬픔과 고통의 그 끈질김과 장엄함 앞에서, 글쓰기란 오히려 사소하고 부차적인 일에 불과할지도 모른다는 회한이 이상하게도 내 가슴을 치곤 하는 것이었다. - 본문 중에서

‘내 아버지는 평생 동안 많은 양의 술을 드셨고, 그것은 고스란히 어머니의 눈물이 되었다.’서문에서 만날 수 있는 첫 구절이다. 이 문장 하나로 책을 주저 없이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한 독자도 있을지 모른다. 명명할 수 없는 슬픔이 배어있는 문장이다. 저자가 어린 시절부터 아릿하게 간직해온 슬픔을 한 문장에 농축시켜 놓은 것에 다름 아닐 것이다.

공선옥은 모든 예술은 그곳에 슬픔이 있어야 한다고 피력했다. ‘슬프지 않은 사람의 작품은 예술이 아니고, 명실상부하게 슬픈 사람이 명실상부하게 슬픈 작품을 탄생시키고 그런 작품이야말로 진정한 예술’이라고.

공선옥의 소설에서 두드러지는 특징은 최하층민의 등장이다. 그것은 빈곤이나 가난에 주목한다는 의미다. 실제로 구로동에서 4년 간 일했던 이력이 있는 공선옥은 '풍경으로서의 가난'이 아니라 '체험으로서의 가난'을 독자들에게 각인시켜주고 싶었던 것이다.

나혜석 - 나혜석과 근대이행기의 여성적 자의식

당시는 봉건시대로 나혜석의 신 사고는 받아들여지지 않는 시대였다. 시대를 앞서가는 지식인은 그래서 고독한 것이다. 사랑했던 연인을 잃고서 그 추억을 감당하지 못해 청혼하는 김우영을 6년 동안 기다리게 한 나혜석은 조건부로 청혼을 받아들인다. 일생동안 지금처럼 자신을 사랑해주고, 그림 그리는 일을 방해하지 말 것이며, 시어머니와 전실 딸과 따로 살게 해달라는 것이었다. 그렇게 결혼을 했지만, 결혼생활은 평탄하지 못했다. 한 사람의 아내로서가 아니라 예술가 자신으로서의 삶을 추구했기 때문이었다.

… 나혜석의 문학사적 의의는 근대이행기의 여성 자의식의 그 복잡한 상처를, 현실에서의 자기 희생을 통한 과격한 실천을 온몸으로 밀고 나감으로써 극복하고자 했던, 정신적 밀도의 치열함에서 찾아야 할 듯하다. 그 치열성 덕분인지, 나혜석은 오늘날 여성해방의 선구적인 지식인으로 기억되고 있는 것이며, 여전히 짜디짜게 문학사의 대하를 향해 흐르고 있는 것이다. - 본문 중에서

신교육을 받았고 몇 년에 걸쳐 더 넓은 세상을 여행했기에 나혜석은 우리나라 여성이 얼마나 불평등하게 살고 있는지 체감하게 되었다. 스스로 타계하려고 노력했으나 그녀를 기다리고 있는 건 그녀의 신사고를 따라갈 수 없는 개화되지 못한 사회였다. 불운하게 생을 마감하게 되었지만 위에 언급된 바와 같이 우리 문학사 속에서 그는 면면히 흐르고 있다. 

<연옥에서 고고학자처럼>을 통해 독자들은 시대의 흐름을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일제 시대부터 4.19 혁명을 거쳐 현재에 이르기까지. 그 궤적을 뚫어볼 수 있게끔 다양한 작가들이 소개되어 있다. 문학을 통해 시대를 읽고, 작가를 통해 당시의 현실을 인식하게 된다. 작가와 작품에 대한 해설이 곁들여진 이 책은 종합선물세트와도 같다. 부드러운 평론집을 기다린 독자들이 있다면 갈증을 해소하기에 충분할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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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인 6색 21세기를 바꾸는 상상력 인터뷰 특강 시리즈 2
한겨레출판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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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독자다 보니 한겨레에 글을 썼던 저자들의 이름이 친근하다. 서울이나 수도권 지역에 산다면 이런 강연에 직접 참석해서 현장의 생생한 분위기도 한번 느껴보고 싶지만, 책을 통해서라도 강연 내용을 들을 수 있어 기쁘다. 현장감 있는 표현을 위해 애쓴 편집자의 노력, 그 흔적들이 책의 곳곳에서 묻어났다.

