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분투기
정은숙 지음 / 바다출판사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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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분투기>는 마음산책의 대표 정은숙이 20년 간 출판 편집자로 살면서 책 한 권이 어떻게 태어나는지 출판 편집에 대한 이야기들을 친절하게 생생한 목소리로 들려주고 있다. 출판 편집자의 길을 어떻게 걷게 되었는지, 편집자는 어떤 성향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지, 편집자의 애로사항은 어떤 것인지, 어떤 편집자가 되어야 하는지 등등 출판 편집 쪽으로 진로를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은 물론, 책을 좋아하는 평범한 사람에게도 유용한 정보를 제공해 주고 있었다.

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던 시절, 책은 저자의 몫이 99%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책에 대해 알게 되면서 책 한 권이 탄생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의 수고가 뒤따르는지 막연하게나마 감지할 수 있었는데, 이 책으로 인해 선명해졌다.

출판 편집자가 해야 하는 일이 그렇게 많은 줄 예전에는 미처 몰랐다. 출판사에 근무하는 일은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교정 교열부터 제판소, 인쇄소, 제본소 등 제작 현장 다니기, 원고 복사와 그외 숱한 잡무들, 저자와 만나는 일부터 광고문안 표지문안 쓰기, 후배 편집자도 이끌어야 하고 저자 발굴에도 힘써야 하며 책의 홍보 판매에도 신경을 써야 한단다. 디자인에도 남다른 감각을 발휘해야 하는데, 책제목이 중요하듯 표지 디자인이나 책의 구성 등은 내용 못지않게 중요한 부분이었다.

아침에 출근할 때마다 하루의 여러 가지 구상으로 사실 마음의 여유가 없다. 다음날 해야 할 일들을 우선순위에 따라 업무 노트에 적어 넣고 퇴근한 마당에 어찌 마음의 여유가 있을까. 하지만 아침에 막상 출근해서 책상 한 켠에 쌓여 있는 원고 더미를 보면 나는 꿈에 부푼다. 저것들 속에서 반드시 옥과 같은 글들을 찾아내리라는 의지와 희망, 그리고 보내주신 분들의 정성 등등이 향기롭게 묻어나기 때문이다. - 본문 중에서

편집자의 아침 풍경이 한눈에 그려진다. 직업상 많은 원고를 읽고 판단해야 하는 편집자는 '미흡하면 미흡한 대로 진정성이 있고, 씌어졌으면 또 그것들 속에 미진한 점이 드러나게 마련'이라며 원고들에 대해 합당한 예의를 갖추려 노력한다고 했다. 편집자의 일 가운데 50%를 넘는 것이 바로 원고 읽기라고 하는데, 제일 난감한 것은 책으로 내기 힘들다고 판단한 원고가 다른 출판사에서 출간되어 성공하게 되는 경우라고 한다.

왜 그때 알아보지 못했을까 하는 생각이 왜 아니 들겠는가. 그러나 그렇다할지라도 원고뿐 아니라 여러 가지 변수가 작용하는 출판 시장에서 꼭 후회할 일만은 아니라고도 했다. 그 경험에서도 배울 것이 있다는 저자의 긍정적인 사고가 돋보인다.

출판 편집의 성공 사례와 실패 사례를 들어가며 이야기하는 저자의 어조는 사뭇 격앙되어 있는 듯하다. 이처럼 일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한 저자를 만나게 될 것이다. 세상에 많은 직업이 존재하지만 출판 편집을 일로 사는 사람들에 대해서 한번 생각해 볼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매력적인 직업이다.

세상 모든 일이 나름의 애로 사항이 있겠지만 자기가 좋아서 하는 일이라면 훨씬 부담이 적지 않을까. 저자 자신에게는 이 책으로 말미암아 독자로서 작가로서 편집자로서의 삶을 정립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을 것 같다(저자는 시집을 몇 권 낸 바 있다). 독자로서 출판 편집의 세계를 들여다 본 느낌은 뭐라고 할까. 세상은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움직이고 있었다.

책 한 권이 잉태되고 태어나는 과정, 이 책이 기대치만큼 성공을 거둘 것인가 아니면 기대를 져 버릴 것인가. 아마도 편집자는 책을 세상에 내 놓는 순간 아주 조마조마한 경험을 하게 될 것 같다. 서점에 가보면 질식할 정도로 많은 책들이 누워있고, 꽂혀 있는데 거기에 묻히지 않고 그 가운데 단연 돋보이는 책이 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하는 사람, 그들이 바로 출판 편집자들이었다. 독자들은 그런 의미에서 좋은 책은 입소문을 많이 내어 출판 편집자들의 노고에 보답하기로 하자. 그들이 없다면 우리는 양서와 만날 수 없게 될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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