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비야의 중국견문록
한비야 지음 / 푸른숲 / 200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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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한때는 남들보다 늦는 것이 조바심나서 바들바들 떨면서 살았다. 그런데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다. 더 이상 남과 비교하지 않는, 독자적인 삶을 꾸려가기로 마음먹었기 때문이다. 세계 여행 덕분이다. 아프리카의 킬리만자로, 파키스탄의 낭가파르바트, 네팔의 에베리스트 베이스캠프를 오를 때 공통적으로 깨달은 것이 있다.

'정상까지 오르려면 반드시 자기 속도로 가야 한다' 그렇게 하는 것이 느리고 답답하게 보여도 정상으로 가는 유일한 방법이다. ... 물론 사람에게는 객관적이고 일반적인 인생의 속도와 일정표가 있다. 언제까지 공부를 하고, 결혼을 하고, 직장을 가져서 돈을 벌고, 아이들 낳아 키우고, 노후를 어떻게 보내야 한다는. 이것에 딱 맞추어서 인생을 계획하고 진행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렇게 해야 본인 뿐만 아니라 주위 모든 사람들이 편하다는 말에도 일리가 있다.

...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자. 우리의 인생에서 이 표준 시간표가 정말 그토록 중요한 것일까? 오히려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시간표가 더 중요한 것이 아닐까?-19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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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심하고 겁 많고 까탈스러운 여자 혼자 떠나는 걷기 여행 2 - 스페인 산티아고 편 소심하고 겁 많고 까탈스러운 여자 혼자 떠나는 걷기 여행 2
김남희 지음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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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여행의 계절이 왔다. 언제나 여행은 ‘미지의 섬’으로 우리들의 가슴에 고이 간직된 것이리라. 그래서 여행에 관련된 책은 언제나 환영이다. 글을 통해서 여행지에서의 감동을 그대로 전해들을 수 있다니 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게다가 아름다운 그곳의 풍경을 담은 사진은 지금 당장 여행을 떠나고 싶게 만들고 있다.

대학 졸업하던 해 너무 막막하여 무작정 유럽으로 두 달 간 여행을 하고 난 후 여행중독자가 되었다는 저자는 스스로를 ‘소심하고 겁 많다’고 소개했지만, 내가 보기에 그 말은 적절한 표현이 아닌 것 같다. 소심하고 겁이 많았지만 여행을 통해서 그 모든 것이 변화되었다고 이야기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이 책에는 프랑스 생장피드포르에서 스페인 북서쪽 도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까지 장장 36일간 8백 킬로미터를 여행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길을 따라 걸으며 스페인의 문화와 역사 속으로 독자들을 안내하고 있는데, 매일 얼마나 걸었으며 여행 경비는 얼마나 들었는지 실제로 여행에 도움이 될 정보들도 가득 담아 놓았다.

유럽 여행을 다녀온 동생은 지난 여름을 떠올리면 무척 무서웠다고 했다. 그곳 지리에 익숙하지 않음에도 밤거리를 찾아 숙소로 향해야 할 상황이 몇 번 있었는데 정작 그들은 불량배가 아니라 할지라도 소위 우리의 눈에는 그렇게 비춰질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몰려있는 모습을 보면 보통 시민은 간이 졸아들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동시에 새로운 세상을 접하면서 이루 말할 수 없는 감동의 순간이 간헐적으로 찾아왔는데 어제의 일처럼 생생하다고 했다. 간간히 내게 전화를 할 때면 나의 휴대폰 컬러링 소리만 울려 퍼져도 코끝이 시큰할 정도로 집 생각이 많이 났고, 한국에서는 필요 없었던 국적이라는 것에 새로운 시각을 가지게 되었다는 점이 여행 후의 큰 변화였다고.

외국 여행의 좋은 점을 꼽으라면 바로 다양한 문화 체험일 것이다. 내가 나고 자란 나라 안에서 경험해볼 수 없는 것들을 통해 우리의 시야는 넓어질 것이고, 나를 안전하게 보호해주는 집과 가족을 떠나 지내본다는 것은 우리가 상상하지 못하는 새로운 경험을 안겨 줄 것이다. 자아의 키가 한 뼘은 자라나게 되지 않을까.