6인 6색, 말 그대로 나름의 빛깔을 가진 6명의 강연자가 자신의 생각을 청중들에게 들려주었는데 평소 내가 관심을 가지고 있던 이야기들에 귀가 더 쫑긋해짐은 부인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한비야, 홍세화, 한홍구의 강연이 봄냄새를 담은 바람을 타고 전해졌다.

한비야 - 고통을 나누는 상상력

어린 조카나 친구 아들딸한테 세계지도를 많이 선물한다는 긴급구호활동가 한비야는 아이들의 꿈과 상상력을 키우기 위해 세계지도는 좋은 선물이라 했다. 어린 시절부터 시야를 넓혀주는 의미가 있지 않을까, 세계화는 멀리 있지 않은 것이라고.

'꿈만 꾸는 사람'과 '꿈을 이루는 사람'에 대해서도 이야기하는데, 몇 년 째 같은 꿈을 꾸고 있다면 그것은 꿈만 꾸는 사람이란다.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작은 일부터 실행에 옮길 수 있어야 좀 더 큰일도 해낼 수 있는 거라고 조언을 건넨다. 긴급구호활동을 하며 느낀 많은 일들을 청중들에게 들려주고 있었는데,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를 참고하면 더 많은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한비야는 '사람의 에너지나 의지는 항아리 안에 담긴 물이 아니라 샘물에 가까운 것' 같다며 매일매일 최선을 다하는 삶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매일매일을 그토록 치열하게 살 수 있다면 좋겠다.

홍세화 - 자아실현의 상상력

물신에 포섭되고 오염되어 존재에 대한 질문은 아예 생각도 못하는 것이 한국 사회의 현실입니다. 이러한 물질주의, 물신 지배에 대한 사회 구성원들의 항체가 별로 보이지 않는다는 점과 나아가서 사회문화적인 기본 소양이 너무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것은 충격적이었습니다. - 본문 중에서

대학 1학년이 되면서부터 취직 걱정을 해야하는 우리나라의 현실. 이처럼 '자본주의는 생존 앞에 자아실현을 양보할 것을 끊임없이 요구'하지만 여전히 소유만 있고 존재는 없는 한국 사회에 대한 타계책으로 강연자는 자아실현을 이야기한다.

자아실현을 위한 두 가지 조건은 다음과 같다. 첫째는 이 사회를 지배하는 물신에 저항할 수 있는 튼튼한 가치관을 갖는 것, 둘째는 끊임없는 자기성숙에 대한 모색이다. 홍세화의 글은 욕심 많은 현대인들에게 신선한 충격이 되었으리라 짐작이 된다. '자아실현'에 대해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다만 우리는 바쁘게 살다 보니 잊고 지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문득 돌아보면 공허한 삶이 되지 않기 위해서 우리는 끊임없는 자기 성숙의 노력을 놓아서는 안될 것이다.

6인 6색, 여섯 사람의 여섯가지 이야기는 우리에게 나름의 울림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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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분투기
정은숙 지음 / 바다출판사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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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분투기>는 마음산책의 대표 정은숙이 20년 간 출판 편집자로 살면서 책 한 권이 어떻게 태어나는지 출판 편집에 대한 이야기들을 친절하게 생생한 목소리로 들려주고 있다. 출판 편집자의 길을 어떻게 걷게 되었는지, 편집자는 어떤 성향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지, 편집자의 애로사항은 어떤 것인지, 어떤 편집자가 되어야 하는지 등등 출판 편집 쪽으로 진로를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은 물론, 책을 좋아하는 평범한 사람에게도 유용한 정보를 제공해 주고 있었다.

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던 시절, 책은 저자의 몫이 99%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책에 대해 알게 되면서 책 한 권이 탄생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의 수고가 뒤따르는지 막연하게나마 감지할 수 있었는데, 이 책으로 인해 선명해졌다.

출판 편집자가 해야 하는 일이 그렇게 많은 줄 예전에는 미처 몰랐다. 출판사에 근무하는 일은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교정 교열부터 제판소, 인쇄소, 제본소 등 제작 현장 다니기, 원고 복사와 그외 숱한 잡무들, 저자와 만나는 일부터 광고문안 표지문안 쓰기, 후배 편집자도 이끌어야 하고 저자 발굴에도 힘써야 하며 책의 홍보 판매에도 신경을 써야 한단다. 디자인에도 남다른 감각을 발휘해야 하는데, 책제목이 중요하듯 표지 디자인이나 책의 구성 등은 내용 못지않게 중요한 부분이었다.

아침에 출근할 때마다 하루의 여러 가지 구상으로 사실 마음의 여유가 없다. 다음날 해야 할 일들을 우선순위에 따라 업무 노트에 적어 넣고 퇴근한 마당에 어찌 마음의 여유가 있을까. 하지만 아침에 막상 출근해서 책상 한 켠에 쌓여 있는 원고 더미를 보면 나는 꿈에 부푼다. 저것들 속에서 반드시 옥과 같은 글들을 찾아내리라는 의지와 희망, 그리고 보내주신 분들의 정성 등등이 향기롭게 묻어나기 때문이다. - 본문 중에서

편집자의 아침 풍경이 한눈에 그려진다. 직업상 많은 원고를 읽고 판단해야 하는 편집자는 '미흡하면 미흡한 대로 진정성이 있고, 씌어졌으면 또 그것들 속에 미진한 점이 드러나게 마련'이라며 원고들에 대해 합당한 예의를 갖추려 노력한다고 했다. 편집자의 일 가운데 50%를 넘는 것이 바로 원고 읽기라고 하는데, 제일 난감한 것은 책으로 내기 힘들다고 판단한 원고가 다른 출판사에서 출간되어 성공하게 되는 경우라고 한다.

왜 그때 알아보지 못했을까 하는 생각이 왜 아니 들겠는가. 그러나 그렇다할지라도 원고뿐 아니라 여러 가지 변수가 작용하는 출판 시장에서 꼭 후회할 일만은 아니라고도 했다. 그 경험에서도 배울 것이 있다는 저자의 긍정적인 사고가 돋보인다.

출판 편집의 성공 사례와 실패 사례를 들어가며 이야기하는 저자의 어조는 사뭇 격앙되어 있는 듯하다. 이처럼 일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한 저자를 만나게 될 것이다. 세상에 많은 직업이 존재하지만 출판 편집을 일로 사는 사람들에 대해서 한번 생각해 볼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매력적인 직업이다.

세상 모든 일이 나름의 애로 사항이 있겠지만 자기가 좋아서 하는 일이라면 훨씬 부담이 적지 않을까. 저자 자신에게는 이 책으로 말미암아 독자로서 작가로서 편집자로서의 삶을 정립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을 것 같다(저자는 시집을 몇 권 낸 바 있다). 독자로서 출판 편집의 세계를 들여다 본 느낌은 뭐라고 할까. 세상은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움직이고 있었다.

책 한 권이 잉태되고 태어나는 과정, 이 책이 기대치만큼 성공을 거둘 것인가 아니면 기대를 져 버릴 것인가. 아마도 편집자는 책을 세상에 내 놓는 순간 아주 조마조마한 경험을 하게 될 것 같다. 서점에 가보면 질식할 정도로 많은 책들이 누워있고, 꽂혀 있는데 거기에 묻히지 않고 그 가운데 단연 돋보이는 책이 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하는 사람, 그들이 바로 출판 편집자들이었다. 독자들은 그런 의미에서 좋은 책은 입소문을 많이 내어 출판 편집자들의 노고에 보답하기로 하자. 그들이 없다면 우리는 양서와 만날 수 없게 될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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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니크 올 어바웃 아이즈 - 15ml
크리니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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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종


다양한 종류의 아이크림을 사용해 봤지만, 이 제품은 정말 산뜻합니다. 바르는 순간 이미 흡수되어 버린 듯했지요. 다른 제품들은 흡수되는 데 시간이 좀 걸리는 듯 눈가에 남아있는 느낌이 드는데 비해 이 제품은 금세 스며들었습니다.

아이 크림도 이렇게 산뜻한 느낌을 줄 수가 있구나 처음 느꼈습니다. 가벼운 느낌의 아이 크림을 원하는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또한 아침에 바르기에도 좋은 제품입니다. 메이크업 전에 유분기가 너무 많은 아이케어 제품은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니까요.

다른 곳보다도 저렴하고, 산뜻한 느낌도 좋은 제품이어서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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