차를 타고 여행을 하는 것도 아니고 걷기 여행이라 일단은 체력이 확보되어야 할 것 같다. 아마도 저자는 산을 타는 걸 좋아해서 걷기라면 자신이 있었던 모양이다. 차를 타고 여행하는 것보다 걷기 여행이 좋은 이유는 바로 몸이 고달픈 순간에도 사색에 잠길 수 있다는 것이 아닐까. 걷다 보니 다리도 아프고 어깨도 무겁고 비관적인 생각이 떠오를 때마다 저자는 다음과 같이 긍정적으로 생각했다고 한다.

이 길은 완벽하게 도보 여행자를 위해 준비된 길이다. 게다가 순례자 전용의 저렴한 숙소들이 마을마다 들어서 있다. 또, 같은 목적을 가진 전세계 사람들이 함께 걷기에 친구를 사귀기에도 훌륭하다. 저절로 어학연수가 되고, 문화체험이 이루어진다. 게다가 다 걷고 나면 증서까지 준다. 이 정도면 완벽한 길 아닌가? - 71쪽

자신을 세상 밖으로 내모는 동력에 대해 저자는 ‘호기심과 열정’이라고 이야기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무엇으로 견뎌가고,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지. 내가 사는 나라가 아닌 그 너머의 삶이 몹시 궁금했다고.

우리에게 주어진 특권인 '살고 사랑하고 나누고 기뻐하고 고통 속에 성장하는 것.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매 순간을 영원처럼 살아가리라'는 저자의 말이 고스란히 가슴에 와 박힌다.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나를 뛰어넘고 나의 한계를 극복하는 여행 등 여행에 따르는 수식은 무궁무진하다. 어떤 수식이라도 좋다. 분명 여행은 우리를 그 이전의 삶과는 다른 곳에 데려다 놓을 것이다.

노란 밀밭과 해바라기 꽃밭 끝없이 펼쳐진 들 가운데로 호젓이 난 길을 통해 사람들이 걷고 또 걷는 풍경이 눈 앞에 자연스레 그려진다. 실제로 우리가 선택하기 힘든 여행 코스라면 책으로나마 떠나 보는 건 어떨까.

한 달간 8백 킬로미터를 걸어 산티아고로 떠나는 여정에 동참해보자. 길 위에서의 생각과 아름다운 이국의 정취를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사진이 있어 더 행복한 독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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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 주유소
유애숙 지음 / 문이당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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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두 살이 되던 해 봄, 세정은 종합 병원 임상 병리실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활달하고 구김살 없는 성격에 아름다운 외모까지 지니고 있으니 병원 내에서 세정은 뭇 남성들에게는 관심의 대상이었다.

어느 날 계단에서 넘어져 무릎에 몇 바늘 기워야 할 상처가 생겼고 새로 온 레지던트 훈재가 치료해주게 되었다. 다음날 세정에게 배달된 노란 프리지어 한 다발이 그들의 사랑이 시작되었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직장 내 연애의 여러 유형 가운데 가장 흔한, 일단 소문부터 내고 보자는 방역제 살포형과 잠수함형 중 그들은 후자였다. '병원이라는 장소는 소문에 즉각 반응하는 리트머스 시험지'와 같아서 그들의 '모든 거래와 진행'은 수면 아래에서 이루어질 수밖에 없었다.

가끔 훈재는 초조한 사람들에게서 흔히 발견되는 이상 증세를 보이긴 했지만 세정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었고, 세월이 흐르고 나서야 그것이 마약 금단 현상임을 알게 된다.

훈재가 마약을 하게 된 건 사고로 친구를 잃은 후부터였다. 친구와 함께 떠난 여행에서 친구는 죽고 훈재는 중상으로 살아남은 것이었다. 그 후 육체의 고통을 잊기 위해 진통제의 사용량은 늘어만 갔고, 정신의 고통을 잊기 위해 약물의존도도 높아갔다.

죽은 친구의 누나가 바로 황 간호사였다. 그녀의 저지로 훈재는 몇 번의 자살이 실패로 돌아갔고 약물도 매번 그녀를 통해 공급받았던 것이다. 황 간호사는 훈재의 치료와 극복을 위해 부단히 애썼지만 결국 그들은 돌아오기 힘든 길을 걷고 있었다.

어느 날 수술실에서 갑자기 쓰러진 훈재는 검사를 통해 그것이 금단 현상의 하나라는 사실로 밝혀졌고 그간의 경력을 박탈당했다. 그리고는 뉴욕으로 떠나 요양을 받게 되었다.

나는 말할 수 없는 고통 가운데서도 이별을 준비했다. 사랑은 늘 실체 없이 사라지지만 이번만큼은 추억 속에 영정이라도 마련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마음에는 이미 조등 하나가 걸려 있었다. 나는 떠나기 전에 그를 보러 갔다. 얼굴만 잠깐 보고 올 작정이었지만 수많은 의문과 망설임 사이에서 그만 아득하게 길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그 때문에 내 어안 렌즈는 뿌옇게 서린 물기로 청명한 기록 사진을 담아내지 못했다. - 30쪽

서른둘에 찾아온 사랑을 그렇게 허망하게 잃게 되다니 세정은 사랑이 무엇인가 생각하게 된다. 처음 사랑을 시작할 때만 해도 자신에게 일어날 일을 전혀 감지할 수가 없었다.

'잘라 낸 마음의 그루터기에서 물기가 천천히 걷히고 살얼음 같은 얇은 딱지가 앉을 무렵' 훈재에게서 편지 한 통이 날아든다. '너와의 단절이 가져다 준 또 하나의 금단 현상은 이제껏 겪었던 어떤 고통보다 더 괴롭고 가혹하다.' 그러나 무서운 세월 앞에서는 최소한의 윤곽만 남긴 채 해체될 것이라며 훈재는 미안하다는 말을 전했다.

세정은 그렇게 훈재를 떠나보냈고, 상처는 아물어 갔다. 서른네 살이 되던 해 줄기차게 청혼해 오던 내과의 방 과장과 세정은 결혼한다.

백화점에서 우연히 황 간호사를 만난 세정은 훈재의 소식을 듣게 되었다. 뉴욕에는 가지도 않았고 떠나기 전날 훈재가 목을 매었다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고 세정은 몇 해 전으로 시계를 되돌렸다. 아직도 그를 생각하면 천식 증세처럼 기관지가 조여드는 괴로움을 느낀다는 세정은 그동안 그를 떠올리며 마음 아팠던 것으로 얼마간 마음의 빚을 탕감해왔다고 생각했다.

세정은 귀에서 들리는 허밍 코러스 같은 소리 때문에 이비인후과 약을 받아왔는데 그것을 쓰레기통에 버렸다. 훈재가 저 세상으로 떠났을 무렵부터 생긴 이명은 어쩌면 훈재가 자신에게로 향하는 숨결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세정은 '내 마음을 따라가는 소리로, 기대는 그의 숨결로 간직'할 요량으로 귀울음을 그냥 견딜 작정이라고 했다.

유애숙의 소설집 <장미주유소>에는 10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위에 소개된 '기대는 숨결' 외에 '이별 클리닉' 표제작 '장미주유소' 뿐 아니라 다른 단편들도 하나 같이 빛났다.

다양한 직업군에 속한 등장인물을 통해서 저자는 독자들에게 삶과 사랑, 상처와 극복, 인간의 한없이 나약한 모습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를 제공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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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일 선현경의 신혼여행기 2
선현경, 이우일 지음 / 황금나침반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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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에 이어 2편을 읽는다. 1편에서 보았던 새로운 기분들은 이제 익숙함으로 바뀌어졌다. 1편에는 없던 이집트와 독일, 네델란드, 벨기에 캐나다편이 소개되어 있는데, 그 가운데 나는 네델란드가 가장 애착이 간다. 언젠가 그곳에 가게 된다면 꼭 한번 들르고 싶은 곳이 고흐박물관인데 이 책에도 잠시 삽화와 함께 소개되어 있었다.


집들도 다닥다닥 붙어 있고, 층은 높일 대로 높여 나선형의 가파른 계단투성이였다. 웬만한 싸구려 호텔도 낡은 2인용 엘리베이터쯤은 작동이 되든 안 되든 놓여 있었는데, 이곳에는 그것마저 없어서 5층이나 되는 계단을 숨이 턱턱 찰 때까지 오르고 또 올라야 했다. - 책 속에서


평소 같으면 그냥 오를 수 있지만, 여행으로 지친 몸을 이끌고 가파른 계단에 오르기가 힘이 부친 저자가 속마음을 토로한 부분이다. 주지하듯 네델란드는 대부분의 땅이 해수면보다 낮은 관계로 그러한 집이 많다고 한다. 그래도 한번쯤 꼭 가보고픈 나라다.


바야흐로 휴가철이다. 학생들은 방학을 이미 했을 터이고, 직장인들도 하나둘 휴가를 맞추어 친구들과 가족들과 여행을 떠날 것이다. 여행은 또 다른 나를 만나는 것이라고 했던가.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서 우리가 떠나는 것은 그 이상의 가치가 있기 때문일 것이라 믿는다.


사랑하는 사람과 떠나는 여행이라면 그곳이 어디일지라도 좋지 않겠는가. 굳이 ‘신혼’이라는 이름이 붙지 않는 여행일지라도 충분히 의미있는 경험이 될 것이라 믿는다.


여행지에서 만나는 새로운 사람들, 낯선 풍경들, 무궁무진하게 펼쳐지는 사건(?)들이 바로 여행의 매력이 아닐까. 이 책을 읽고 나니 한시도 지체할 수 없을 만큼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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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첫번째 사진책 - 즐거운 출사를 위한
곽윤섭 지음 / 한겨레출판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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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카메라가 보편화 되고 나서 너도나도 사진가가 되었다. 블로그를 비롯하여 홈피에 사진을 올리는 게 유일한 낙인 시절도 있었는데, 어찌 되었건 이제 어느 정도 사진 찍는 기술은 있어야 하리라는 자각이 시나브로 생겨난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

단지 제품 설명서에 의존할 게 아니라(사실 눈에 잘 들어오지도 않는다) 그 많은 기능 중 내가 아는 게 얼마나 될까 생각하니 한숨이 절로 날 지경이다. 그럼에도 잘 찍고 싶다는 욕구는 그대로이고. 그런 찰나 눈에 들어온 책이 있으니 바로 <나의 첫번째 사진책>이다.

<한겨레 21>에서 몇 번 광고를 보고나니, 자연스레 제목이 눈에 익었다. 칼라 사진이 들어있는 용지를 사용해서 보기에도 좋고, 사진을 어떻게 찍어야 할 지,  무엇을 찍어야 할 지... 책을 읽은 독자라면 어느 정도 고민이 해소될 거라 믿는다.

사진을 찍으려는 대상과 그 주변의 여러 요소들을 이곳저곳에 적당한 크기로 잘 자리 잡게 하는 것이 구도이며 프레임 구성에 다름 아닌 것이다. 말로는 쉽지만 여전히 어렵다. 그래서 방법을 제시한다. - 책 속에서

저자는 손가락으로 직사각형의 모양을 만들어 그 사이로 세상을 보라고 권한다. 우리가 한번쯤은 해봤을 법한 것인데 구체적으로 친절한 설명을 곁들이고 있었다.

멋진 사진을 찍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니 기분이 좋다. 사진을 찍는 것도 예술이라는 말에 동감하지 않을 수 없다. 아무리 좋은 방법이 많더라도 많이 찍어보지 않으면 허사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지 않는가. 카메라를 들고 나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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